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회식자리에서 제 마음을 움직였던
어느 신인배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혹시나 실례가 될까 배우의 이름은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본 리딩이 끝나고
식사와 가벼운 음주를 하고 있던 도중
감독님께서 "주목"이라며 시선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엷은 미소와 함께
한 신인 여배우를 앞으로 보냈습니다.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 앙증맞은 머리띠,
조금은 서툴러 보이는 화장..
앳된 소녀의 느낌이였습니다.
노래를 시키려고 하나? 생각할 즈음
신인 배우는 구석에서
큰 박스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고는 박스안에서
칫솔 두 개가 들어있는 지퍼백을 꺼냈습니다.
잠시 망설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사장님께서 열심히 산다며, 드라마팀 나눠주라고 칫솔을 보내주셨어요! 하나씩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얼마나 절실한지
신인 배우의 삶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알수없는 온갖 감정이 뒤섞였습니다.
지퍼백 안에는 칫솔 두 개와
잘 개어진 편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의 감독님, 작가님, 배우분들, 그리고 모든 스텝분들님!
저는 이번 작품에서 **** 역을 맡게 된 **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칫솔과 편지를 드리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저희 사장님 덕분인데요.
평소 특별한 일정이없을 때 칫솔을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게 일과 연기를 병행하려다 보니 잦은 스케줄 변동에, 가끔가다 실수를 할 때가.. 좀 있지만!ㅎㅎ
그런데도 열심히 산다며 격려해주시고, 딸처럼 이쁘게 봐주셔서 오늘 이렇게 감사하게도 칫솔을 보내주셨어요.
이런 경험이 너무 생소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드려야할지 혹여나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그냥 '어느 신인 배우가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아무쪼록 날도 더운데 작품을 위해 힘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있을 촬영 웃음이 끊이질 않는 즐거운 촬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작품에 폐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연기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그럼 모두 모두 파이팅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얼마나 고심해서 썼을지..
큰 박스 들고 지하철 타며 얼마나 생각이 많았을지.. 어떻게 말할지 수 없이 연습했을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게
얼마나 힘들고 용기있는 일인지 알기에
멋있고도 부러웠습니다.
조만간 연기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 하나 사서
그 신인 배우에게 전달할까 합니다.
그 배우가 꼭 잘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