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상영되었던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는, 폴란드의 실존인물이었던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2차대전에서 체험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스필만은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이었고, 전쟁과 학살을 피해서 도망다니다
은신처에서 우연하게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버린다. 그 상황에서
스필만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필사의 집중력으로 독일군 장교 앞에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게 된다.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서 독일군 장교는 그의 연주력에 감탄을
하게되고, 전쟁이 끝날때까지 잘 숨어있으라면서 오히려 그에게 외투를
벗어주고 빵을 건네다 준다.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쇼팽의 녹턴 야상곡을
연주하던 그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절묘함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전쟁터에서의 피아노를 절묘하게 사진에 담아준 사진기자도 있었으니,
1994년 체첸전쟁 중에 숲 속에 버려진 피아노 를 발견하고는 어깨에
기관총을 둘러맨 채로 그 앞에 서서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군인의 모습이,
어느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고 나서 그 사진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자
많은 사람들의 가슴 뭉쿨한 감동적인 평론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영화속의 스크린에서나 혹은 전쟁터에서의 역사적인
순간과 전쟁의 폐허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들에는, 전쟁의 광기와
어우러진 음악선율의 절묘한 순간들이 예술적으로 묘사되어져
있으면서도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심오한 감동과 울림을 전해주고 있는
것들이 많다.
살육을 위한 전쟁의 광기(madness) 속에서 피어나는 연주음악의 기묘한
만남, 참으로 어울리지도 않고 아니러니하다고도 할 상황이겠다.
하지만 강하고 드센 것을 부드럽게 누그러 뜨리기 위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새로운 힘을 배합시켜서, 전체를 다시 균형잡게 만들고
이것을 순환시켜가면서 새로운 창조성을 드러내게 만들어가는 것이
세상을 운행케하시는 신의 섭리인지라, 그 절묘한 어우러짐이 자연의
이치에 빗대어 보았을 때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약 3년전에 국내에서는 타악기 그룹인' 공명'이 통일부와 제일기획의
도움으로 '통일피아노'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고 한다.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으로 피아노를 만들고, 그 곳을 배경으로 피아노를
설치하고 이를 연주하면서 음악과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했다고 한다.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으로 피아노를 만들고,
그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담은 통일의 노래를 연주한다.
참으로 낭만적인 구상이자 멋있는 연주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의 힘이라는 것은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채색해버리는
힘과 특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을 하는 모양이다.
진정한 예술의 힘은 해(害)가 된다거나 무의미한 환상으로 끌고가지 않는다.
예술은 형상이 없는 것을 형상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고 마음의 혼란을
정제시켜주며 추함을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켜나간다.
그래서 예술이란 종교의 이상향이 표현해주지 못하는 것을 더 잘 선명하게
표현해주는 절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