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태극기는 애국심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한 상징적 도구로서 활용이 되어져 왔다.
그야말로 월드컵 시즌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나 응원장소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과거와는 너무도 판이하게 응원장소에서 태극기가 거의 실종되어져 버린 상태라고 한다.
과거에는 TV 방송이나 광고 등에서도 각종 월드컵 광고를 내보내면서 태극기를 앞장세우고 월드컵 응원 열기를 더했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기업체들의 상업적 마케팅도 아주 지지부진하고 관련 광고 등에서도 태극기 자취는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이렇게 이번 월드컵 시즌에 태극기 열풍이 식어버린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기를, 지난 박근혜정권 시절동안 이어져온 전 국가적인 촛불시위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일명 '태극기 부대' 라고 일컬어지는 보수층 지지세력의 꼴불견적인 시위 행태가 태극기를 정치적 도구화로 낙인시켜버리면서, 태극기를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의 부정적인 상징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월드컵 축구 응원전이라고 하면 그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도적일 것인데, 나이많고 꼰대짓을 많이 하는 기성세대 중심의 '태극기부대' 집회를 바라보면서, 그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는 반발심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은 당연한 것이겠다.
과연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 해석을 전혀 무관한 억측이라고 무시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실제로 젊은층이 그 동안 바라보아온 '태극기부대'의 꼴불견적인 막가파 집회 모습들은 어느 누가 바라보아도 태극기의 국가상징적 이미지에 대한 부정성을 젊은층에게 각인시켜버린 치명적 오점인 것은 분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 6월 10일 서울 영동대로 월드컵 길거리 응원전 모습>
하지만 여기에는 시대적 흐름에 동반한 또 하나의 문화적 의식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음이니, 지금의 젊은층과 자라나는 청소년층은, 지금의 X 세대와 베이붐세대 이상의 연령층이 가지고 있는 국가관이나 민족관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념적 문화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의 60~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었던 기성 세대는 반공사상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국가 이념에 기반한 군사정권하에서의 성장기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국가간 대항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태극기를 휘두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또래문화였던 것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20~30대 층의 길거리응원의 주도세대는 지금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되었지만, 지금의 20~30대 연령층은 지난 2002년 시절에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었다. 그 때의 어린 학생들은 지금의 기성세대처럼 국가중심 민족중심의 투철한 의식이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초국가적 이념과 사상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는 연령층이다.
그래서 지금의 학생들 연령층과 20~30세대 연령층의 공통적 이념적 가치관은, 내셔널리즘에서 탈피하여 글로벌리즘에 더 가까운 이념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세대인데,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과거시절처럼 국가간 스포츠 경기가 있어도, 태극기를 집단적으로 휘두르면서 응원을 하는 그러한 문화에는 왠지 어색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국가간 스포츠경기를 보는 것은 재밌는 스포츠 오락즐기기의 개념보다는 우리나라가 꼭 이겨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지만, 40대 이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 속에서는 우리나라가 꼭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증적인 응원의 열기보다는 아무래도 재밌고 오락적인 스포츠경기를 다 함께 감상한다는 여가문화생활의 한 장르로만 인식하려는 성향이 더 강한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