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 누군가에겐 특별한 가족 나들이

zionjohn(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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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 완벽한 집순이에 가까웠던터라 할 수만 있었다면 평생 집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집 안에 빵, 초콜릿, 아이스크림 식량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아내와 연애하면서 다녔던 수많은 장소들이 아내에게는 대부분 처음 가보는 곳이라 늘 놀라곤 했다. 그렇게 가난한 커플은 차도 없이 버스고 지하철이고 갈아타고는 걷고 또 걸어 부산시민 누구에게나 익숙한 곳을 여기저기 누볐다.

임신을 하게 되면서 아이의 몸무게를 의식한 가벼운 야외산책 외에는 바깥활동을 삼갔다.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의 체온 유지를 위해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비자발적으로 다시 집순이가 된 것이다. 열은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에게 두려움 그 자체다. 유일한 외출시간인 병원 정기검진을 위해 오가는 차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조금은 들뜬 아내의 표정을 백미러를 통해 곁눈질하며 어서 외출이 자유로울만큼 아이가 자라 자주 그 표정을 짓게 해줘야지 생각했다.

100일을 넘기게 되면서 양가 어르신들 댁을 자주 오갔지만 막상 가족 나들이라 부를만한 외출은 없었다. 아무래도 부모님 댁 방문은 기분을 낼만한 외출이 되기 힘들다. 한주도 쉼틀없이 양쪽 집을 불려가다시피 오가다 보니 어느날 아내가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을 했다. 손주보는 낙이 유일하신 부모님들께 다른 효도가 있을까 싶어 우리가 조금 힘들어도 자주 보여드리자며 시작한 발걸음이었지만 막상 아내 말을 다 듣고 나니 아내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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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이지만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고 전날 밤 여러 곳을 검색한 후, 별 거 아닌 외출에도 큰 맘을 먹고 주섬주섬 아이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근교 카페를 찾아 새롭게 닦인 고속도로로 진입하며 그제서야 우리 가족은 이 특별한 나들이를 실감했다. 아이는 차만 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게 잠에 들었지만 그 조용한 평화 또한 축복같이 느껴졌다. 톨게이트를 지나 네비게이션을 따라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쯤, 영어로 된 상호명을 순간 놓쳐버렸다. 1차선으로 쭉 이어진 도로를 따라 차를 돌릴 공간을 찾던 중,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같이 있하던 동생과 와 봤던 카페였다. 그 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언제 한번 아내를 데리고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상호명을 몰라 동해 어디쯤이었는지 지도를 보며 찾았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못 찾았던 그 곳이 여기 존재하고 있었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설정해뒀던 목적지에 갈 이유가 사라지자 네비게이션을 종료하고 아내에게 새로운 목적지를 소개했다. 아내는 나를 두고 이리 좋은 곳을 왔었냐며 핀잔을 주었다. 차에서 내려 그 동안 오래도록 잠들어 있었던 카메라를 꺼내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한 때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작품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 때와 달라진건 지금은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담는 일이 우선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아이의 눈에 담아주고 싶은 풍경이었다.

" 예성아, 이게 바다라는 거야."

" 어때?"

바람이 불어 코에 찬바람이 들어간다며 아내가 그만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길지 않은 나들이였지만 우리 가족에게 충분히 특별하고 특별했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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