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무술(戊戌)년이다. 천간의 무(戊)와 지지의 술(戌)이 결합되어져 있으니, 의미상으로는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는 활동적인 개라고도 할 것이고 , 혹은 성격상으로 강인하고 철두철미한 전투적인 무사형의 개라고도 할 것이고, 색으로는 황금색 혹은 누런색의 개라고도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든지 간에, 무술(戊戌)이라는 것의 오행적 기운은 평탄하고 부드럽거나 온순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2018년은 무술년생, 연도로는 58년생 개띠생들의 회갑년이다. 이들이 58년도에 출생하여 성장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세상을 주름잡고 나서 이제는 한 생의 주기를 마감하는 회갑으로까지 지내왔으니, 그들의 질곡이 가득한 삶들과 더불어 역사의 흐름이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되는 상징적인 연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출생년띠를 고르라면 단연코 58년 개띠라고들 한다. 도대체 이들의 특성이 무엇이길래, "58년 개띠들"이 유달리 유명하다라는 말을 듣는 것일까?
53년 한국전쟁이후에 55년부터 65년까지 해마다 80만명씩의 아이가 태어났다. 2015년에 43만명이 태어났다고 하니, 지금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그 중에서 58년은 그 정점에 달한 해로 110만명이 태어났다고 한다. 이 58년 개띠 생들을 낳은 세대는 일제치하와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살아가는 목표들 중 하나는 굶어죽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당시에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극히 일부 소수층만이 누리는 사치였고, 그나마 글을 읽고 쓸 수만 있어도 다행이었다.
그 후 전쟁 후에 폐허가 된 나라를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재건하기 위해서 매진을 하면서 양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불공평한 세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하였다. 그 불공평함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교육' 뿐이라고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던 할아버지 세대는, 그들의 자녀들에게 교육의 필요성을 뼈 속 깊숙히 각인 시키게 되었고, 밥은 굶더라도 공부는 시키려고 했었다. 먹고 사느라고 못배운 것이 한이 되었던 할아버지 세대는, 자녀들을 공부시켜서 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58년 개띠들은 부모의 한맺힌 교육열과 산업화의 흐름을 등에 업고서 각지에서 서울로 서울로 부산으로 등등 진출하여 새롭게 터전을 일구게 된 것이었다.
58년 개띠생들은 동갑내기 수가 가장 많은 나이대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진학이나 취업, 결혼과 집, 부동산 등 모든 사회활동이 아주 치열했다. 처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해선 콩나물 시루처럼 꽉 찬 교실에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서 2부제 수업을 하였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56년생 부터 본고사가 폐지되고 일명 "뺑뺑이" 를 돌려서 학교를 선정받는 세대가 되었었는데, 58년생이 고등학교 본고사를 막 준비하던 중 3초에 고등학교도 연합고사제도로 바뀌게 된다. 74년에 고교평준화가 시행될 때는 58년생 동갑내기인 박정희의 아들 박지만 때문에 시행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러고보니, 한국의 교육역사는 그 시행제도가 바끨때마다 테스트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58년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하던 77년은,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로 치러야만 했었다. 일명 쌍칠년도, 대학가에서는 77학번이지만, 이들이 민주화 운동의 가장 선봉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3년후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절반이 민주화투사가 되고, 절반은 군 입대후 진압군으로 거리에서 서로 맞서야만 했다. 그래서 58년생은 대학을 다니면서 10.26과 5.18을 겪으며 휴교령과 데모로 이어진 80년대를 보낸 세대이다. 58년생이 30세가 되던, 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서도 넥타이 부대의 가장 중심이였다.
1998년 IMF 사태는 58년 개띠생들이 불혹의 나이가 된 만 41세에 터진 사건이다. 그전까지는 80년대와 90년대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오로지 집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일주일의 시간도 모자라서 쉴새없이 일에만 매여서 생활하던 그들에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버린 결정타를 안겨준 것이다. IMF사태로 인하여 '개피'를 보게 된 58년 개띠생들은 어정쩡한 나이에 재취업의 어려움을 당하고, 직장에서는 컴퓨터로 인해서 386, 486의 무시를 당하는 세대가 되어버렸고, 정리해고의 1순위가 되어버렸던 세대이다.
그래서 58년생 개띠들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이자, 사회의 격변기에 가장 많이 희생되었던 사람들이고, 또한 여러 제도의 최초 시행대상이 되었던 출생년도를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2018년이 되면 58년 개띠생들의 회갑연도가 되면서 그들이 이제는 사회의 뒤안길로 은퇴를 하게 되는데, 그들의 회갑년에는 정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20대 30대 세대의 부모님 세대이자,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는세대, 이들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순탄치 못하고 치열한 생존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이제는 회갑을 맞이한다.
그래서 58년 개띠생은 나의 12년 띠 동갑 선배님이자 오늘날의 한국을 이룩해놓은 현대사의 주역이었으니, 그 의미심장하고 지대한 공헌에 깊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혹시 내년에 회갑을 맞이하시는 부모님이나 주변 친지분들이 있는 스티미언이라면, 이 글을 보시고서 그 남다른 인생길을 걸어오신 노고에 깊히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