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장은 정말 아이가 기어다니기도 전에 입사해
여섯살 꼬마숙녀가 된 지금까지 꾸준히,
그리고 단 한번의 지각이나 무단결근없이 성실히,
만 3년동안은 무려 주6일제로 가족들 얼굴보다 동료들 얼굴이 더 익숙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다녔던 회사입니다.
작년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하면서 이러저러한 사측과의 갈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협상 끝에 단축근무를 하게되는 되었으나
여전히 퇴근이 늦다보니 '육아'를 하기 어려운 요건에 놓였습니다.
5시에 모든 친구들이 하원하고 하염없이 엄마만 기다리며
2시간이 넘도록 혼자 놀고 있는 내 아기
가장 늦도록 집에 못가는 내 아기
'뭣이 중한디' 법칙에 대입해보면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냈습니다, 육아휴직 신청서!
으.............
솔직히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내가 너무 책임감이 없는 건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남겨질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제 그냥 나와 내가족만 생각할랍니다.
사담이지만, 애기가 태어나고 6개월 됐을때 대기업 계열사에 최종면접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압박면접이었는데요. 본인이 다른 지원자보다 월등한걸 말해보라고 해서
"애까지 있으니 책임감이 남다르다"라고 대답했었죠.
그때 면접관님의 답변을 잊지 못합니다.
"엄마가 자기 애를 직접 기르지도 않는데 무슨 책임감이냐"고.
네 여까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인정하는 부분이고
면접관님 쎄이 애기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니
제가 낳은 아기는 제가 책임져야 맞는거겠죠. 그게 책임감이겠죠.
어차피 전임 팀장님, 동료들 몇십여명이
뒷사람 신경 1도 안쓰고 모두 훌훌 털고 그냥 떠났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저라고 뭐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요.
대단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요.
휴직 신청서가 승인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만약 승인된다면 1달 뒤부터 저는 휴직에 들어갑니다.
유부녀의 신분으로 다시 직장 구하는 거 정말 힘든 거 알고 있고
갓난애 업고 어르고 달래며 취준하던 시절을 잊지 않았으나
지금은 먼 미래보다는 한치 앞만 생각하렵니다.
사실 지금 상황이 뭣같아서 도피하는 것도 맞고 ㅇㅇ....
아무튼 서류 한장이 뭐라고
서류 내기 전까지는 생각이 오조억톤 정도 돼서 목가누기도 힘들었는데
서류를 내고 나니 생각이 아주 nothing합니다..
내 생각들 어디갔냐고?
다 중동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