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FILM NO LIFE] 멋진 하루 / 이윤기

9D7F13E8-939B-447C-BCE9-3B390EA57B55.jpeg

<김씨 표류기>와 함께 여러 번 본 한국영화 <멋진 하루>. 이번에도 안전한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퇴근 후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를 찾았다.

너 괜찮아? 너 힘들지...

꿈에서 표도르 만난 이야기를 하는 병운.
어느덧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희수.
넌지시 손수건을 건네는 그다.

이 영화가 개봉한 2008년.
그때 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갓 대학을 졸업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거라 자신했고, 처음 하는 연애도 참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영화 취향도 비슷해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술도 나만큼 좋아하는 그 아이와 서울 거리를 걸으며 캔맥주를 마셨다. 어느덧 오랜 시간이 흘러 이별을 맞이했을 때는 분명 누구 한사람의 탓이 아닌데도 탓하고 싶었다. 그를. 탓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그렇게 처음 맞이한 실연에 아파할 때, 난 여주인공 희수 같았다. 한껏 까칠해져 내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했다. 그들의 말을 예민하게 받아들여 혼자 속상해하고 소리지르며 울어재꼈다.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하냐고!... 내 마음이 문제였던 건데... 전에 볼 때는 거슬리지 않았는데, 다시 본 희수는 꼭 나같아서 보는 내내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 그 시기를 지나갔으니 다행인 거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병운을 전철역에 내려주고 돌아가던 희수가 다시 병운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 장면.

이 사람, 내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 하는 표정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이제는 다시 시작할 용기도 없고, 좋아했던 만큼 미움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도 희수처럼,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넌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준 사람. 그래서 소중하게 내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사람. 여기에라도 적어본다.

밴드 위아더나잇 처돌이(너무 좋아 미쳐 돌아버린다는 뜻, 신조어)로 살다 보니, 최근 영화 보기에 좀 소홀했다. 다시 본 영화는 여전히 내게 위로를 준다. 혹시 아직까지 이 멋진 영화를 못보신 분이 있다면, 멋진 하루를 선사해줄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19482?language=ko-KR
• Critic: AAA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