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237. 동물원에 갇혀서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들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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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는 재밌는 동물들 구경한다는 생각에 그냥 동물원을 여러번 가 보았다. 어릴 때에는, 우리 속에 갇혀 있으면서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체들의 모양새와 그 몸동작이 너무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해서, 한참 동안이나 그 동물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해 보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는 일부러라도 동물원을 가지 않는다. 어릴적에는 동물원의 우리 속에 갇혀있는 사자와 물개와 원숭이 등이 마냥 신기해서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었지만, 이제는 우리 속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결코 재미있음이 아니라 감옥철창 속에 갇혀 있는 부자유한 억압의 불쾌한 느낌이 자꾸 느껴진다.

동물원 개장시간에 사육사가 열어주는 좁은 우리의 문을 통해서 밖으로 앞 다투어서 뛰어나오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려고 우루루 모여들었다 흩어지는 대도시의 아침풍경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마치 서울시내에서 생계를 위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일과처럼, 해가 뜨면 출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것과 사뭇 비슷하게 느껴진다.

동물원에서 철창우리 속에 갇혀서 하루일과를 보내는 동물들 역시도, 그들의 자연적인 야생성을 죽이고 자유를 포기하고 밥이 나오면 밥을 먹고 잠자리가 있으면 들어가서 잠을 잔다. 우리 속에서 활달하게 잘 움직이고 사육사의 요구대로 잘만 움직여주면, 얼마든지 밥과 잠자리가 마련되어지니 고달프게 야생에서 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분명 더 편하기는 하겠다.

어쩌면 동물원의 우리 속 동물들이 하는 행동이, 우리 각자의 본성과 욕구와 개성을 죽이고서 조직에서 원하는 대로 일만 잘하면 집과 끼니가 잘 해결되어지고 월급도 꼬박꼬박 잘 나오게 되니, 흡사 비슷한 삶의 방식에는 분명히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아도 즐겁지가 않고, 조련사의 능숙한 손놀림에 재롱을 펴고 있는 돌고래의 묘기를 보아도 즐겁지가 않다.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그들의 본능적인 야생성을 모두 죽이고 있는 존재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손에 의해서 사육되면서, 인간의 말을 잘 듣고 순종하도록 훈련되어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애완적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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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을 잃어버린 이 동물들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인간에게는 가치있는 질문거리가 전혀 아니다. 오로지 야생성을 잃어버린 이 동물을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유희적인 즐거움을 많이 누릴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매일의 잠자리와 적당한 먹거리의 제공일 뿐이다. 어쩌면 이 현실적인 댓가가 더 행복하기 때문에 야생성을 잃어버린 이 동물들은 철창 우리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행복하다고 느낄까?

물론 그들의 지능수준은 문화적 인식의 사고능력이 되지도 않는 지능수준이기 때문에, 그러한 차별의 행복을 비교할 수 있는 사고역시 당연히 없을터이니,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에는 충분히 철창속에 갇혀서 살다가 죽어도 얼마든지 그들의 수준에 맞는 행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마치 인간의 문화적 인지력이 미진할 시대에는, 자신의 태생적 능력들이 어느정도 인지, 그리고 인본에 입각한 진정한 인간의 행복추구가 무엇인지를 자각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종교의 허울과 지식을 착취한 극소수의 사회엘리트들에 의해서 지배를 당하면서 살아가듯이 말이다.

하지만 감옥철창속의 동물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서이든, 혹은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이든 야생성이 발동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있어야 할 곳은 동물원의 우리속과 수족관 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인간의 본성이 본래부터 아주 자유롭고 자신의 타고난 개성적 자아에 의해서 얼마든지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의식수준이 깨어나기 시작한다면,,,

동물원의 울타리가 다 무너지고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 해질것이 뻔하듯이, 사회규범의 울타리 속에 갇혀서 조직과 규율과 질서에 위배되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리면서 잘 살아오던 인간들이 자신의 개성을 존중받고 싶다고 해서 집단 반발을 하기 시작한다면,,,

어쩜 현재의 우리는 동물원에 갇혀있는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들의 삶과 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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