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5.21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 ] '마음의 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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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는 '비커'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비커는 일정량의 내용물을 필요로 한다.

숨을 쉬지 않으면 산소부족으로 뇌에 문제가 생기고,

밥을 먹지 않으면 영양부족으로 몸에 문제가 생기듯,

비커를 채우지 않으면 분명 어떠한 문제가 발생한다.

누군가는 짜증과 불만이 쌓인 말들을 늘어 놓고,

누군가는 왠지 모를 무의미한 연애를 반복하기도 하고,

정말 몸과 마음에 병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 비커에 눈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도, 타인도 볼 수 없는 눈금으로 인해 많은 오해를 낳는다.


눈금이 보인다는 건 예컨데 이런 것이다.

퇴근을 했다.

오늘 '마음의 비커'는 20ml의 눈금을 가르키고 있다.

재빠르게 씻고 저녁을 챙겨 먹은 뒤 자리에 앉는다.

고된 하루였다 심호흡을 한 뒤 이어폰을 꽂는다.

눈금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40ml.

'아직 조금 부족한 거 같은데?'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 글쎄, 오늘 그 사람이 말이야. 이런 말을 하더라구. "

통화를 끊고 확인한 비커의 눈금은 70ml.

그제서야 잠자리에 든다.


오랜만에 친구와 술 약속을 잡았다.

친구는 만나자마자 연신 불만이 가득한 말들을 쏟아낸다.

예전 같으면 못본 사이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변했을까 싶었겠지만,

대신 빠르게 비커의 눈금을 확인한다.

5ml.

'큰일이군. 비상사태야.'

연거푸 마셔대는 친구의 잔을 빠르게 채워주고는 질문을 건넨다.

고생하는데 비해 직장 처우는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얼마전 인사드리러 갔던 여자친구집에서는 집이며, 차부터 물어보는 통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급기야 여자친구와 싸우는 바람에 이별할 위기.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태이므로 병원에서 바이탈체크를 하듯,

수시로 비커의 눈금을 체크하며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다행스럽게도 헤어질 때 그의 눈금은 20ml.

하지만 걱정이 된 나는 다음날도 그에게 안부를 묻는다.

스마트한 폰에서 가르키는 그의 눈금은 50ml.

' 여자친구와 화해한걸까? '

한시름 놓았다며 한숨을 쉬는 사이 노파심에 내 눈금을 확인한다.

40ml.

' 오늘은 곽진언인가? '

페이드 아웃과 동시에 눈금은 80ml을 가르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