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닫고 싶지만 몸을 일으키긴 싫다. 여름이지만 아직 긴팔 옷을 입는다. 나는 연약하니까, 한여름에도 추위에 벌벌 떨곤 하니까.
잠들기 전엔 분명 '내일은 병원에 가야지. 벌써 며칠 째 약을 못 먹고 있잖아. 미루면 미룰수록 더 가기 싫어질 거야. 결국엔 가야 하잖아'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오늘도 병원에 가고 싶지는 않다. 견디어지지 않을 무렵이 되면 알아서 찾아가게 되겠지.
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 병원에 가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하는 바람. 아무렇지도 않게 만원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많은 바람들이 바람처럼 다가와 흩어진다.
오늘의 아침은 못내 우울하다.
작년의 일기를 꺼내어 읽었다. 작년에는 괴로운 일들이 많았다.
2016년 6월 2일
아침: 괜한 늦잠에 괜히 서러웠다. 그립지만 보고싶지는 않은 이들에 관한 꿈을 꿨다.
낮: 마음은 홀로 괴로웠다.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방황했다.
저녁: 슬픔은 동그란 공처럼 뭉쳐 눈앞을 둥둥 떠다닌다. 외면할 방법이 없다.
2016년 6월 5일
커다란 무력감이 종일 나를 짓눌렀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고 그냥 멍하니 누워
이대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만
그런 마음만 가득했어요
내 존재가 거대하게 부풀었다가
한순간 빵 하고 터져버렸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보고싶었어요 온종일
내년은 어떨까, 즐거운 일들이 있을까.
오늘은 정말로 꼭 병원에 가야겠다.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고 싶어요.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