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적이라는 것을 판단할 때에, 아는 것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던 시대가 있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시대동안 정리되어지고 서술되어진 지식체계들과 그 논리들을 잘 이해하고 많이 암기하는 것이 "똑똑하다" 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시대가 우리의 앞 세대까지였다. 이 때는 중고등학교의 학업활동이 어떤 높은 산처럼 쌓인 지식더미를 정복하는 것으로 서열화 등치시켜 놓은 시대였다.
하지만, 이 시대의 지적인 것에 대한 판별의 구도가 지금에 와서는 정말 무지하고 안타까운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실질적으로 거의 쓸모없는 작업을 무슨 큰 가치의 달성인 것처럼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그런 쓸데없는 일에 의혹을 품고 그 일을 버렸던 실제로 아주 영리하고 똑똑한 존재들이 드러나지 못하고 열등감만 가졌을 것이 더 문제였다.
이미 우리시대에는 장학퀴즈적 지식 축적의 경쟁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지적이라는 것의 의미를, 아는 것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것이다. 단언컨데, 현명한 시골 아낙네가 허영으로 가득한 대학졸업생보다 더 '지적' 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적인 것은 지식의 양으로써 이루어지는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에 와서는 더욱 더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포털사이트에서 알고 싶은 것을 그냥 검색만 하면 다 알게 되는 단순 사실들을 내 머릿속에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슨 지적인 행위라고 할 것인가? 물론 과거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인터넷문화가 없다보니, 일단은 많은 량의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어야만 나중에 기억속에서 끄집어내어 활용할 수 있었다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핑계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확실히 지적인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사회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한국인들의 대부분이 지식에 대한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그것의 증거이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 한국인을 양산시키고 있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그것은 진짜로 중요한 지성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된 뿌리이기도 하다. 진정한 가치있는 것에 대한 깊은 노력의 경주가 나오지 못하고, 혼자서 사전 하나를 먹었네, 절에 가서 책을 몇권 독파를 했네, 하면서 '양적인 진전" 에 골몰하게 만들어 놓고는 토론 하나 제대로 못하는 소통불능의 정치인, 기업인을 양산하게 만든 원인이며, 공부량에 짓눌려 괜히 자기비하를 하는 아이를 만들어 낸것도 촛점이 잘 못맞춰진 "지적인 존재" 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만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단순히 넓은 지식만이 아니라 보다 깊고 세세한 지식을 보유할 것을 요구받는다. 법체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법조계나 인체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필요로 하는 의학계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높은 명망을 누리게 되는 것은 이런 깊은 지식을 얻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에 기인하는 것이다.
법조계나 의학계가 아니라도 한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지식의 깊이에 있어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지식을 갖는 것은 사실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직업적 전문가의 경우이지, 지적인 것에 대한 의미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적인 교양인이지, 지적인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적인 교양인이 되고 싶다면, 지적인 활동에 스스럼 없이 참여하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책을 읽든, 검색을 하든, 곰곰히 생각을 하든, 또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말과 글에 귀를 기울이건, 또는 그런 대화에 참여를 하건, 자신을 유연하게 만들어서 모든 지적 흐름에 노출하면 된다. 그런 세상의 흐름에 자기를 열어두고 참여하면 된다. 골방에서, 큰 산 하나를 정복하듯이 지식을 자루째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겠다는 강박증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식교양인이 되는 가장 기본은 지적인 활동의 다양성에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다. 지적인 매력이라는 것은, 다양한 지식의 통합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질적인 내면의 변화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식이 많이 쌓여있는 지적인 전문가의 능력으로는, 이 사회의 다양성과 변화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리드해나가는 지도력의 부재를 가져오지만, 지적인 교양인은 어느 계층 어떤 직업 어떤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 그들을 매료시켜서 이해시키고 사회전체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