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56. 고집쎈 놈과 똑똑한 놈

yangmok7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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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엄청 고집쎈 놈과 엄청 똑똑한 놈이 같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둘 사이에 다툼이 생겨버렸는데,
이유인즉슨 초겨울에 가뭄이 심하여 사람 먹을 물도 없는
판국인데, 가을 걷이가 다 끝난 논에 물을 대어야 한다는 것과
추수가 다 끝난 논 바닥에 왜 쓸데없이 물을 대주냐고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고집쎈 놈은 가을 추수가 끝난 논이지만, 다음해를 위해서 없는 물이라도
대줘야 땅이 좋아진다고 하면서 우겨대고
똑똑한 놈은 논에 물대는 것은 봄에 농사짓기 위해서 대주는 것이지
겨울에 들어서는 시기에 물도 부족한 판국인데 쓸데없이 물을
왜 대주냐고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다투던 두 사람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마을 관아의 원님께
찾아가서 시비를 가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원님이 한심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둘을 쳐다본 뒤,
고집쎈 놈에게 말을 하였다.
"너는 겨울 들어서기 전에 논에 물을 대주어야 한다고 하였느냐? "

그러자 고집쎈 놈이 항변하기를,
"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말하는데,
글쎄 이 멍청한 놈이 계속해서 아니라고 우기지 뭡니까"

그러자 마을원님은 다음과 같이 선고하였다.
겨울에 들어서기 전에 논에 물을 대주어야 한다고 말한 놈은
풀어주고, 쓸데없이 왜 논에 물을 대주냐고 하면서 가로막은 놈은
곤장을 열대 쳐라.

결국 고집 쎈 놈은 똑똑한 사람을 놀리면서 그 자리를 떠났고,
똑똑한 사람은 억울하게도 곤장 열대를 쳐 맞았다고 한다.

곤장 열대를 맞은 똑똑한 사람이 마을원님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하자, 원님의 대답이 아주 가관이다.

"겨울철에 논에 물 대줘야 한다고 고집스럽게 우겨대는 아둔한
놈이랑 싸우고 있는 네 놈이 정말 어리석은 놈이다"
'내 너를 매우 쳐서 지혜를 깨우쳐주려고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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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마치 이솝우화처럼 들리는 풍자적인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고집스럽고 경박스럽고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우악스러움을 잘 빗대어준 이야기라고도 생각이 든다.

이 고집스러움의 형태는 실로 다양한 성격의 유형으로 현실에서
표출되어지기 때문에, 따지고 들면 고집스러움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고집스러움에 더하여 자존심까지 가세를 하면,
무작정 지지않으려고 우겨대는 막말과 막행동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도무지 대화자체로서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어느시대 어느사회에서나, 사람들의 지성적 대화능력과 남을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적 접근성이 강할수록, 고집스러움의 언행은
인정받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의식수준이 미개할수록 상식과 논리에 빗대어서 남을 이해시키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고집스러운 사람들의 행태가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땅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두 전반적으로, 개인화 핵가족화
가족분열 평생직장의 붕괴 등등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흐름이
더 강해져가는 이유에 있어서도 이러한 특성이 가미되어져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지구 전체의 의식상승과 지성적 능력을 우대하는
문화성향으로의 발전, 그렇기 때문에 상식과 원리에 비교하여서 옳고
그른것을 판단하고 이것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공유문화가 강해져가고 있을 뿐, 과거시대처럼 공동체 문화속에 서
아닌 것을 뻔히 느끼면서도 억지로 끼어들어 있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이
오늘날의 지성적인 사람들의 세태인 것이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시대의 가치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만 옳고 그름을 판별하려고 하는 고집스러움을 가진
기성세대와 그러한 기성세대의 고집스러움에 반발하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원리적인 측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신세대의
사고방식의 차이, 그 차이가 가족의 해체와 가족단절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석을 한다면 너무 억측일까?

그래서 앞으로는 '가족' 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출생인연을 바탕으로
하는 혈육적 관계로서의 가족관계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가치관과 사상과
이념과 철학이 같은 사람끼리의 결합을 '가족' 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가족의 의미가 흘러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