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출산 그리고 고통
드디어 글을 쓰는 구만.
엉덩이에 진통주사 한방 맞고 약빨로 버티며 코인 벌이를 시작한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출산 그리고 고통
일단 시작은 양수 터짐이었다.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막달 임산부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양수가 터질 수도 있다고 한다. 딱 나 같은 케이스.
정말이지. 이렇게 지독한 기침감기는 처음이었다. 나았다 싶으면 다시 감기. 또 감기. 한 달에 2주는 감기였다. 가래기침을 하다가 입덧 시기도 아닌데 막달에 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제일 안 좋은 건 기침을 할 때마다 아이가 뱃속에서 몸을 트는 게 느껴진다. 그것이 꼭 배를 쥐어짜 내는 것 같아서 배까지 아프다.
그 와중에 기어이 거한 기침으로 양수가 터져버렸으니... 시간은 새벽 5시 반쯤. 뭔가가 주르룩 흐르는 느낌이 든다.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양이였다.
잠시 고민했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 새벽 5시 반에 잠자는 찡까지 업고 피곤한 남편과 산부인과로 간다. -> 내가 아이를 무사히 낳을 때까지 두 명 다 산부인과에서 대기 탄다. (주변에 아이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어서)
남편에게 말하지 않는다. -> 아이까지 어린이집 등원을 시킨다. -> 혼자서 산부인과를 방문한다.
보통 초산모였다면 아이가 없어서 바로 산부인과로 달려가겠지만 딸이 있어서 고심하게 된다. 다행이랄지 오지랖이랄지. 평소에 출산 리뷰를 많~이 아주 많~~~이 읽어둔 덕분에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팩트는 이것.
나는 남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대신 오늘은 빨리 마치도록 하라고 일러두었다. 찡을 최대한 잠 재운 후에 간단하게 아침을 같이 먹고 등원시켰다.
물론 등원하면서 아이에게 진지하게 설명했다. 찡아. 엄마가 오늘은 동생을 낳아야 할 것 같아. 하고 말이다.
아이를 보내고 집으로 와서 카카오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 역시나 오자마자 내진을 한다. 몇 센티 열렸냐고 물어보니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양수가 터졌기 때문에 항생제 투여를 위해 링거를 꼽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간호사가 촉진제를 주사하려고 다가와서 바늘로 찌르려 했다. 거기서 정말 진지하게 멈추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과 분만 방법에 대해 전화를 하겠다고 했고 나는 몇 주전에 제왕절개를 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언니는 나의 예상대로 생각보다 아파하지 않는다. 자연분만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 너무 힘든 2달을 보냈다. 2달 넘었지. 거의 3달 가까이.
바로 확신을 가졌다. 선택제왕을 하겠다고. 남편에게 바로 제왕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평소에 제왕을 하고 싶다고 누차 말해뒀던 터라 그러라고 답이 왔다.
문제는 시어머니와 우리 엄마인데. 특히나 더 고생하게 될 시어머니가 눈앞에 그려졌다. 왜냐하면 산후조리를 시어머니가 도와주기로 되어 있어서였다. 뜻하지 않게 첫째 케어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 것인데. 미안하지만 3달을 고생하느니 한 달 고생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지금 수술한 지 4일 차인데 제왕은 앉을 수 있는 축복이 있고 자연은 앉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세상 좋아져서 덜 아프게 하는 주사가 있어서 자연분만 후에도 바로 자리에 앉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첫째 때의 그 후폭풍이 잊히지 않아 한사코 제왕으로 밀어붙였다.
생각해보니 다행인 게 평소 약빨을 잘 받는 타입이라 솔직히 수술 2일 차까지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3일 차에 투여하던 진통제를 떼고 나니 슬슬 아파와서 진통주사 한방 맞았더니 또 언제 아팠냐는 듯이 괜찮아졌다. 4일째가 되니 낮시간에는 주사빨이 아니라 쌩으로 고통을 참을 수준은 되었다.
아쉬운 건 아직도 낫지 않은 기침감기 덕에 어젯밤 기침 한 번에 죽어버릴 뻔했다. 지금도 기침과 사투 중이다. 이런 징글징글한 기침감기. 가래가 왜 안 없어지는 것인가. (에휴....)
열심히 뜨거운 물을 다량 섭취 중이다. 남들은 수술부위가 아파서 미친다는데 나는 그것보다 기침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니... 안습도 이런 안습이. 오늘은 그래도 요령 있게 무릎을 세우고 배를 움켜쥐고 시원하게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냈다. 휴...
생각보다 제왕 후에 회복 속도가 빨라서 6박 7일인 입원기간을 4박 5일로 앞당기려고 했는데 남편의 설득으로 다시 마음을 바꿨다. 그래. 이때가 아니면 언제 첫째 뒤치다꺼리도 없고 밥 세때 걱정 없이 뒹굴뒹굴하겠는가 싶다.
정말 어제저녁 기침은 눈물 나는 고통이었지만 4일 차인 지금. 아직까지 후회하지 않는다. 제왕 한 거. 이렇게 의학의 발달로 고통을 줄여주는 시대에 그걸 포기하고 쌩으로 낳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무통주사도 팍팍 맞고 진통제도 팍팍 맞으며 딱 일주일 버텨보자.
어디까지 글을 써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정도 글 길이면 충분히 긴 것 같아서 그만 적어야지.
내일도 생각나는 대로 출산일기를 써봐야겠다. 언젠가 이런 후기를 들춰보며 그땐 그랬지. 이러려나.
아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