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멋, 한국인의 삶 1편: 한국인의 커피믹스와 숭늉문화 ] - 댓글을 정성껏 달아주시면 풀보팅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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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커피믹스와 숭늉문화
한국땅에서 60년대까지만 해도 커피는 특별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아주 귀한 음료였다. 커피가 한국인 전통음료인 '숭늉'대신으로 마시는 보편 음료가 된 것은 70년대 부터인데, 이 때에 (주)동서식품은 국내최초로 인스턴트 커피 생산에 성공하여 커피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게 된다. 이어 동서식품은 1976년에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게 되는데, 커피믹스는 커피, 크림, 설탕을 한국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서 표준화한 비율로, 커피 한 스푼에 설탕 3스푼, 크림 2스푼의 이른바 한국인들이 다방에 가서 마시던 '보통수준'의 비율로 배합을 하여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던 것이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는 크게 성공하였고, 1980년대가 지나면서 인스턴트커피는 국민 음료로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특히나 이 시기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아주 가프르게 고도의 성장기를 거듭하던 시절이라서, 직장문화에서도 '빨리빨리' 를 외쳐대면서 다급한 한국인의 성격을 토해내던 시절이라서 어디를 가나 빨리빨리 타먹을 수 있는 잠깐 휴식타임의 간편음료식이자,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즉석 현장다방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최고의 음료였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스턴트 커피의 인기는 주춤하게 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 가까이 증가하게 되고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고급스러운 커피를 찾게되는 분위기의 고조로 인하여, 결국은 10년이상 지켜오던 부동의 국내커피시장 1위의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그러나 이 커피믹스의 화려한 복귀는 다시 한국땅의 대중음식점들에서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한국인의 유전자 코드에 숨겨져 있던 식사 후 숭늉마시기 습관의 그리움을 자극하면서 그 뒤를 커피믹스가 이어가게 된다.
숭늉은 밥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한 소끔 끓여 만든 음료이다. 같은 동양문화권에서도 한국이외에는 숭늉을 마시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한국인 고유의 후식문화이자 가장 친근하고 가장 익숙한 차문화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70년대 이후부터 한국에서의 산업화와 문화생활의 향상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마솥이나 철솥으로 밥을 짓는 것이 사라지고, 대신에 압력솥이나 전기밥솥을 사용하여 밥을 짓는 문화가 발달하게 되고 식사 후의 차음료를 숭늉 이외의 다른 것으로 마시게 되면서, 숭늉을 마시는 식사습관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한국의 대중음식점이라는 곳은 격식과 체면을 차리는 음식점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가게되는 가장 대중적인 분위기의 식당이라고 해서 분류된 명칭이다. 그러니 이들 대중음식점의 주요식사 메뉴들은 한국인들이 한끼 식사로 가장 선호하는 찌개 국밥 탕 전골 등이다. 이 대중음식점에는 특이하게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커피믹스 판매기가 거의 한 대 이상씩은 놓여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중음식점마다 커피믹스 기계가 놓여져 있는 것을 아주 신기하게 생각을 한다는데, 이것을 파고 들어가보면 한국인에게는 식사후에 숭늉을 마시던 식사문화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식사 후의 그 입가심을 시원하게 시켜줄 수 있는 대안용으로 설탕과 프림과 커피가 적당히 서로 섞여져 있는 커피믹스의 맛이 딱 제격이라서 설치되어져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 어느 한 한국학전문 인문학교수의 칼럼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커피믹스가 세계최초로 등장하여 엄청난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와, 지금까지도 대중음식점마다 커피믹스 기계가 설치되어져 있어서 식사후에는 어김없이 커피잔을 들고 나서는 문화습관에 대해서, 그 원인은 한국인의 유전자코드에 각인되어져 있는 숭늉마시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을 하는 것이었다. 바로 한국인의 입맛에 각인되어져 있는 식사 후에 마시던 숭늉의 맛을, 그 대안용으로 가장 적절하게 잘 만들어낸 것이, 70년대 한국다방에서 '보통수준' 으로 주문되어지던 것과 같은 배합비율을 가진 커피믹스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커피믹스가 숭늉을 마시던 문화를 대신한다는 것 이외에 한 단계 더 들어가볼 만한 것이 있는데, 왜 한국인들의 후식문화는 숭늉문화가 되어져 버렸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농경중심 사회에서 일반 백성들이 먹고 살 것이 부족하고, 대가족 중심으로 식구가 많고, 또한 외세로부터의 침략과 전란이 많아서 피난을 자주 가던 문화적 유전자가 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발달된 음식문화가 국밥과 탕 종류들 이라고 한다. 적은량의 고형물에다 많은 물을 부어서 끓이고 그것을 많은 식구들이 빠른 시간내에 나눠먹고 또 다시 피난길을 가거나 혹은 농사일을 빨리 하기에는 국밥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유리했을 것이다. 숭늉마시는 문화가 발달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적은 밥을 많은 식구가 나눠먹고, 허거진 배에 또 다시 채워넣기 위해서 약간의 남은 누룽지나마 나눠먹으려면 숭늉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식식사와 후식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특히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에서 주요 식사는, 일단 배고픔을 잊고 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라서 허겁지겁 먹어대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후식은 식사후의 느긋함 속에서 하루에 몇 번 안되는 가족들끼리의 대면자리인지라 여러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겨운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 후식의 시간에 숭늉을 나눠 마시면서 가족간의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으니, 이 숭늉은 한민족 백성들의 최고의 친화적인 정감이 서린 차문화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 한국인들에게는 후식으로 과일이나 다른 고형물을 먹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시대에 가난한 백성들이 후식으로 과일이나 다른 고형물의 음식을 챙겨먹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궁핍한 것도 있었겠거니와, 누룽지 이외에는 달리 구할만한 후식 먹거리도 없기는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숭늉을 마시는 문화는 한국인들에게 후식으로 마시는 차문화로서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자, 가족들의 친화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서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음료인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숭늉마시기 문화의 유전자 코드가, 오늘날 한국인들의 독특한 술자리 문화를 만들어낸 한 가지의 요인이 되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국인의 술자리 문화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구경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인들은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부수적으로 술이 약간씩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작정을 하고서 술을 마시기 위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문화라고도 표현을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술자리 문화는 술을 위한 술자리요, 술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정을 나누는 과정이요, 서로를 더 잘 알게되고 친근해져 가기위한 절대필요조건의 암묵적 사회적 문화적 관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거시대에는 숭늉을 마시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마음을 나누고 친근함을 소통할 수 있었듯이, 숭늉처럼 액체인 술이 있어야만 사람과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전자적 친화문화가 발생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마치 숭늉을 마실 때에 식사후 입가심을 씻어내는 듯한 느낌이 유전자에 각인되어져 있어서, 오늘날의 커피믹스를 포기하지 못하고 한국인들이 마셔대고 있듯이, 어쩜 그 옛날의 숭늉마시기 문화가 또 다른 한가지의 문화적 코드로 변형되어져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 오늘날의 한국인 술자리 문화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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