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34. 넛지효과

yangmok701(63)
Published in
#kr
Words
343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하는 '넛지'라는 단어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공저인 <넛지>에 소개되어져서 유명해진 말이다. 이들에 의하면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는데, 의사가 수술해서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했을 때와 그 수술로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했을 때, 죽을 확률을 말한 경우에는 대다수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았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자신이 계몽이나 훈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하라고 하면 더 안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려는 청개구리 심보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넛지는 이처럼 직접적인 훈계와 지적과 가르침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슬쩍 건드리는 식으로 분위기를 유도함으로써 행동을 하게끔 유발시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의 신호등 앞 횡단보도 위에 "안전선을 지키라"는 직접적인 설명문구 대신 신발바닥모양의  노란색 그림을 그려놓음으로써, 스쿨존에서의 사고가 30%  감소하게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대신에 계단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 계단 위에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불빛이 나오는 장치를 해놓았더니,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넛지효과의 여러 성공적 사례들을 응용하여, 올해부터는 국가의 주요정책 입안에서도 넛지효과를 이용한 적용을 시켜본다고 하니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실직자 구제와 체납세금 징수 등에 이 넛지효과를 응용하여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아주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역시 비슷한 좋은 선례를 만들 것 같기도 하다.

이 넛지효과를 이용한 정책을 현장에 적용함에 있어서, 한국의 경우에는 가장 시급하게 적용되어져 할 부분이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의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참 한심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넛지효과를 이용해서 국민들의 의식참여를 유도하고 정책의 실천을 가능케 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그렇게 하기 이전에 그들 스스로들에게 넛지효과를 먼저 적용하여 바르고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는 것이 더 급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아주 좋은 정책을 입안하여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좋으나, 자신들에게 부터 제대로 적용되어지고 또한 그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그럴듯한 립서비스로 나랏일에 전념한다는 헛소리나 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나 혼자만의 삐딱한 시선이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