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투자자를 만나다
◆ (1)편
이 분은 중형 성장주 투자에 뛰어난 감각을 발휘하십니다.
이 분은 모멘텀을 중시하시지만, 그렇다고 아주 이상한 종목(소위 테마성 혹은 위스퍼링 주식들)을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펀드를 운용하시니 펀드에 기본적인 종목 선정의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종목들 중에서 본인이 좋아하시는 성향의 종목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으시는데, 성장주 투자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3가지를 체크하신다고 합니다.
그 3가지는 "업황-수혜폭-모멘텀"입니다. 이 분은 기본적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이 Bottom-Up이라기 보다는 Top-Down 방식이십니다. 그렇다고, 경제-자산-섹터-종목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고, 산업-종목으로 내려오는 방식이죠. 종목 선정에 가장 중요시 하시는 것이 "업황"입니다. 종목이 아무리 싸 보여도 업황이 좋지 않으면, 의미있는 비중으로 투자하지 않으십니다. 즉, 종목이 속해있는 산업 혹은 하위 영역이 수요가 좋거나 구조조정이 되었거나 뭔가 변화가 생겨서 소위 말하는 업황이 좋아지는 종목군들을 좋아하십니다.
업황이 좋아지는 종목군들을 일단 다 선정하시면, 그 종목들을 다 탐방다니고 각 종목들 중에서 수혜폭 순으로 순위를 매깁니다. 이 때 Valuation을 보지 않고, 오로지 누가 업황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그 폭이 얼마냐에만 집중한다고 하네요. 그러면 "주도군-추종군-래깅군"이 보인다고 합니다. "주도군"은 업황이 좋을 때 실질적인 수혜가 가장 큰 종목들입니다. "추종군"은 "주도군"보다는 산업 내 위치가 열위하지만, 업황이 좋으면 이익의 변화가 큰 종목들입니다. "래깅군"은 수혜가 크지는 않지만, 업황이 좋아서 콩고물이 떨어지는 종목들입니다.
주가는 통상적으로 주도군-추종군-래깅군 순으로 오르지만, 본인의 경험상 "주도군"을 바닥에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주도군"은 주가가 가장 쎄고, 또 업황의 척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의미있는 비중을 가져간다고 합니다.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종목군은 역시 "추종군"이라고 합니다. 업황이 좋아질 때 이익 증가폭이 가장 큰 업체들이고, 또 주도군에 집중한 투자자들이 아직까지는 확신을 못하기 때문에 일찍 움직이면 "추종군"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추종군"이 될만큼 업황이 좋아야 한다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마지막 "래깅군"은 사람들이 종목 찾기에 혈안이 되면 움직이는데, 본인은 "래깅군"은 업황에서 매수세가 분산되는 시그널로 해석하기 때문에 "래깅군"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 "주도군"에서 얼마만큼 매수세가 빠져나가는지를 항상 조심하면서 지켜본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업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업황 내에서 주도군과 추종군 위주로만 투자하는데, 주도군 보다는 추종군에 조금 더 자산 배분을 많이 하며, 래깅군이 강하게 움직이면 업황과 주도군의 모멘텀이 약해지는 시기에 대해서 주의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 (2)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분은 성장주 투자를 할 때, "업황-수혜폭-모멘텀" 순으로 체크하십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업황이 좋은 업종에 의미있는 투자 비중을 실으십니다. 그리고, 그 업종 내 종목들을 "주도군-추종군-래깅군"으로 분류하시고, 그 중 "주도군"과 "추종군"을 주력으로 투자하시고, "래깅군"은 매수세가 흩어지는 Indicator로서 체크하시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십니다. '테마주 2군 투자'라고 하시는 분도 있으신데,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면을 많이 보시고, 테마주를 지양하시고, 실체가 보이는 업종에 투자하시는 등 검증된 투자를 하십니다.
개별 성장주 투자에 있어서 모멘텀 전략은 다음과 같이 활용하신다고 합니다. 이 분은 성장주 투자를 함에 있어 개별 모멘텀이 중요하시다고 봅니다. 가치 투자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이 분은 이걸 실수라고 지칭하시더군요.)는 지나치게 Valuation을 따지다 보니 일찍 Exit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십니다.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 개별 기업들이 어느 수준까지 이익을 낼지 모르는데, 가치 투자자들은 굳이 평균적인 수준의 이익을 가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Valuation하기 때문에 중간에 매도한다고 합니다.
본인은 업황이 Up Cycle이면 최고 수준의 이익까지 가정하고 또한 최고 수준의 Valuation까지 열어 놓고 매매를 한다고 하십니다. 초기 주가상승 단계는 상당히 폭발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이 시기의 주가 등락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주가 조정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신다고 합니다. 다만, 본인도 가치 투자자들이 Exit하고 나서는 조금씩 리스크 관리 모드로 들어가신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얼마 전에 읽은 존 템플턴의 글과 일맥상통합니다. 업황이 좋은 성장주 투자에서 가치 투자자들이 Exit하고 나면, 이 후로 남아있는 투자자들은 성향이 두 부류라고 합니다. 같은 성장주 투자자들이거나 아니면 주식에 대해서 가치관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불나방 투자자들이라고 합니다. 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Valuation의 의미가 퇴색되고, 소위 PER 30배 정도(딱 30배는 아니고, 비유를 들자면 30배라고 하신 겁니다) 이상에서는 성장주/불나방 투자자들끼리 매매하는 영역이라고 하네요. 이 시기에 PER가 30배, 40배, 60배는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가치 투자자들의 제어 기능이 없기 때문이죠.
이 상황에서 본인도 Valuation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산정한 최고의 주가(=최고의 이익*최고의 Valuation) 이하에서는 모멘텀 업황으로만 매매하신다고 합니다. 실적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보유하신다고 하네요. 매도의 이유는 크게 3가지인데, (1) 실적 모멘텀의 꺽일 때, (2) 소위 "래깅군"으로 매수세가 너무 분산되어 "주도군"의 힘이 약해질 때, (3) 최고의 주가를 벗어나 상승할 때입니다. 최고의 주가를 벗어나 상승하면 이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버블(Bubble)의 영역이라고 하시면서 전량 매도하신다고 합니다.
전 이 분의 말씀을 듣자니, 두 개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일전에 리뷰한 존 템플턴의 글 <매도자가 다 떠난 시장에는 매수자만 남아 있다>에서 "시장은 한창 번창하고 있었고 이제 마지막 매수자가 진입하고 있었다"라는 역발상 접근법과 함께 페르 박의 <모래더미 실험>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면, 기본적 분석가에 비해 추세 추종자의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오르면 많은 기본적 분석가들이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게 되고, 그 대신 주가 상승에 이끌려 계속해서 몰려드는 추세 추종자들이 시장을 채워나갈 것이다"라는 글입니다.
이 분은 버블 이전까지의 주가 상승을 정말 잘 활용하시는 투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과 준비를 했을까하는 존경심도 들었구요. 어설프게 배운 사람은 이 분의 기술을 따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정말 투자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 (3)편
(1)편과 (2)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분은 성장주 투자를 할 때, "업황-수혜폭-모멘텀" 순으로 체크하시고, 업종 내 종목들을 "주도군-추종군-래깅군"으로 분류하시는데, 그 중 "주도군"과 "추종군"을 주력으로 투자하십니다. 업황이 Up Cycle이면 최고 수준의 이익까지 가정하고 또한 최고 수준의 Valuation까지 열어 놓고 매매를 하는데, 실적 모멘텀이 꺽이거나 매수세가 너무 분산되어 주도군의 힘이 약해질 때,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주가를 벗어나 상승할 때에는 매도한다고 하십니다.
이 분은 본인도 가치투자를 존중한다고 하시고, 본인의 투자 스타일도 범 가치투자 범주라고 하십니다. 이 분은 가치투자라는 용어를 제약하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가치투자는 소위 말하는 가치주 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가치주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저Valuation주", "자산주", "해자를 갖춘 안정주" 등으로 너무 고착화되었다고 보십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가치가 없는 주식은 없다고 보고, 본인도 가치를 보고 투자하신다고 주장하십니다. 가치를 보는 관점이 다른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에, 가치투자라는 용어를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이 분의 주장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가치투자 모임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펼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낮은 Valuation 자체가 가치주의 특징은 아닌데 말입니다. 저도 이런 치우침이 많은 편인데, 이 분의 말씀을 듣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것은 좋지만, 가치에 대한 정의는 늘 새롭게 해 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분은 또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여러 펀드들의 노력 부족(?)도 지적하셨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50% 상승여력이 있는 종목의 주가가 25% 빠지면, 상승여력이 100%가 되는 것이니 이럴 때 더 사야 한다"라는 것인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비현실적이라고 하십니다. 본인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런 종목들의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밸류트랩(Value Trap)에 빠진 종목들이 많아서 실제 본인 매수가까지 회복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합니다. 또한, 가격이 빠진 것인지 가치가 훼손된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도 많다고 하네요. 즉,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실제 대응하기 엄청 힘든 말이라고 하십니다.
가치투자와 관련해서 또 하나 말씀하신 것이 변명이 많다는 것입니다. 가치투자 펀드들이 수익률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주식들이 안 올랐고, 이제 오를 것이다", "시장이 대형주 위주로 진행되어 우리가 가진 소형주들이 안 오른다" 등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이는 노력 부족에 대한 변명일 수 있다고 하십니다. 듣는 저도 뜨끔했습니다. 물론, 저도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고 본인 성향이 맞지 않는 장은 견뎌야 하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지만, 과연 그것인지 아니면 본인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 존버하는 것인지 구분해서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본인께서는 가치투자를 철학으로 하시지만, 가치투자 중 성장성 가치에 대한 비중을 좀 더 두는 투자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십니다. 성장성 가치가 적은 주식은 주가가 오르면 Valuation 캡이 있어 상승이 이어지지 못하고, 일정 수준에서 주가가 막히지만, 성장성 가치가 큰 주식은 이러한 캡이 없어 쭉 갈 수 있어 이런 주식을 선호한다고 하십니다. 물론, 본인도 워렌 버핏과 같은 Buy&Hold 전략보다는 Trading 비율이 높지만, 그건 한국적 적응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분과의 만남은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고수가 많고 나는 여전히 배울게 넘친다고 반성하게 됩니다. 100%는 동의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투자를 생각하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