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은 아재의 부치지 못한 팬레터...

Words
353
Reading
2 min
Listen
Play
8y

제목 없음.jpg

형, 더 퍼낼 것이 없이 쏟아내 채우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고 하고 떠난지, 그리고 무사히 보이스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형 음악에 더해졌을 미국생활과 다양한 음악적 경험들이 어떤 다채로운 빛깔로 채색될지를 생각할 때면 벅찬 기대와 뭉클해짐을 숨길 수가 없어요.

10집 예고편이었던 long goodbye에서 내심 얼마나
한국에서 형의 음악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그리워 했는지,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낚시터 저 멀리 풍광이 어디까지 펼쳐져 있을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싱글형태의 앨범 발매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형의 의견과 하나의 앨범으로써 완성된 작품에 대한 의지와 현 음반시장의 상황에서 앨범발매에 대해 고려해야하는 음악 외적인 부분들까지 다 이해합니다.

그저 형, 요즈음 이제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수많은 방송매체를 통해 새롭게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혀를 내두를만큼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아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런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음악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대중들 중 하나죠.
그렇게 음악을 소비하는 동안 제가 간직하고 있는 음악은 얼마나 쌓여져 왔을런지요. 다시 또 형의 음악을 들으며 출발선에 서있는 기분입니다.

문득 습관처럼 유투브에서 형 이름을 검색해보며 새롭게 업데이트된 곡을 찾다 30년이 지난 영상을 재생하며 다시 한번 형의 이름 세글자을 생각해봤어요.

30년의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의 것을 단단히 간직하고 있는 음악이 과연 몇이나 될지. 요즘 우리들에겐 단지 음악이라는 것이 잠깐의 시간을 흘려 보내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여러 즐거움의 대상 중 하나일 뿐인 것 같아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까이는 심사위원들, 멀게는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만이 성공한 가수로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대중의 사랑과 나의 만족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겠죠.
늘 히트곡의 부재를, 자신의 곡을 알고 있는 이들이 소수 지식인층이라며 자위하며 유머의 소재로 사용하는 형에게는 끝나지 않을 것같은 딜레마였던 적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콜드플레이의 인기가 마치 축복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고 오로지 순수히 취미로만 즐기고 싶다던 형의 마음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과 아이, 유학과 교수임용, 새로운 소속사의 많은 동료들.
많은 것들이 조금은 사뭇 과한듯 진지하고 심각했던 형의 예민함을 품어주었을 거라 생각해요.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음악하기 편안한 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팬의 마음으로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는 건 형의 정규앨범입니다.

늦어지더라도 그동안 음악 앞에서 게을러 본적이 없다고 얘기했던 형이니까 그만한 음악적 이유가 있을터라 기다리겠지만 요즘따라 부쩍 더 형의 음악이 그리워집니다.

가을에는 음원으로 long goodbye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건강하세요 형.

서른 넘은 아재의 부치지 못한 팬레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