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서 구수한다는 것은 보리차 숭늉 된장국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는 비유로 사용되는 형용사이다. 혹은 사람의 특성에 비유를 할 때에는, 말이나 이야기 따위가 마음을 잡아끄는 은근한 맛이있다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구수하다는 말은 당연히 한국적인 단어이고 한국인의 복잡미묘한 입맛의 특성과 그것에 빗대어진 사람의 심성적인 특성에 비유를 한 단어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권에서는 비슷한 단어를 찾아내어서 적용시키기가 어려운 한국인의 말이다.
이 구수한다는 말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될 때에는 그 안에 숨어있는 말의 느낌이라는 것이, 왠지 오래 익어져서 농후하기도 하고 무게감이 있으며 약간은 달달한 맛이 나면서도 부드럽기도 하고 또한 약간은 껄쭉한 맛도 가미된 듯한 그러한 복잡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이 맛은 직설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오랜시간동안 변화되고 변화되어서 얻어질 수 있는 다변화된 미묘한 맛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사람에 빗대어서 그 사람이 구수한 말투와 마음씨를 가졌다라고 하면, 아주 세상살이에 익숙해져 있고 박식하고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남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푸근한 인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에 비유할 수 있음이니, 상당히 수준높은 인격성을 가진 매력적인 성품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반면에 고소함이라는 것은 볶은 깨, 참기름 따위에서 나는 맛이나 냄새와 같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며, 심성적인 비유에 있어서는 기분이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며 때로는 미운 사람이 잘못되는 것을 보고서 속이 시원하고 재미있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단어이다.
고소한 맛이라는 것 역시도 단순한 맛이 아니라 몇 차례의 변화가 이루어진 복잡한 맛이기도 하며, 약간은 달달하면서도 아주 부분적으로 짠 맛도 가미된 듯한 그리고 부드러운 맛이면서도 밀크티의 포근함 맛처럼 느껴지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을 사람의 특성으로 비유할 때에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코믹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주는 단어이기도 한데, 이 고소함이라는 것은 구수함에 비해서는 왠지 어린듯하고 가벼운 듯한 느낌의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미워하는 사람을 싫어해서 그 사람 일이 망쳐지는 꼴을 보고서 비웃는 행동 역시 성숙한 사람의 어른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덜 성장한 어리숙한 사람의 행동거지이기 때문에 고소함이라는 단어는 덜 성숙한 느낌의 단어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식찌개의 구수한 맛과 한국식과자의 고소한 맛>
기호인문학적인 측면으로 이 구수함과 고소함을 풀이한다면, 구수함은 ㄱ 과 ㅅ 의 초성자에 ㅜ 받침자가 결합된 형태이고, 반면에 고소함은 ㄱ 와 ㅅ 의 초성자에 ㅗ 받침자가 결합된 형태이다. 같은 ㄱ 와 ㅅ 에 ㅜ 와 ㅗ 가 결합되는 형태의 차이가 있는 글자인데, ㅜ는 우우우하는 소리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소리모양이라고 한다면 ㅗ는 오오오 하는 소리처럼 위로 올라가는 소리모양이다.
어리거나 젊음이 있기 때문에 위로 솟구쳐 올라가려는 상승의 기운이 있는 형태가 ㅗ 라고 한다면 반대로 늙거나 노쇠하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려는 하락의 기운이 있는 형태가 ㅜ 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ㅜ 가 결합된 구수함이라는 단어는 왠지 어른스럽고 오래되어서 익어진 맛, 혹은 헤아릴 수 없는 깊고도 그윽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ㅗ가 결합된 고소함이라는 단어는 왠지 어린아이같거나 젊어서 싱싱한 맛의 느낌, 혹은 상큼 발랄하면서도 약간은 톡톡 튀려는 듯한 느낌이 가미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구수함과 고소함이라는 두 단어는 대칭적 관계를 이루는 단어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언어권에서는 표현을 해내기가 어려운 독창적이고도 독특한 한국어인 셈이다. 하지만 구수함과 고소함이라는 것은 모두 쉽게 헤아릴 수 없는 복잡미묘함을 가진 맛을 비유함은 분명한 것이며, 그것이 어린 것과 성숙한 것 혹은 덜된 것과 오래된 것의 대칭적 구도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비록 한 끗차이의 맛의 다름이지만 또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맛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구수하고도 고소한 맛의 소고기 된장찌개라고 한다면, 그 맛은 아주 익어진 맛이고 또한 아주 성숙하고도 푹 익혀진 맛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고소하게 느껴지는 상큼한 맛도 함께 가지고 있는 , 결코 단순하게 짜고 맵고 달다라는 표현으로는 해석이 되어질 수 없는 맛의 표현인 것이다.
서양인들의 입 맛에는 짜다 맵다 달다 싱겁다 연하다의 맛이 있을지언정, 한국인의 입맛에는 짜고 맵고 달고의 맛이 함께 섞여들면서 숙성의 오랜기간을 거쳐서 예측할 수 없도록 변화되어져서 만들어지는 구수하고도 고소한 맛을 기준으로 하여 음식의 손맛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한국인의 미각두뇌능력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프르세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수함과 고소함의 대칭적 구도의 맛이, 마치 오래된 것과 젊은 것이 함께 어우러져서 동시에 맛을 내게 만드는 절묘한 맛의 결합이라는 것은 단연 한국음식에서만 가능한 맛이고, 한국인만이 가능한 표현의 능력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어릴 적에는 고소한 맛을 가진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고 고소한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에 구수한 맛을 가진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고 구수한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대가 함께 하는 밥상머리에서는 찌개를 끓여도 삼대가 같은 찌개 그릇에 함께 숟가락을 집어놓으면서 떠먹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가 함께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구수함과 고소함을 같이 버무려서 찌개의 얼큰하고도 깊고 그윽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그릇에 담긴 구수한 맛과 고소한 맛이 함께 버무려진 찌개를 삼대가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할아버지는 손자와 같은 어린시절의 고소한 맛을 되새기는 것이고 손자는 할아버지와 같은 구수한 맛을 익히면서 자라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