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영화평] <로마>의 롱 테이크와 여성 재현

알폰소 쿠아론 <로마>의 여성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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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트사 아파리시오. (클레오 역)
디지털 영화에서 합성 롱 테이크는 장면의 스펙터클적 특성을 강조하거나 감독이 의도하는 지속 시간에 대한 명상을 나타내기 위해서 혹은 바쟁이 말한 플랑 세캉스의 리얼리티 효과를 부여하기 주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엔터 더 보이드)>(2009),<버드 맨>(2014),<라라랜드)>(2016) 같은 디지털 스펙터클 영화들 속에서 합성 롱 테이크들은 여러 층의 레이어들 간의 간격이 나타내는 복합적 요소들의 구성으로 극적 감흥을 고조시켰고 그와 함께 관람자의 특별한 시간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합성 롱 테이크 장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해 놓은 프로그래밍 과정들을 거친 후 공들여서 작업된 합성 작업을 거쳐서 완성되는 디지털 영화 기술의 절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들에서 디지털 합성 롱 테이크는 디지털 리얼리즘 미학의 성취로서 주목 받은 바 있다. <이투 마마>(2002),<칠드런 오브 맨>(2006), <그래비티>(2013),<로마>(2018) 등 일련의 작품들에는 합성 롱 테이크가 계속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영화들의 롱 테이크는 극적인 순간에 사용해서 물리적 카메라의 롱 테이크로는 이룰 수 없는 정서적 감흥을 자아냈다.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에서 우주 공간이라는 무중력 공간에서 지구를 올려다 보는 우주인들의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그러한 공간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고 이 장면은 십여분의 긴 롱 테이크로 이음매없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 합성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영화 속 공간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인 이 롱 테이크 쇼트는 스펙터클성을 띤 것으로 관객에게 지각적으로 혼란스러운 공간 감각을 제시한다. 우주라는 공간의 무한대적인 특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비티>에서 합성 롱 테이크에 이어 <로마>에서도 두 차례 이상 긴 지속시간의 롱 테이크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합성 기법이 제공하는 공간감각의 변화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오랫 동안 빈 벽과도 같이 역부감앵글로 바닥을 보여주면서 시작했다.“<로마>를 여는 4분 여 도입부는 그 자체로 미니 영화다. 입주 가정부 클레오(알리트사 아파리시오)가 물청소하는 마당의 포석을 카메라가 오랫 동안 지켜보는 쇼트 위로 크레딧이 깔리는 긴 숏이다. 바닥은 반복해서 밀려드는 물로 찰나의 거울이 되어 창공을 머금고 비행기가 땅으로 임한 조각난 하늘을 건너간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무빙 롱 테이크는 쿠아론 영화에서 예삿일이다.(김혜리, 2019) 이 영화의 롱 테이크가 흥미로운 이유는 극의 맥락에 따라 다른 영화적 리듬감이 정서적 감흥을 자아내는 방식 때문이다.
<그래비티>에서 체현의 관람성을 강조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달리 이 롱 테이크는 관조하는 시선을 오래도록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비티> 시작의 롱 테이크에서 13분 동안 이어지는 가상 카메라의 움직임은 연속성을 깨지 않으면서 관객의 의식을 현재 진행 중인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가상 카메라는 계속해서 어딘가로 시선을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이 움직임의 양상을 통해 관객은 우주 공간이라는 특수한 장소가 주는 지각적 체현을 경험하게 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전에 기획한 바를 실행으로 옮긴 것이기는 하나 합성 롱 테이크에서 연속적 리프레이밍이 프레임들 간의 경계를 지우고 인물의 행위가 후경의 지구와 한 화면 내에서 보여지도록 하는 것은 특정한 지향점을 나타내지 않는다. 시선은 대상 표면의 선이나 윤곽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클로즈 업으로 표면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들뢰즈가 말한 매끄러운 공간이 나타나고 이 공간을 촉각적으로 보는 시선은 어느 방향으로든지 향하게 된다.(Deleuze,1980/2001:942쪽) 그러나 <로마>의 시작에서 가상 카메라는 시선의 지향점을 제시하지 않으며서 현재 진행형의 시간성 대신 현실적 공간을 초월한 듯한 시간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카메라는 무언가 현행적으로 실행하는 움직임을 나타내지만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시선의 이동을 유도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래비티>와는 달리 집 안 한 곳에 시선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방식으로 공간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갖게 한다. 안쪽에 현관 문이 보이고 마당, 일하는 사람들의 거주 공간과 안채의 거실을 연결하는 타일 깔린 마당을 중심으로 집안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도록 할 때에도 관객이 공간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롱 테이크는 알리시아가 공간을 가로 질러 움직이는 동선을 한 눈에 관찰하게 하고 그녀가 바깥채로 들어간 후 새장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 시선의 경로는 마당의 바닥, 집안 공간(안채에서 바깥채), 그리고 새장이라는 경로를 거치면서 주인공 알리시아의 시간을 묘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유년기에 함께 살았던 여성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멕시코의 70년대를 불러낸다. 흑백 이미지의 노스탤지어는 감독의 유년 시절 유모에 대한 기억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카메라가 주방에서 일하는 클레오와 함께 일하는 또 한 사람의 하녀를 주로 뒷모습을 자주 비추는 것도 그 시절 어린 쿠아론의 시선을 상기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알리시아는 집 바깥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시위나 남자친구의 활동에 대해 담담한 태도를 취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차분한 말투나 눈빛, 행동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다. 영화에서는 한 중산층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1970년부터 1971년 사이에 일어난 민주화 시위라는 두 가지 사건이 한데 엮여서 보여진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바깥 세계의 공간은 텅 비어 있는 공간으로 보여지고 그녀가 일하고 있는 집안 내부 공간에는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듯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사실 평온함 속에 당장이라도 깨어질 듯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내재해있는 곳으로 묘사된다. 영화감독은 주인 내외의 파경과 클레오가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배신 당하는 사건을 평이하게 이야기한다. 당시 멕시코 민주화 혁명은 그녀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데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우익 단체의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자친구를 찾아가보지만 단호하게 거절 당하는 일이나 시위를 벌이는 그를 우연히 마주치고 난 후 아이를 사산하는 등 시련을 겪는 과정이 보여진다. 이 사건은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의 삶에 미친 폭력성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쿠아론은 로스 알코네스라는 우익 무장단체가 120명을 살해한 성체 축일 대학살 시위 장면을 실제 사건이 발생한 멕시코-타쿠바의 교차로에서 촬영했다. 비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극화되지 않은 분위기로 연출됐다. 중반에 좌우로 패닝하는 파노라마 씬은 카메라 움직임에서 롱 테이크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클레오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자 영화관에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 버리는 남자친구에 대해 느낀 혼란감이 잘 나타나고 있다. 연인의 돌연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슬픔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참조자료
박꽃, <로마> 알폰소 쿠아론2 그는 왜 멕시코 민주화를 담았나,《무비스트》, 2019.12.21., movie.v.daum.net/v/guNBP...

AAA,
https://www.themoviedb.org/movie/426426-roma?language=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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