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다단계 사기꾼 조보한.
사고로 인해 전생으로 돌아갔는데,
그의 전생은 종이었으니.....
'길삼봉전'
1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시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년 전, 서울 중심에 있는 호텔 스위트룸.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우루루하고 몰린 언론의 공세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모르면서 마감조의 농간에 따라 몰려다니던 피해자들이 전국을 휩쓸고 있었지만 서울중심에 편안하게 우린 살아가고 있었다.
언론은 늘 그렇듯이 약간의 과장과 조롱을 섞어 피해자들을 약 올리면서 우리들을 포장해주었다. 그 방송이 끝나면 사람들은 입으로는 나쁜 놈들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머리로는 대단한 놈들이네, 당한 놈들이 멍청한 거지 하는 거다. 그들은 실상을 밝히는 듯, 일반인들은 생소한 우리의 일부분은 보여주지만 깊이는 들어오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로선 그들이 고마웠다. 방송에 우리의 얼굴이 밝혀지고 경찰이 압력을 받아 더욱 수사에 고삐를 당길 거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참 순수한 사람이다. 물론 경찰들은 우리를 찾을 것이다. 그들의 일이니까. 잡으면 대박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기도 전에 피해갈 구멍이 뚫린다. 우리 조직은 심지어 경찰이 알고 있는 것보다 다섯 배는 더 크고 치밀하다.
침대에서 나른한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향하는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네 명이었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그 텐 프로 룸, 영업부장이 추천한 컬러풀 세트였다. 남미, 흑인, 백인, 그리고 한국 여자가 황제들이 받는 다는 트리플 서비스 보다 더 격한 서비스를 해줬다.
처음엔 신기하고 야릇했지만 그것도 이젠 지겨워졌다. 욕망이란 가지지 못할 때만 뜨거운 거다. 처음 가질 때 그 열기는 반으로 사그라들고 그 뒤론 희미해진다.
네 명 중 한국여자가 일어나서 나를 바라보았다. 약에서 아직 깨지 못한 얼굴이었다. 알아주는 예대의 무용과 학생이라는데, 몸매와 얼굴로는 인정하지만 사실인지는 모른다. 여자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흔들며 물을 달라고 했다. 나는 다가가며 물을 마시고 반 쯤 차 있는 물병을 그녀의 머리 위에다 부었다.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가 나를 쏘아봤지만 내가 웃자 그녀도 이내 따라 웃었다.
그녀의 눈엔 내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보일 것이다. 지난밤에 쪽쪽 빨아대며 그녀가 말했었다.
“나는 이게 돈을 짜는 거 같아 오빠.”
나는 바로 옆 서랍에서 오만 원 권 한 뭉치를 뿌려주었었다.
그때 호위조 막내가 들어왔다. 그 녀석은 넢죽 아예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조아리고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삼으로 지금 모시라고 합니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 나는 물병을 던지며 물었다.
“왜?”
“저는 거기까지만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물병을 맞고서도 얼굴하나 찌푸리지 못하고 놈은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갑자기 놈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목소리를 낮추고 침대 위를 보며 말했다.
“야, 시간 아직 있잖아. 너 백인, 아니 흑인 한 번 타볼래? 가서 골라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막내가 고개를 들어 슬쩍 침대 위의 여자들을 힐끗 보고는 빨갛게 변한 얼굴로 얼른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 죽습니다. 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욱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걸 느낀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니들 큰 형이 나보다 무서워? 그런 거야?”
당황한 녀석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곤 대답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뭐든 하겠습니다.”
“벗어!”
“네?”
“너 진짜 여기서 창문 열고 뛰어 내리고 싶어? 내가 지금 숨어지내니까 만만해보여?”
막내가 아주 울상이 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대표님은 제 우상이십니다.”
“우상?”
“네 그렇습니다. 저는 꼭 대표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그럼 벗어!”
막내가 겨우 상의부터 벗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에 여자들도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눈치를 챈 한국여자가 킥킥거리며 웃어댔다. 나는 그 한국여자에게 소리쳤다.
“와서 벗겨줘! 그리고 니가 세워 저 새끼 거.”
여자가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떨었다.
“오빠~ 나 화장실 가야된단 말이야~ 백인 시켜~”
“아 오늘 여러 가지가 내 말을 먹네. 안 되겠다.”
이제 바지를 벗기 시작한 막내에게 손을 내밀자 막내가 전화기를 꺼내 두 손으로 건네주다가 넘어졌다.
내가 전화기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상황파악이 된 한국여자가 벌떡 일어나 달려와서 막내를 일으키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전화기를 옆에 던지고 샤워실로 향하며 막내에게 물었다.
“골라! 누구야?”
앞에서 벗은 몸으로 속옷까지 벗겨주는 한국여자 때문에 눈을 하늘로 향한 막내가 겨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리곤 막내가 힐끗 한국여자를 보더니 말했다.
“전 그냥.......”
한국여자가 그런 막내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일부러 크게 뜨고 여자에게 말했다.
“니가 알아서 해줘!”
여자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두고 난 샤워실로 향했다.
역삼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상기된 얼굴로 조수석 의자를 바짝 당기고 앉은 막내에게 물었다.
“너, 내가 우상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왜?”
녀석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난 녀석의 옆얼굴을 보면서 지난날의 어느 내가 생각나서 가라앉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었다.
내 마른 웃음소리를 눈치 챈 건지 녀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져서 손을 내밀었다가 거두고 창밖을 보았다.
테헤란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분주히 걸어가고 있었다. 낮인데도 그들은 아침처럼 활기차게 걷고 있었지만 표정은 늦은 밤의 찌든 표정이었다. 그러다 누군가를 거리에서 만나면 바로 방긋 미소 짓는 가면을 썼다.
차가 멈춰 선 곳은 고급 일식집 앞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하고 있는데,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 궁금하겠지. 되묻자, 당신은 그 방송에 나온 내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나? 설사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마감조에서 작업한 예전 사진이다. 그들이 가진 사진조차 우리가 조직적으로 대응한 거다. 물론, 내 얼굴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을 볼 때 얼굴을 먼저 보지만 체감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기억한다. 그 사진속의 내 이미지는 수배자 사진들이 거의 그렇지만 후줄근한 도피자 분위기다. 지금의 나는? 내 구두 하나만 해도 수십만 원이다. 내가 걸친 것들 다 합하면 세단을 산다. 더구나 내 차 앞엔 벤이 서고 거기서 건장한 남자들 넷이 내리며 내 차에서 또 막내가 내려 나를 감싼다. 당신이 내 앞에 어떻게 우연히 선다고 해도 내 분위기에 눌려 내 이미지는 당신이 본 그 방송의 이미지는 연결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그렇게 사람들의 심리 속 허점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사업이다. 언론에 보도 되었듯, 나는 단군 이래 최고의 다단계 사업가다. 사기꾼이라고도 부르지만 모두 속으론 나를 부러워한다. 저기 내 앞에 문을 열고 고개를 푹 숙인 저 막내를 보라. 녀석에게 정말 나는 우상인거다. 피해자라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일대일로 만나면 모두 나를 우러러본다.
안내받고 들어간 룸엔 마무리조 부팀장과 전산팀 부팀장, 그리고 호위조 조장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번엔 낙마 했지만 3선을 한 의원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모두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개기름 번들거리는 전 의원이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는 자신이 앉아 있던 상석을 권하고 내가 앉자 옆에 앉았다. 호위조 조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일부러 더 과장해서 경직된 얼굴을 해서 정말 거리감 느껴지는 딱 조폭 두목의 얼굴을 가진 저 사람을 나는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즈음에선 달래야 한다.
“어, 그래 얘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어. 역시. 안목이 좋아. 항상 든든해.”
전산팀 부팀장이 헤헤 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회장님. 안목이지요.”
전의원이 과장해서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했다.
“그럼, 그럼. 우리 회장님 안목이지요. 내가 회장님 눈 밖에 나서 지금 여의도 못 간 거잖아.”
이 자식은 타이밍도 참 잘 잡는다. 얄미워서 쏘아 붙이고 싶지만 여기서 대응하면 안 된다. 살짝 웃어주고 나는 마무리조 부팀장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는 내 눈에서 질문을 읽고 대답했다.
“잘 계십니다.”
구치소에 가 있는 마무리조 팀장 이야기였다. 역시 전의원이 타이밍을 읽고 들어왔다.
“아 자식들. 제가 알아듣게 이야기 했는데 그러네요.”
나는 또 다시 무시하면서 부팀장에게 물었다.
“처리는?”
부팀장이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위임장 다 긁어서 청원서 넣었습니다. 그리고.......”
부팀장이 전 의원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전 의원님께서도.........”
전 의원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회장님. 금방 처리 됩니다. 위임장까지 들어갔으니.”
이젠 살짝 긁어줘야 한다. 이놈은 필요한 놈이다. 나는 손을 내밀어 덥석 잡아 오는 놈의 손을 살며시 다른 손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미소를 더해줬다.
전 의원은 내 입에서 무슨 말인가 나오길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여기서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웃어주면 되는 거다. 그리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나는 전산팀 부팀장에게 나무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끔 판단이 흐려질 때도 있어. 그럼 알아서 챙겨줘야지. 그게 당신 일이잖아? 뭐 계산기 잘 두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은 숫자로만 되는 게 아니니까.”
전산팀 부팀장은 노련하게 바로 표정을 바꾸고 송구하다는 듯 고개까지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작은 한 숨을 내쉰 전 의원이 조금 만족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이번엔 걱정 없이 지역구 잘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저기 왜 그렇게들 손을 벌리는지.......감사합니다. 회장님.”
나는 또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속으로 욕했다.
‘븅신아, 난 아무 것도 약속한 게 없다.’
일식집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차를 간단히 마신다음, 다 보내고 단 둘이 남자 전산팀 부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팀장님께서 곧 중국으로 모실 거라고 합니다. 먼저 가서 사전 작업을 다 마친 거 같습니다. 국내에서 연결 할 보트만 준비되면 바로 모시겠습니다.”
“중국까지 꼭 가야 하나?”
부팀장이 아예 몸을 들이대며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주워 담았다.
“가는 보트로 흔적을 남기고 그 보트 주인이 공개하게 한 다음 중간에서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중국엔 대타가 갑니다. 일단 중간까지는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중국에선 서류만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최종 흔적은 서류만으로는 힘듭니다.”
그러니까 밀항 보트를 구해 보트 주인에게 얼굴 도장을 찍어서 내가 중국에 간걸로 확인 시킨다는 거다. 부팀장은 거기까지만 알고 있겠지만 아마 팀장은 그 외에도 또 다른 작업을 해놨을 거다.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는 걸로 팀장은 이 세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자 이제 상을 줄 타이밍이다. 그리고 가서 좀 쉬고 싶어졌다. 곧 모든 게 끝날 것이다. 나는 부팀장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줬다.
“부산에 있는 거, 정리해서 나눠가져.”
부팀장이 놀라는 얼굴로 고개를 연신 숙이며 인사했다. 자식, 거기까지 계산 했을 게 분명한데. 역시 이 바닥 놈들은 너무 뻔뻔하다.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전산팀 부팀장이었다.
‘저 회장님.’
"왜?”
‘저... 전산팀 2조장이 잠수를 탔습니다. 광수대랑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뭐?”
내가 큰 소리로 말하자 기사가 알아서 차를 대고 멈춰 섰다. 기사는 그리고 알아서 내렸다.
ㅡ 다음 화에 계속
허구의 창작된 이야기로 사실과 관련이 없으며 등장인물에 누군가 연상되더라도 그것은 우연일뿐입니다.
폭력적, 자극적인 성인물의 구체적 묘사는 없으나
15세 이상만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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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sdiy님께서 그려주신 소중한 대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