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칼 세이건 - <창백한 푸른 점>
오늘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주에 우리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외계인이 존재한다 가정하고, 외계인이 지구인의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기특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당황하면서 이해하지 못할까.
그런 엉뚱한 생각이 이어져 나에게 절대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인 영화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구인들은 '극장' 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화면을 보면서 서로 다른 감정들을 느끼고, 때로는 공유하는데 외계인도 그런 문화라는게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일까. <인터스텔라>에서 보았던 5차원적인 체험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문화일까?
어쨌든 어떤 형태로든 영화라는 독특한 언어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주 작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영화라는 신비로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우러러 봤었고, 지금도 그렇다.
외계인이 영화를 본다면 우리를, 이 지구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수단이었으면 좋겠다.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는 지구의 각종 정보와 메세지를 LP판이라고 한다. 음반의 이름은 THE SOUNDS OF EARTH(지구의 소리)이다. 지구에서 쓰이는 기호 뿐만 아니라 음성 정보, 인간의 수 체계를 설명하는 이미지도 담겨있다고 한다.
지구 밖 저 멀리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나 지적인 존재가 발견하기는 굉장히 어렵겠지만, 훗날 영화라는 매체도 우주 밖으로 멀리 유영하여, 우리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