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부터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냥 자던지 혼자만의 무언가(낙서하기, 소설•만화책 보기 등)를 몰래 하는 수준이 아닌 대놓고 수업에 엇박을 놓고 교사에게 대들고 교실을 뛰쳐 나가는 수준까지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위치한 곳이 정말 시골이라 아직 '교실붕괴'에 대해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아이들이 수더분하게 수업과 교사를 대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 했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여자선생님들의 수업에서 일어났고 좀 더 단호하고 무섭게 교칙들을 들이대며 엄벌로 대하면 학생들의 행동이 수정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좀 더 엄하게 교칙을 적용하고 벌을 주었지만 반성의 모습은 당장 벌을 받을 때 뿐이고 오히려 문제행동은 심해져갔다.
연대의식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체기합을 하기도 했고 이것이 되려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교사와 멀어지게 하는 거 같아 이벤트사를 불러 친목다지기 목적의 명랑 체육대회 같은 것도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교나 수업, 교사를 대하는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단지 그때 그때를 모면할 뿐이었다.
너무 힘들기에 교사들이 자주 모여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전회의를 가졌다.
대부분은 학생들에 대한 원망, 변한 시대에 대한 한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우리 교사들의 비상회의에서 해결의 실마리들은 우리 교사들이 학창시절을 보내며 이전 세대의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수정을 위해 했던, 즉 우리 교사들이 학생일 때 당했던 방법에 기반하여 논의되었다.
결론은 잘 나지 않았고 기껏 결정되어 시도하는 방법들은 번번히 실패하였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를 더 싫어하게 되고 수업은 더더욱 들으려 하지 않았다.
교사끼리 해결책이 찾아지지 않자 일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학교가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 때문이라 했다.
자리에 앉아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는 것을 꼼짝없이 듣고만 있어야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수업 듣고 공부해봐야 시험 성적 잘 나오는 애는 몇 명뿐이고 교사는 그 아이들만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자신들은 영락없는 죄인 취급 받으며 아무렇게나 대해지는 게 싫다 말한다.
그래서 수업이 싫고, 교사들이 싫고 수업 속에서 경쟁 해야하는 교실 속 친구들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에 연장으로 부모들이 자신을 모자란 혹은 나쁜 아이로 대하게 되어 부모들도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좌절하고 미움받고 증오를 키워가고 있었다.
공부를 잘 하고 얌전한 아이도 그 나름의 입장에서 수업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많이 상심했다.
나 자신은 교사로서 할 도리를 다 한다고 여겼고, 열심히 수업하고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살아 온 교사로서의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교사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모여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교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인 수업을 바꿔보려 했다.
당장 수업의 가시적 변화를 가져와야 했기에 모든 수업 기법을 공부해서 각자 실천해 보기로했다.
거꾸로수업, 하브루타, 토의토론, 협동학습, 액션러닝, co-teaching 등 여러 수업 기법들의 시도가 있었다.
이전까지 늘 그렇듯 각 수업 기법에 대한 연수를 듣고 그 매뉴얼을 숙지하고 와서는 수업에 그대로 적용해보는 식이었다.
나의 경우 1급정교사 연수에서 겉핥기로 배운 액션러닝을 시도하다 교사의 액션으로 진행되는 변종의 수업을 하기도 했다.(2차함수로 체조를 만들기도 했다....)
2명의 수학교사가 같이 들어가 코티칭을 하려 시도하기도 했다.(타 교과의 연계나 융합수업을 시도하려 했으나 교과의 벽 또는 교사들의 벽이 높았다. 그래서 그냥 수학교사 2명이서 연합했다.)
이러한 시도 중에서 그나마 협동학습과 토의토론 수업이 좀 오래 살아남고 나머지 방법들은 금방 사그라져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수업을 싫어했고 수업방법이 바뀜에 따라 '이번에 선생님이 뭘 연수 받아서 우리에게 써 먹으려나'라는 식이거나 '이런다고 뭐 변하는 거도 없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