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FILM NO LIFE]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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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군가 내 편이 필요할 때
  2. 내가 제대로 된 어른일까 생각이 들 때

아이가 달립니다. 어딜 향해 가는 것일까요. 결국 도착한 곳은 누군가의 집.

" 넌 내 단짝인데 다신 못볼지도 몰라. 있잖아... 말을 못 하겠어. "

이 아이의 이름은 무니. 6살 무니는 친구 젠시의 집을 찾아온 것입니다. 저 귀여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시간을 거슬러, 조금 전. 아동국 직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엄마와 둘이 사는 무니는 엄마와 떨어져 어딘가로 보내질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바로 친구 젠시였던 것입니다. 엄마와의 헤어짐보다는 친구와의 헤어짐이 더 먹먹하게 다가왔던 건 왜일까요.

무니의 엄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엄마와는 다릅니다. 온몸에 낙서하듯 문신을 한 어린 엄마는 누가 봐도 한눈에 기억하기 쉬운, 눈에 띄는 사람입니다. 싱글맘으로서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니 키운다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커간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아이는 스스로 친구를 사귀며 매일매일을 신나고 재밌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갑니다. 비록 장난꾸러기에 말썽만 피울지라도.

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 6살 무니는 유치원도 안가고 동네 친구인 스쿠티, 젠시와 매일 만나 놀지요. 무엇을 하면서 노느냐 하면, 다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소는 거의 모텔.

  • 자동차 본네트에 침 뱉기. 누가누가 더 멀리 뱉나.
  • 모텔 로비, 에어컨 앞에서 매니저 아저씨 약올리며 아이스크림 쪽쪽 빨아먹기.
  • 모텔 전기실에 잠입해 몰래 차단기 내리기.
  • 모텔 수영장에서 반라로 선탠하는 글로리아 아줌마 구경하기.
  • 버려진 집, 옛날에 콘도였던 장소에 가서 창문 깨고 놀기.
  • 급기야, 그 곳에 불을 지르는 무니와 스쿠티, 그리고 젠시.

지금은 절친이 된 젠시와의 첫만남도 장난 치고 놀던 그때입니다. 매직캐슬 모텔에 사는 스쿠티와 무니는 바로 옆동네 퓨쳐랜드 모텔에서 처음 보는 차를 발견합니다. 새로운 타깃이 된 그 차에 침뱉기 놀이를 하다가 걸려서 결국 그 차를 닦는 청소를 하게 되는데. 그 일을 시킨 사람은 바로 젠시의 할머니입니다. 그 차는 젠시 할머니의 차이고요. 무니는 혼나면서도 굴하지 않습니다. 벌로 청소하면서 처음 보는 또래인 젠시에게 같이 닦자고 제안합니다. 이 제안을 또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종이 타월로 함께 차를 닦는 젠시를 보며 젠시의 할머니는 어이없어 합니다. 물론, 저는 젠시와 무니의 이런 모습이 진정 아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면서 친해지는 것, 청소조차도 놀이로 생각하는 나이. 그런 시절인 거죠.

무니가 입은 옷, 무니의 엄마 핼리가 입은 옷은 항상 밝고 예쁩니다. 그들이 걷는 거리도 예쁘고, 그들이 걷는 그 거리의 하늘조차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해가 나지 않은 구름낀 하늘도 예쁘고, 심지어 비가 내린 후 무지개까지 보여줍니다. 무지개 빛 예쁜 색감의,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포스터를 보며 마냥 밝고 예쁜 영화일 줄만 알았던 영화. 어느 순간, 무니의 울상이 된 얼굴(영화에서 처음 보는 표정)은 우리의 감정을 제대로 동요시킵니다. 그렇게 발랄하고 장난끼 많던 아이에게 닥친 시련이, 실연이 우리에게도 크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무니의 시선에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진정 집(HOME)에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무니의 엄마는 무니를 단 한번도 때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장난도 잘 치는 친근한 엄마처럼 보여지죠. 하지만 그녀는 무니를 방치했고, 훔친 물건을 함께 팔며 범죄에 딸을 가담시켰죠.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 앞에선 무니를 앞세워 앵벌이까지 합니다. 결국, 딸을 욕실에 숨겨두고 바로 그 방 안에서 자신의 몸을 팝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도 쉽게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무니는 정말 욕실에서 아무 것도 몰랐을까요?... 이 세상에 단둘뿐인 모녀, 핼리와 무니. 스스로 자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없는 것일까요.

그런데 여기, 어른이 한명 있습니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할 땐, 따끔하게 지적도 해주는 어른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서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남자(소아성애자)를 처치하는가 하면,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 나오는 모텔 사무실에서 아이스크림을 질질 흘리면서 먹는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잔소리를 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무니의 엄마가 저지르는 잘못에도 그냥 눈감아 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단순히 모텔 직원과 숙박객이 아닌, 이웃으로서 참견 아닌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매직캐슬 모텔 매니저인, 바비(윌렘 대포). 그의 존재로,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도 따스한 희망이 무심한 듯 잔잔하게 뿌려져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도 그러한 존재가 되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많은 아이들의 꿈의 동산, 행복한 아이들이 가족들과 많이 찾았을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바로 옆에 퍼플색 예쁜 페인트를 칠한 모텔이 있습니다. 잠시 와서 머무는 공간이 아닌,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곳에 무니와 핼리가 삽니다.

아동국에 의해 무니와 떨어져 살게 될 거라는 걸 안 핼리는 마지막으로 무니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갑니다. 근처 고급 숙소의 숙박객인 듯 연기를 한 것이죠. 아마도 난생 처음, 배불리 비싼 음식을 먹어 보았을 무니는 웃으며 말합니다.

" 이런 게 인생이지! "

무니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엄마와 같이 살면서 하루하루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가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함께 나눠 먹는 걸 원할 뿐. 그런 무니에게 그 배부른 한끼가 세상 행복하게 해주고, 그런 무니에게 친구 젠시와의 헤어짐이 온세상 무너지게 합니다.

뭔가 계몽영화 같은 느낌으로 소개하지만, 결국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이 영화의 카피처럼, 관객들을 마냥 행복하게 할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머리 속이 복잡해지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나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게 되는 그 마음을 관객에게 전파합니다.

정보 1) 해당 작품으로 아역배우 브루클린 프린스는 제23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아역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그는 “후보에 오른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한데 제가 상을 받다니 정말 큰 영광이에요. 시상식 끝나면 다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멋진 기회를 주신 션 베이커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이 상을 세상의 모든 핼리와 무니에게 바칩니다” 라는 귀여운 수상소감을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보 2) 영화 제목이기도 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획에 붙인 가칭이다. 프로젝트(project)라는 단어는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1971년 매직 킹덤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개장한 이후 현재까지 성업하고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주변에는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쓰이고 있는 모텔들이 즐비하다. 관광객을 위해 지어졌을 모텔에는 주(week) 단위로 투숙하는 소위, 숨은 홈리스(Hidden Homeless)들이 살고 있다.

한편, 가족은 때론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누군가 말했죠.
그런 연장선 상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과 함께, 키워드가 비슷한 영화 몇 편을 추천합니다.

연관 콘텐츠) 영화) 키워드: 가족, 아역배우, 아동학대, 사회의 사각지대

  • 단지 세상의 끝: 가족이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평당 500만원. 500만원으로 평당에 집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아이들의 순수함.
  • 나, 다니엘 브레이크: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
  • 우리들: 난 놀고 싶은데…… 그럼 언제 놀아?
  • 미스 리틀 선샤인: 세상에 이런 가족도 있다. 무니를 보며 지금은 성인이 된 아역배우 아비게일 브레스린이 맡은 올리브가 떠올랐다.
  • 마미: 모자 관계. 정사각형의 화면이 와이드 화면으로 넓게 보여질 때 우린 희망을 본다.
  • 어느 가족: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그 누군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던 한 소년.
  • 미쓰백: 아이들은 안다,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지를. 누가 자신에게 어깨를 내어줄지를.

마지막으로 영화 속 무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연관 콘텐츠) 음악) 산울림의 <무지개>

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너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 속에서도 일어서야만 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플 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 안고 같이 울어줄게. 니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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