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것이다. 신라 48대 임금인 경문대왕은 귀의 생김새가 나귀의 귀처럼 아주 길게 생겼다고 한다. 왕은 언제나 왕관을 꾹 눌러 쓰고는 귀를 숨겨서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왕관을 만드는 직책을 가졌던 복두장 만은 그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하고 숨겨왔었다.
하지만 평생 왕의 비밀을 지키던 복두장은 늙어서 죽음이 가까워오자, 평생 말하지 못하던 그 답답함을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에 가서 대나무를 보고 외쳤다고 한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경문대왕은 그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백성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워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당나귀 귀에 얽힌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등장을 한다. 미다스의 왕은 아폴론의 벌을 받게 되어서 귀가 길어졌는데, 이것을 감추기 위해서 넓은 수건으로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미다스 왕의 이발사만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결국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갈대 숲에 판 구멍에 입을 대고서 그 비밀을 속삭이게 된다.
이 두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이고, 그 비밀을 백성들은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고, 은유적으로는 임금의 귀라는 것이 꼭 숨겨야만 하는 나쁜짓이거나 비밀스러운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보면, 신라시대와 그리스 시대는 활자서적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의 문맹시대이고, 동서양이 널리 소통될 수도 없던 시대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 아주 비슷한 스토리의 비슷한 상징성을 가진 비슷한 이야기가 동양과 서양에 똑 같이 판박이처럼 등장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사람들의 관념에서는, 나라를 대표하는 왕의 위치에 대한 상징성과 그 비밀스러움을 지킨다는 것에 대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또 하나는 당나귀의 귀 생김새가 몸집에 비해서 유달리 크고 넓기 때문에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들어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뿐이다. 아마도 이 가치관은 동 서양이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모두 공통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과거 두 번의 정권시절에 있었던 지도자들의 비밀스러운 행각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비밀서약을 하고 굳건히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았던 최측근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으면서, 감추어오던 부끄러운 사실들이 드러나지고 있다. 그리고 또한 두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귀를 감추고 혹은 막아버리고서는, 그들의 귀에 들려오는 백성들의 원성과 하소연을 듣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입이 너무나 근질근질하던 최측근들의 비밀 발설이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하나 둘씩 퍼져나가면서, 온 백성들이 결국은 다 알게 된다.
아마도 시대를 초월해서, 그리고 어느 나라를 초월해서라도, 나랏님의 비밀스러움은 결국 시간이 가고 때가 되면 최측근들의 은밀한 발설로 인하여 다 틀통이 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