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가고 밥도 먹고 일기도 쓰고
십여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서 짧게 쓰는 일기. 오늘은 결국은 병원에 가게 되었다. 뭐 어차피 검진차 내원하기로 했어서 겸사겸사 링겔도 맞을 겸 가게 된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잘 크고 있어서 당황할 지경이었다. 나는 요 며칠째 감기몸살끼가 와서 새벽5시부터 숨을 입으로 쉬다가 고통스러워 밤잠을 설치는데 내 딸은 잘도 큰다. 며칠 전 제왕절개를 한 언니가 벌써 걸어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은 병원이라 찾아가고 싶었지만 감기가 옮을까봐 카톡으로 인사만 전했다.
자연분만 이후 1달정도를 서서 밥먹으며 고통스러워했던 나라서 남편에게 진지하게 제왕절개로 할까하고 저녁에 물어봤다. 그러던지.라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제왕절개 vs 자연분만.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은 이야기가 제왕절개를 한 여자는 모성애가 없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분만하고 바로 일어나서 걸어다녔다는 이야기 또한 케바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휠체어에 앉아서 환자 코스프레 제대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찬반논란 속에 결국은 그냥 하늘에 맡기기로 하였다. 많은 걱정을 안겨준 아이의 머리크기가 주수랑 딱 맞아서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진료를 보고 링겔을 맞으며 누워있는데 기다려주는 남편이 계속 신경쓰인다. 2시간동안 폰도 봤다가 왔다갔다 하는 남편에게 출근하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집에가면 라면이나 먹을꺼란걸 아는 지라 꼭 점심을 먹이고 집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사실 어제 먹은 라면은 근래 들어 최고의 꿀맛이였다. 면을 넣고 1분간 끊이다 면만 빼내고 국물에 계란을 풀어서 부어 먹는 레시피를 따라하였다. 백종원이 강추하는 방법이라길래 반신반의하며 버섯과 계란을 넣어서 먹었는데 이 맛은... 학교앞 라면가게의 그맛이다. 면발이 죽지 않았써! 진라면 순한맛의 그 탱글탱글한 면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홀라당 먹었다.
나는 원래 라면국물을 다 버리는 스타일인데 왠일인지 라면국물까지 스폐셜하게 느껴졌다. 면을 덜어내고 계란을 풀어준 탓에 면에 계란이 하나도 들러붙지 않았다. 아무튼 내가 왜 갑자기 라면 이야기를 했냐하면 일인당 15,000원하는 샤브샤브집으로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러나 돈값 전혀 못하는 가게 덕분에 차라리... 어제 먹은 라면이 최고였다고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샤브샤브집이 맛없는 경우는 난생처음이다.
어디서 몰려온건지 모르겠지만 식당안은 온통 아주머니들로 꽉 차있었다.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돈은 남자가 벌고 쓰기는 여자가 다 쓰고 다닌다.고 말이다. 그러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한 말인지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남자는 한 번 돈 쓸때 크게 쓰지.라고 말한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단 한테이블도 남자가 없었다. 누가 샤브샤브집에 영화를 찍는다며 30~40대 아주머니만 잔뜩 이 가게로 밀어넣은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아서 남편의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아이 하원을 위해 자리를 떠야하는데 맞춤법 검사고 뭐고 그냥 올려야겠다. 며칠전에 내가 그 이야기를 왜 적었는지 의아하다. 그냥 쓰면 되는데. 뭐든지 손이 한번 더 거쳐가는 일은 피곤한 법.
아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