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뮌헨대학에서 최초로 인류학 교수가 되었던, 역사학자이자 생리학자이기도 했던 '폰 랑케'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랑케가 동네골목을 산책하던 중에, 한 소년이 우유병이 깨어진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소년은 우유배달을 하는 소년이었는데,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우유병이 깨어져 버린 것이었다. 깨어진 우유병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우유값까지도 모두 배상을 해야할 판국이라서 소년은 아주 난처한 상황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랑케는 소년에게 다가가서 말하기를, "예야 걱정하지 말고 있거라. 지금은 내가 돈이 없어서 도와줄 수 없다만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나오면 내가 대신 배상해주마"
그런데 바로 그 날, 랑케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주 중요한 편지가 와 있는 것이었다. 그 편지는 어느 자선사업가에게서 온 편지였는데, 랑케의 뛰어난 연구업적에 감동하여 적극적으로 경제적 후원을 해주겠다고 제의를 하는 편지였다. 그리고 다음날 당장 만나고 싶으니,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랑케에게는 일생일대의 엄청나게 큰 기회였고, 약속대로 당장 찾아가야 할 판국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랑케는 우우병을 깨뜨린 소년과의 약속이 떠올랐고, 지금 당장 후원을 해준다는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하는 판국이었지만, 차마 소년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 여간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랑케는 결정하기를, 그가 학생들에게 지도해왔던 인류학과 역사학 속의 교훈들과 그의 철학적 소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결국은 그 소년을 만나러 가는 것을 결정하고, 후원해주려는 자선사업가를 만나는 일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랑케는 자선사업가에게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만날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하게 되는데, 자선사업가는 그 편지를 받고서는 아주 불쾌함을 느끼게 된다.
랑케에게는 역사학과 인류학의 연구를 하는 것보다도 한 소년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랑케가 왜 오지 못하고 지체하면서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는지 전후사정을 알게 된 자선사업가는, 랑케의 인간된됨이에 크게 감동을 하여 처음에 그에게 제안했던 후원금 액수보다도 몇 배나 더 많은 후원금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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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훈적인 이야기는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실화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지금 시대의 통찰적인 교훈을 한 가지 더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약속을 한 번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미덕의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인 혹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에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실천과 이행노력이 어떻게 그에게 다시 환원되어서 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근자에 이명박 전대통령의 과거 대선출마시절에 그의 입으로 내뱉었던 공약 내용들이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 이후에, 바로 앞 정권 시절에 이루어졌던 숨겨진 각종 의혹들을 밝혀내기 위해서 사법부와 검찰이 연일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로 인해서 네티즌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을 들취내기 바쁜 상황이고, 그 와중에서 지키지도 못할 대선 공약 한마디가 크게 붉어지면서 지금 전 국민들의 조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문화시대에는, 오프라인을 통해서 직접 사람 대 사람으로 소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인터넷메일과 각종 SNS 서비스 등을 통해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강하고 널리 퍼지는 힘이 있다. 그래서 다중의 익명성과 동시소통의 능력이 가능한 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실시간적으로 똑같은 정보를 지체없이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잘못 전달되어버리면 그 뒤의 난처한 상황을 되돌리리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이 일반인들보다는 사회적 공인이나 어느 조직의 윗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래서 부모자식간에도 그렇고 직장내에서의 상사위치도 그렇고, 조직단체들의 수장들도 그렇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인들은 더욱 더 그러한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엄한 약속을 괜히 입 밖으로 툭 내뱉고는, 나중에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져서 자신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 인터넷문화가 없던 시절에는 어느정도 선에서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의 인터넷문화시대에는 어떤 말이든지 초스피드의 확장성을 가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벼운 약속이라도 어기고 잘못 넘어가면 과거시대보다 수십배 아니 수백배의 파괴력을 가지고 나를 치게되는 것이다.
반대로 인터넷문화시대의 초스피드식 확장성 속에서는, 사회적 공인이나 윗사람이 사소한 약속이라도 잘 지키고 언행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드러나지면, 그 긍정적인 작용력이 크게 부풀어서 다시 환원되어지는 기쁜일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폰 랑케'가 우유병을 깨트린 소년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개인적 약속을 뒤로 미루고 소년과의 약속을 먼저 실천했었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지금의 인터넷문화 시대에 실존했던 사연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폰 랑케'는그 시대에 받을 수 있었던 연구비 후원정도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최소 수천배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전세계로부터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