비트코인 시장에서 완전 밀려난 한국

"비트코인, P2P대출 같은 새로운 금융 바람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과 선진국에서는 바람이 불고 있는데."
3~4년 전이었을까. 사석에서 정부의 한 관료(지금은 안 계심)와 식사를 할 때 던진 질문이었다.그때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100만원쯤이었나, 그리고 연 10~20% 수익을 준다는 P2P대출은 미국에서 렌딩클럽이 붐을 일으키고, 한국에도 스멀스멀 P2P대출 예비 창업자들이 생길 무렵이었다.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건 안되지, 안돼. 그건 개인적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봐. 투기판이지, 그러다가 지난번 저축은행 사태 같은 일 벌어진다고요. 안 벌어질 거 같아? 그걸 바로 잡는게 우리 역할이에요. 자꾸 그런데 젊은이들이 말이야, 눈독들이고..."

대충 이런 식의 답변이 기억난다. 그때부터였다.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 페이, 간편결제 창업 열풍이 불었는데,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혔다가, '천송이 코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겨우 시장에 진입했다. P2P대출 업체들이 한때 '영업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상화폐는 최근 '폐쇄 검토하고 있다' '없애겠다'는 정부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시장이 얼어붙었다.

우리나라 정부의 금융정책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였던 적이 없다. 언제나 LATE FOLLOWER였다. 물론 국력, 소득, 경제력 때문에 미국에 앞서 뭔가 하기 어렵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도전할 만 했다. 코빗, 코인원, 빗썸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나오면서, 지난해 한때 우리나라 거래소 3인방은 글로벌 거래소 TOP10에 모두 들었다. 작은 자본시장을 가진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블록체인 기술과 분리하기 어려운 비트코인 시장의 중심에 서 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 사실 우리가 이 엄청난 미래 잠재력을 가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던 기회였던 것이다(물론 지나친 투기를 억제하고 투자자 보호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그 기회를 절반은 놓친 느낌이다.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한 코빗과 코인원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계, 유럽계 거래소들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는 올라가기 어려운 산의 초입까지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지난 7일 워싱턴에서는 '가상화폐' 공청회가 열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이 클레이튼 의장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의장이 참석했다. 앞서 시장 분위기는 굉장히 위축됐고, "미국의 전방위적 규제가 시작돼 이제 시장은 빙하기가 들어갈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들이 나오면서 세상이 놀랐다.. "나는 3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다. 아이들이 금융에 일찍 눈을 뜨길래 고등학교 때 용돈을 주고 주식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네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먼저 찾아와 비트코인에 대해 물었고 나는 아이들의 신기술과 금융을 향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려 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젊은 세대의 열정에 반응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신기술을 공부하고 좋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안카를로 의장의 말이다.

별거 아닌 이 한마디와 포용정책, 그것이 선진국 관료와 한국 관료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그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을 만들어갈 세대가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을 일단은 기성세대가 밀어주고 만들어가보라는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암호화폐,블록체인은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싸이월드가 만약 기회를 포착해 빨리 글로벌 진출을 했다면, 지금처럼 위축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한다. P2P업체? 사실 렌딩클럽이 나오기 전에 가장 초창기 모델이 국내에서 처음 탄생하기도 했었다(머니옥션). 은행들은 과거 정부가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더 독려했다면 국내에 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한다. 모든 게 정부 책임일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미래 혁신 창출권'을 만들어줘야 할 때다. 그 변화의 시작은 지안카를로 의장처럼 가슴을 울리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터닝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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