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관련된 배우자 관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덕적 덕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일부일처제' 이다. 즉, 오로지 다른 사람한테 눈 돌리지 말라고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하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 중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하니, 건전하니 건전하지 못하니 등의 도덕적 판단을 떠나서, 자연생태적인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의 한 가지 성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러기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지내며, 어느 한 쪽이 죽으면 남겨진 기러기는 죽을 때까지 홀로 살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랑앵무새는 문헌기록에 신라시대의 흥덕왕이 앵무새 한쌍의 모습을 보고서 사랑가를 지었다고 할 정도로 평생동안 같이 붙어있으면서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바트로스라는 새 역시도 한 번 맺어진 짝을 평생의 인연으로 삼고,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프렌치 엔젤이라는 물고기도 커플이 항상 함께 살며, 한 쪽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옆에 있어준다고 한다. 백조 역시 한 번 짝을 찾으면 평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장류 중에서는 긴팔원숭이가 일부일처제를 평생동안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자들 관점으로는, 동물들 중에서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종들은 그들의 종 개체수를 적정한 수로 맞추면서 계속 유지해나가기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생물종 마다의 성향은 다르다고 한다. 일부일체를 고수하지 않고, 숫놈 하나에 여러 암놈이 관계를 하면서 후손을 계속 생산하는 경우와, 한 커플만이 아니라 다양한 커플끼리의 복잡한 교접관계를 유지하면서 후손들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고 혹은 어떤것이 더 진화적이고 덜 진화적이냐의 관점만으로는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처해있는 환경적 특성과 진화적 단계의 특성에 따라서 종족 보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발전되어져 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인류사회를 보자. 전통적으로는 "오로지 한 사람"이라는 순애보를 들먹이면서, 가장 고결하고 순수한 사랑의 뜨거움을 문학적 예술적으로 그려내면서,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관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현대의 문화적 흐름은 그 사회의 발전 수준에 따라서 오히려 " 평생 오로지 한 사람만을" 이라는 문학작품속의 '순애보'라는 정조관념을 이제는 폐기하려고 하는 쪽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과거에 오랫동안 비교문화연구에 종사해 온 인류학자 머독(G. P. Murdock 1949)의 조사에 의하면 그의 표본 565개의 사회 중에 약 4분의 1 정도만이 엄격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동물들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도 역시 그 시대적 환경과 문화적 발달 수준에 따라서, 일부일처제를 제도적으로 엄격하게 고수할 때가 있었고 반대로 아닌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일반적으로 남녀 두 사람의 백년가약을 이상적인 것으로 삼고 있지만, 혼인을 통한 부부간의 애정관계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많은 사회에서는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면 쉽게 이혼하고 다시 재혼하여 새 출발을 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느 한 시점에서 보면 분명히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혼과 재혼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비록 배우자는 달라도 여전히 일부일처제의 관습을 지키고 있는 것을 ‘연속적 또는 순차적 일부일처제(serial monogamy)’라고도 한다. 대체로 이런 연속적인 일부일처제가 흔히 나타나고 있는 사회에서도 이것을 하나의 이상적 혼인형태로 간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생 동안 한 배우자와만 혼인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데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생 오로지 한 사람만을 열렬히 사랑하겠노라고 선언하면서, 일부일처제의 아주 도덕적이고 똑 소리나게 건전한 사랑의 방식만을 신봉하고 고수 하겠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자유선택이니만큼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성이 발전하고 의식이 개화될 수록에, 더 많은 다양성과 그 변화성을 상호존중하고 그 속의 장점을 필요성에 따라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인데, 과연 "영원한 사랑의 증표와 순애보의 순결함"을 평생의 신조로 내세우면서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서의 초혼율과 재혼율의 비중을 살펴보면, 초혼율은 전체 혼인건수중에서약 78% 정도이고. 나머지 22%정도는 어느 한쪽이 재혼이거나 양쪽이 모두 재혼인 경우라고 한다. 즉 5커플들 중에서 1쌍은 기본적으로 재혼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들을 전통적인 일부일처제의 전통적 관념만으로 평생수절의 아름다움을 지켜내지 못한 도덕성 결여(?)의 관점으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혼율의 경우는 앞으로 시대가 가면 갈수록 더 높아져 갈 것이고, 결혼제도와 가족제도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더더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애정영화 속 남녀주인공의 "한송이 영원한 민들레" 를 인용하면서, 혹은 "기러기 한 쌍의 평생수절"을 빗대어가면서, 부부관계의 건전함(?)을 어느 한가지 관점으로만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이제는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한 학습화된 사회적 관념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