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의 애주가들은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소맥'을 즐겨마신다.
양주는 값이 비싸서 잘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동료들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어울리기에는 왠지 맹숭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소주는 도수가 약 20도 정도의 얼큰하게 취하기 좋은 알코올 량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값도 저렴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애주가들의 기호 1번은 뭐니뭐니해도 소주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의 시대는 예전과는 달리, 여성들의 음주문화가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졌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도 못하는 하는 여성이, 애써 조신한 척 하면서 억지로 쓰디쓴 표정을 지으면서 소주잔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대판 한국의 애주녀들은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가 기호1번이고 소주가 기호2번으로서 순서를 잡은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맥주소비량은 절대량의 절반 이상은 여성층이라는 것이 그냥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아직도 절대적인 소비자수나 마시는 양으로 따진다면 여성이 남성을 쫓아올 수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여성권익의 시대가 열리면서 여성신체의 한계를 감안하여 여성중심의 음주문화는 단연 맥주가 중심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시대적 변천사를 술문화로서 소개를 하자면, 할아버지 시대의 막걸리 문화에서 아버지 시대의 소주문화로 변천되어져 왔었고, 그 다음 아들시대에는 딸들이 함께 술을 마시면서 맥주와 소주를 섞어서 마시는 시대로 상징적인 변천을 해 온것이다.
그래서 시대적 분위기에 걸맞게 탄생한 새로운 한국인만의 술이름이 있었으니 일명 '소맥', 소주와 맥주를 함께 섞어서 마신다는 이 사이비 주조법을 흉내낸 폭탄주의 등장은, 그 자체가 여성중심 시대로의 문화적 변천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상징적 아이템이기도 한 것이다.
예전에 술자리에서는 여자들이 같이 끼여 있는 자체가 인정받지 못할 짓거리로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남녀 여럿이 함께 모여서 단체로 맥주를 마시는 테이블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지금 시대의 아주 평범한 음주문화 분위기인 것이다.
2천년대 이후로 맥주시장에서는 파벌전이 벌어질 정도로 다양한 새로운 맥주 브랜드 제품의 성장이 이루어졌던 것 역시도 여성의 음주문화가 확대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으며,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을 때에는 여성소비자의 선호도가 맥주 브랜드 선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맥주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문화의 흐름에 맞추어서 2007년에 오비맥주에서는 그 당시에 일반 맥주들보다는 도수가 높은 6.9도의 맥주를 선보였었는데, 그 당시에 유행하던 '소맥'의 유행을 쫓아서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가장 중간값적인 도수의 술을 출시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맥주는 4.5의 도수이고 소주는 약 20도 정도인데, 이 비율을 맥주 80%와 소주 20%를 혼합하여 섞게 되면, 소주맛이 약간 나는 소맥폭탄주가 나온다. 그러나 이 소맥폭탄주의 도수를 흉내 내어서 기성품으로 출시된 술의 판매율은 아주 저조했고, 맥주도 아닌 소주도 아닌 것이 결국은 시장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왜 그러했을까? 여성음주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맥주소비량이 늘기는 하였지만, 단순히 소맥이 알코올 도수가 일반적으로 6.9도 정도 된다고 해서, 이 도수만 앞세워서는 여심을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분명 한국인의 술 문화에서는 알코올 도수보다도 더 중요한 무엇이 또 있다.
바로 질펀하게 벌려져 있는 술판 위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소맥폭탄주를 만들고 이것을 잔을 부딪혀가면서 서로 취할때까지 마셔대는 그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술을 함께 마시기 위한 보여주기식의 '리츄얼 액션'의 장르가 빠져있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헛점이었다.
술 자체가 맛이 있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함께 마시는 행위적 공감대의 자리에서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의식과 같은 것이 '리추얼 액션' 이다.
남성들만의 술자리가 아닌 곳에서, 여성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소주보다는 도수가 약하고 맥주보다는 약간 더 강한 정도이지만 적당히 알딸딸하게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술로만 마시면서, "원샷, 원샷, 건배, 건배" 의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 한국식 주정법으로 탄생되어진 것이 '소맥 폭탄주' 인 것이다
술병 뚜껑을 젓가락이나 라이터로 '뻥'소리를 내면서 따 주고, 술을 상대방 잔에 따라주고 술잔을 부딪히면서 마셔대는 것은, 한국인 만의 술문화이고 한국인 만의 술자리 "리추얼액션"문화이다.
그래서 소맥폭탄주를 만드는 과정은 소맥자체를 즐겨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들과 함께 하는 술판 분위기를 뛰우기 위한 한편의 쇼인 것이다.
한국인의 술자리에서 직접 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의 리츄얼액션을 빼앗아가버리는 기성품의 소맥주는 한국인 술문화의 고유한 특성을 간파하지 못한, 술 만드는 회사의 어줍잖은 시장조사에서 기인한 결과에서 탄생한 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술자리에서 즉석식 사이비 주정법으로 '소맥주' 라는 술을 직접 제조하여 마시는 나라일 뿐이지, 이 소맥주를 전문제조회사에서 직접 만들어 시중에 판매할 수가 없는, '리추얼액션'의 술 문화를 더 사랑하는 애주남 애주녀들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