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작품 중 하나로 8번 비창 소나타, 23번 열정 소나타와 더불어 3대 소나타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잔잔한 분위기의 1악장은 베토벤의 작품 중에 가장 인기가 높은 곡 중 하나이며 그 덕분에 '월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베토벤은 1792년 그의 나이 22살때 빈(Wien)에 온 후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자 촉망받는 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그는 피아노 즉흥 연주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으며, 덕분에 귀족들의 연회나 사교모임 등에 초청 연주자로 자주 참석하였다. 그의 즉흥 능력은 정말 대단했는데, 예를 들어 피아노 협주곡 3번(op. 37)의 경우 초연 직전까지도 피아노 부분의 악보를 거의 완성하지 못하게 되자 실제 초연에서는 피아노 부분을 즉흥 연주로 갈음하였을 정도.
이 월광 소나타는 이러한 작곡가 본인의 즉흥 능력을 활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1801년에 완성된 이 소나타는"환상곡풍으로(Quasi una fantasia)"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작품번호 27의 두 소나타 가운데 두 번째 곡(op. 27-2)이다. 이 소나타는 같은 표제가 붙어 있는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E플랫장조(op. 27-1)과 마찬가지로 1악장이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 대신 즉흥곡(또는 환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13번 소나타의 1악장은 론도 형식을 갖추고 있고 나름 주제의 변화와 전개가 나타나지만 이 월광 소나타의 1악장은 진정한 즉흥곡의 의미에 걸맞게 구성의 묘미보다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정서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1악장의 낭만성은 21세기의 대중들에게도 상당한 호소력이 있어서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은 완성된 이듬해인 1802년 베토벤의 제자이자 그와 한참 썸을 타고 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되었다.
한편 베토벤이 이 작품을 음악을 사랑하는 눈먼 처녀를 위해서 썼다거나, 빈 교외 귀족의 저택에서 달빛에 감동하여 썼다거나, 연인(즉 귀차르디)에 대한 이별의 편지 차원에서 작곡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에 이런 내용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월광(月光, Moonlight)'이라는 별칭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며, 베토벤이 사망하고 5년이 지난 후인 1832년 베를린의 음악평론가이자 시인이었던 렐슈타프(Ludwig Rellstab)가 "제1악장의 분위기가 달빛이 비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의 조각배같다" 고 묘사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정작 베토벤 본인은 생전에 이 작품의 작곡 배경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다. 따라서 세간에 떠도는 이 작품의 낭만적인 작곡배경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만 보면 소나타가 작곡될 당시 베토벤의 상황은 상당히 우울했다. 베토벤은 1798년(또는 1799년) 경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청력장애가 시작되었으며 이 월광 소나타가 작곡된 1801년에는 귓병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고 귀차르디와의 연애도 여자쪽 집안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1802년에는 자살할 생각을 하고 유서까지 썼을 정도. 따라서 이 소나타의 낭만성은 아름다운 서정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이 처한 불행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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