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특이한 문화중에 하나가, 죽은 자에 대한 예우 중에서 일생동안의 모든 과오에 대해서는 쉬이 눈감아주고 좋은 평가만을 일삼는 것이다.
그의 살아생전 과거이력이 어떻게 되었든지, 최대한 좋은 평가만을 많이 해주고 없는 선행이라도 부풀려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과거시대에는 사대부 집안일수록 더욱 심했을 것이니, 조상숭배의 제례문화가 문화생활의 중심적 축이었던 시대의 한 단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상의 악행이 있더라도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혹시나 나쁜 영향을 미칠까 싶은 조상숭배적인 믿음에 근거한 두려움에서, 가급적 좋은 평가만을 해주고 남들에게 나쁜 소문이 안나게끔 하려는 모순적이고도 이중적인 거짓말이었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어느누구의 나쁜 과거행적이 죽은 후에라도 들통나게 되면, 직계자손들까지도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것이 두려웠을테니 그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생전의 행적을 아무리 좋게 미화를 한다고 해도, 없던 일을 있는 것처럼 꾸며내서까지 칭찬일색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차마 양심적으로는 하지 못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들에게나 혹은 유명인의 죽음 뒤에는, 어처피 죽은 자들에 대한 예우이니만큼 좋은 평판 한 번쯤 해주는 것이야, 뭐가 그리 어려운 것이겠느냐? 라는 억지를 부린다면, 어차피 인간적이고 살가운 휴머니즘적인 문화가 좋은 것이고 가족적인 온정주의가 더 유익한 것이라는 문화가 지배적이기도 한 것이겠으니,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주면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묻어두고 넘어가는 일이 더 많겠다.
분명히 지켜야할 선이 아닌 것은 죽은자라고 해도 엄격한 기준잣대를 들이밀수밖에 없는 것이 합리적인 사회적 문화의 모습이지, 얼토당토않게 무조건 " 모든 것을 다 눈감고 넘어가주자" 라는 식의 해석은 말 그대로 억지부리기 밖에 안되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가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 민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인 무궁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정부는 고 김종필에게 일부 과오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권에 남긴 업적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정의당 등 일부 진보정당에서는 “쿠데타의 주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따져볼 문제이다. 훈장수여를 추서한 쪽에서는 해명하기를, " 한국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셨고, 전임총리이셨기 때문에 그 공적을 기려서 정부에서는 소홀함이 없이 모실 것" 이라는 뜻을 전하고 있는데, 과연 국민들 대다수의 입장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이룩해왔던 그의 업적이 충분히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어지고 국민들이 본받아야만 될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분명 이 문제는 정치계에서의 죽은자에 대한 무작정 묻어주기식 좋은 평판과 예우만으로 판단되어질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대다수의 정서적 공감대가 훈장추서에 충분히 부합되느냐의 여론형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문제가 아닐까.
더 이상한 것은, 과연 그가 한국현대정치사에서 정말로 뜻 깊고 덕망있는 족적을 남긴 자라고 하면 살아생전에 무궁화 훈장수여자로서의 영예를 안겨줄 것이었지, 왜 하필이면 죽고나니까 이제와서 훈장을 수여한다는 뒷북치기를 하는 것인지 참 아니러니하기도 하고 그 진짜 속내가 의심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