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등장하는 딸기의 짙은 '빠알감'은 한 없이 달콤하고 시원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충청도 지방의 농촌 마을에는 곳곳에 과일하우스가 퍼져있다보니, 제철과일을 가장 싼 산지가격으로 일 년 사철동안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면 소재지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는 산지직송 딸기 팩을 팔고 있는데, 그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꽤나 많이 싼 편이다. 그래서 맛있는 딸기를 훔쳐보다 못해, 콧끝을 자극하는 그 풍성한 풋풋함에 제일 큰 팩을 세개 골라서 사게 된다.
미세먼지로 인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에 오염물질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딸기로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해줘야 한다는 합리화에 이르게 된 구매욕의 결정이다.
집에 와서 딸기팩의 포장을 뜯고는 맨 윗층부터 커다른 딸기를 정신없이 먹어대는 그 순간의 행복함은, 마치 섣불리 손대지 못할 아리따운 갓 처녀가 된 아가씨의 살갗을 무례하게 손대고 있는 듯한 아찔함이라고나 할 것 같다.
그렇게 혼미해져가는 맛의 향연에 취해서 딸기팩의 윗부분이 거의 벗겨지면, 그 때서야 아랫층에 놓여져 있던 또 다른 딸기들 속의 풋 익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 덜 익은 푸른색의 딸기도 있고, 흰옷을 입은 딸기들도 있고, 조금 덜 자란 듯한 딸기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는 아주 맹한 맛이 날 정도로 단맛은 없고 시원하기만 한 딸기도 있다. 달콤하고 커다란 가장 눈에 띄는 딸기들을 모두 먹고 나면, 나머지 먹지 못한 것들만을 모아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이것을 가지고서 잼도 만들어 보고 식초도 만들어보고 시럽도 만들어본다.
먹다남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맛이 떨어지는 것들만 모아서 설탕을 두르고 한동안 삭힌 후에, 그것을 오븐에 약간 구워주면 달콤한 맛은 더욱 농축이 되어지고 구수한 맛이 더해져서 딸기본연의 맛이 진해진다.
오븐에서 약간 구원주면 자연스럽게 갈색으로 캬라멜라이즈 된 맛이 나는데, 상품화되어서 나오는 딸기잼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의 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오븐에 구워서 만들어진 잼을 토스토에 올려서 먹으면 이 진한 딸기의 향내와 맛이 입 안 전체에 스며든다.
마치 아주 순진하고 여리게 보이는 어여쁜 갓 20살 아가씨의 앳된 미모가, 달콤하게 이끌어주는 사랑의 속삭임에 마음이 콩닥콩닥 거리다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면,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진정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가 '빠알감'의 색깔로 화려하게 승화되어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른 봄에 먹을 수 있는 '빠알감'의 딸기는 마치 앳된 20살 아가씨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 표면의 곱보같은 깔끄러움은 화사하게 웃으면서 깔깔깔 거리는 20살 아가씨의 웃음과 같으며, 입 안에 들어가서 달달함을 느끼게 하는 그 맛은, 이제부터 아름다움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20살 아가씨의 앳된 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순진한 듯하면서도 상냥한 달콤함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약간은 설익은 딸기의 풋풋함을 설탕의 감미로움으로 재워주면, 그 맛이 더욱 더 진해져서 빵 속에 발라진 잼처럼 은은하게 느끼게끔 만들어주니, 이것은 바로 화사하게 봄철에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듯한 20살 아가씨의 수줍어하면서도 은은하게 사랑을 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