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62.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계산법

yangmok7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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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흔하게 통용되는 인사말 교류가 있다. "사는 곳이 어디냐?" "고향이 어디냐?" "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등이다.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의 성명교류 과정은 한국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한국인들에게 유별나게 집착스러운 인사치레가 있으니, "당신 나이가 몇이냐?" 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나이를 물어보는 관습의 이면에는, 다른 것으로 수직적서열화의 기준을 정하기에  딱히 마땅한 것이 존재하지 않다보니 나이를 가지고 아래위를 구분지으려는 문화적 관습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나이계산법은 전세계에서 유별난 면이 있어서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고, 얼마전 언론에서도 한국식 나이 계산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사가 등장한 일이 있었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은 통상적으로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1살을 적용시킨다. 만약 양력으로 12월 말에 출생한 신생아의 경우, 며칠후에 다음 년도로 넘어가버리면 자동적으로 2살의 나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신생아보다 겨우 며칠차이로 늦게 태었났지만, 그 다음 해의 1월 1일에 태어나게 되면 그냥 1살인 것이다.  더 구분을 짓자면, 현재 한국에서는 '해나이' '년나이' '만나이'의 총 3가지 나이 계산법으로 나눠어진다. 

해나이는 일명 '세는 나이'라고 해서, 모든 동양문명권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져 오던 나이 계산법이다. 즉 태어난 해부터를 1살로 치는것이다. 이 방식이 우리가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나이 계산법인 것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만나이를 기준으로 해서 1살이 차는 생일날을 기준으로 해서 나이를 정한다. 이와는 다르게 '년나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태어난 해를 0살로 치면서, 세는나이와 동일한 셈법으로 계산을 한다. 하지만 '년나이'라는 것은 '만나이'를 기준으로 할 수 없는 학교입학과 졸업 등의 행정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나이계산법이라서,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나이 계산법은 아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학교입학과 졸업 등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보니 자연히 '년나이' 를 적용시키는 것이 우선적 기준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적용되는 해나이와 만나이의 계산법과 혼용되어져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학교입학연도 판단은 '해나이' 기준이지만, 주민등록과 병역법등의 적용에는 '만나이'가 기준이 되는 아주 헷갈리게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나이 계산법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헷갈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은, 이 세가지를 유일하게 일상생활에서 다 적용시키면서 사용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은 이 독특한 나이 계산법을 모두 다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동양문화권에서 예전부터 널리 적용되던 '해나이', 일명 '세는나이'에 대해서 알아보면, 사람이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로 인정을 하는 방식이다.  그 후 새해의 1월 1일 부터  한 살씩을 더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해나이' 계산법을 공식적인 법으로 정해서 사용하는 나라는 아직까지 대한민국 밖에는 없다. 일본에서는 2차대전이후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으며,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에 폐지되었고, 베트남 역시도 프랑스 식민지 이후에 폐지되었다.  이 "해나이' 계산법이 한국에서만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기를, 유교문화권에서는 생명중시사상이 강하여 태어난 시점부터가 아니라 생명이 모체에서 첫 수정이 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나이를 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근거에서 그렇게 설명이 가능했던 것인지 모호하다. 다만 같은 동양문화권에서 적용되던 '해나이' 가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아직까지도 적용되어지면서 남아있는 이유를 유교문화권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적인 관점에서 해방이후의 한국사는 다른 동양의 문화권 국가들과는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흘러왔는지를 해명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 80년대에 전두환 신군부정권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서 세시풍속의 문화를 바꾸려고 한 적이 있었다. 지금 40이상의 연령층은 어린 시절의 설날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 전두환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강행된 생활문화의 강압적 변경조치들 중에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반발을 많이 쌓던 것이, 음력설인 구정연휴를 공휴일에서 제외시켜버리고 양력설인 신정연휴만을 국가에서 인정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이 시행령으로 인하여 처음 몇 년간은 억지짜맞추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듯 싶더니만, 결국은 몇 해를 넘기지 못하고 구정연휴를 다시 인정하면서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게 된다. 

이 사건을 보면, 쉽사리 그 나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관습을 제도적으로 억지로 뜯어고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그 시대에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에 공감되어지면서 흐르고 있는 거대한 물줄기와 같은 공통된 사상과 철학의 덩어리가 짙게 잠재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어느 한순간에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세월동안 여러가지 내부적 외부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지면서 서서히 변형을 일으키게 될 때에, 결국에는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사회적 제도의 틀을 표면적으로 끄집어내어서 새롭게 바꿔버리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이 시기에 쉽게 양력설을 받아들이고  음력구정설을 폐기하는 분위기로  갈수 있었다면,  지금의 해나이 계산법도 같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는 그 당시 한국사회의 기저에 짙게 흐르고 있었던  시대적 문화적 가치관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해명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70년대 80년대는 군사정권이 모든 정치권력을 장악하고서, 한국의 산업경제전반을 통솔지휘하면서 성장시켜 나가던 시절이다.  이 시대에는 양적인 팽창으로서 성장발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내면적 성숙 혹은 질적인 것을 추구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는 아마도, 엄격한 군대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수직상하적 명령체계를 고수하면서 성장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필요했었고, 또한 가장 유리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나라의 전반적인 운용체계가 군사독재로 이루어지는 군대문화가 압도적이었으니, 일반국민들의 생활모습에서도 그러한 군사적 문화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었고,  일상생활의 모든 모습에서 군대식의 위압적이고 수직적인 상하관계에서의 명령지시체계를 존중하고 있었고, 또한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일반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디를 가나 권위적 수직적 명령지시의 상하복종관계는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인 관계로서 아래위를 따질 수 없는 애매한 경우가 생기면, 어떠한 이유거리를 가져다 붙여서라도 윗사람과 아래사람을 구분지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속에서 아마도 한국에서는 '해나이' 로 나이를 따져서 묻는 방식이 여전히 고수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즉, '년나이'와 '만나이' 계산법만 가지고서, 인간관계의 아래위를 따지기 애매한 경우가 생길 때에는, '해나이' 계산법을 적용시켜서라도 아래위를 구분짓고 싶어하는 수직적 권위주의적 문화관습이 팽배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화관습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동양문화권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만 '해나이' 계산법이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유추를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사회는 과거시대처럼 상하수직적 명령지휘 복종관계를 고수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양적인 팽창과 성장발전을 하는 시대가 끝나고, 질적인 운용과 감성적이고 지성적인 소통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나이계산법에서 있어서도 가장 합리적이고 이치에 합당한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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