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일기 140

zzing(66)
Published in
#kr
Words
801
Reading
4 min
Listen
Play
8y

어젯밤은 원없이 멍하니 텔레비전만 몇 시간 넘게 본 것 같다. 역시 초반은 나혼자산다를 시작으로 그다음 다른 채널의 나혼자산다를 보고 MBC로 넘어가서 연민정이 주연으로 나오는 새드라마를 봤다. 그녀의 코와 턱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조화롭지만 클로즈업 될때마다 부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성형에 대한 생각이 못생긴것보다는 강남미인이 낫다고 생각이 바뀌어버린 요즘이라 멀리서 볼때마다 인형같은 그녀의 외모를 바라보며 저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봤다. 머리숱도 풍부하고 이미 20대를 넘겼지만 웬만한 젊은 여성보다 예쁜 그녀를 보며 채널을 돌렸다.

EBS 다큐프라임이 방송되고 있었다. 미얀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채널을 돌리지만 불교사원이 지어지는 순서를 그래픽으로 재현하는 모습이 흥미로워 채널을 고정시켰다. 신전 바깥에 다시 금으로 입혀진 신전을 쌓아올리는 광경은 실로 장엄했다. 계속해서 그 신전의 모습이 여러각도로 화면으로 나오고 나레이션이 이어졌다. 남편에게 물었다. "어떻게 저렇게 빛나지? 꼭 금같은데? "했더니 말도안된다. 저게 금이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어떻게든 다 가져갔을껄 이라며 보던 소설책을 계속 봤다.

그런가 하는 마음으로 나레이션을 듣는데 금이라고 한다. 천년전부터 이 사원을 위해 많은 금이 사용되었고 금을 입힌 것이라고 하자 남편도 다시 화면을 보았다. 그 곳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보시하여 부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였다.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금을 망치로 수없이 때려서 종이만큼 얇아진 금박을 파는 곳에서 금을 산다. 그리고 사원으로 가서 소원을 빌며 금박를 부처에게 붙였다. 너무 얇은 금이라 붙여도 그 끝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많은 금박들이 모여서 두께가 15cm가 넘게 되었다고 한다. 부처의 형상도 두리뭉실해져 있었다.

사원은 나라의 보물 1호가 되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원을 들른다. 나레이션은 말한다. 이 곳은 시간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는 곳이라고. 남편에게 우리엄마나 시어머니가 미얀마의 저 불교 사원을 보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거 아닐까 하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미얀마는 정말 화려하고 창대한(?) 거룩한? 아무튼 나라 전체가 불교인것 같은 보시가 생활화된 나라 같았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여보, 저기 가서 예수 이야기를 했다가는 죽음이겠는걸(;;;) 이라고 하자 진지하게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미얀마는 총기와 그런(?) 것들의 소지가 되는 나라라서 정말 위험하다고.... 우리는 방송을 보며 그런데 저 많은 금을 보시하는 국민들은 정작 아직도 잘 사는 것 같지 않네... 라고 하자, 그건 나도 이해가 안간다. 저 정도 금을 모아서 금사원을 지을 정도면 국민들에게 나누는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우리둘은 어리둥절했다(...)

하긴 사람의 마음을 담아낸 곳을 뜯어내어 나눠준들 다시 한 곳에 모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저토록 강렬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실로 존경스럽다. 본디 의심도 많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터라 어디 점을 보러가면 종교같은 것을 믿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 같은 타입은 한번 믿기 시작하면 고집도 황소똥고집이라 정말 (...) 독실한 종교인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애초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 정말 가끔 의지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나 자신에게 말하는 편이 훨씬 빨랐다. 그래서 그런것인가.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자책하는 경향도 많은 것 같다. 이런 것을 달리 종교인인척 말해보자면. 내 안에 부처가 산다. 내 안에 예수가 산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고 부처가 되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상을 남기고 미얀마편 방송이 끝났다. 어쩌면 제작진이 보여준 것은 나라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미얀마하면 금으로된 불교사원과 금박 보시밖에 생각이 안 날것같다. 강렬한 잔상(...) 지금 문통령이 금으로 된 사원을 짓겠다고 하면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탄핵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며 채널을 돌리는데 또 나혼자 산다가 나온다. 미얀마를 보다가 빅뱅의 태양이 연습실에서 백댄서들과 함께 링가링가 노래에 맞춰 그루브를 타며 스웩 넘치게 춤추는 모습을 보며 기묘한 마음이 생긴다.

손에는 명품시계를 차고, 연습이 끝나자 아주 비싼 외제차를 몰고 도로를 달린다. 자신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같은 팀의 멤버인 대성을 태우고 승리와 연락을 한다. 형 새차 뽑은거야? 하며 자신들끼리 깔깔 거리는 모습을 보며 미얀마도 내게서 멀게 느껴졌지만 그들의 삶도 미얀마 못지 않게 아주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편이 끝나고 다시 채널을 돌리니 또 나혼자 산다가 나온다. 이번에는 기안84가 태국 방콕에서 만화 원고를 마감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로 나와 쌀국수를 사먹고, 무에타이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는 모습이 나왔다. 태양보다는 조금 더 친근감이 느껴졌지만 시청하다 보니 기안의 삶도 나와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떠나고 싶을때 훌쩍 떠나서 3일 밤을 새어 만화원고를 마감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즐기는 중이라고 한다. 내가 기혼이 아니라도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그것 조차 쉽지 않다. 정해진 장소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라 장소의 제약이 크다.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데, 이미 그들은 한회 출연료로 나의 월급 몇 배이상을 벌고 있을꺼라고 생각하니 그다지 마음이 좋지 않다. 다음 채널을 돌리니 무한도전 팀이 방콕에서 10년만의 휴가를 만끽하는 내용이였다. 또 방콕이군.. 하는데 기안과는 달리 최고급 리조트 같은 곳에서 묵는 것 같다. 전에 김작가가 한국에 온 감상기로 티비를 틀면 화면에 꽉 차는 얼굴로 매번 같은 연예인만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려도 나오는 현상에 대해 말한게 생각났다. 그 글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다시 찾아봐야겠다. 비교할수록 비참해지는 걸 알면서도 티비는 인스타보다 더 착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려도 자기들끼리 여행가서 먹방하거나 즐겁게 놀았던 것을 방송하는데 사람들이 인스타를 보면 박탈감을 느끼면서 어찌 저런류의 것들은 잘도 보고 있는건지 생각해보았다. 너무 사는 갭이 차이나면 그저 관망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스타는 나의 지인들이 주인공이고 티비는 연예인이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믿었던 너마저. 이런 기분? 역시 우리나라는 돈이 최고야 하는 생각을 하며 미얀마에 사는 분들의 숭고한 마음이 금새 사라져버렸다. 왜 이런 이야기를 새벽부터 일어나 일기로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이 습관을 아직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글이 쓰고 싶을 때는 새벽이라도 일어나서 글을 쓴다.

아몰랑

아몰랑일기 140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