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국회의장이라는 위격은 입법부의 최고 수장(首長)이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의원장과 함께 5부 요인들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의전서열으로 본다면 대통령 다음으로 국회의장이며, 그 뒤를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그 다음에는 국무총리가 뒤를 잇게 된다.
그래서 행정부의 최고수장이 대통령이라면 입법부의 최고수장은 국회의장인만큼, 그 위격은 대한민국에서 최고 의전서열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번에 퇴임식을 가지게 된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의장이었으며, 2016년 6월부터 이번 5월까지의 2년임기 동안을 마치고 물러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식들 많아서 바람잘 날 없다는 말썽많은 집안의 가장 역할과 같은 것이겠다. 이 비유가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입법부의 성장발전과정은 그야말로 중상모략과 이간질과 눈치작전과 물밑싸움의 끊임없는 분쟁과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발전해 온 세월이었다고 할 것이다.
아마도 보통사람들의 근기라면, 이러한 골치아프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의 국회싸움판에서 의장직을 맡게 될 경우에 몇 달도 못 넘기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져버릴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의 국회정치판은 보통사람의 근기와 정신력과 배짱으로는 버틸 수 없는 자리임에 틀림이 없다.
정당정치의 특성상 국회의장직에 어느누가 앉느냐에 따라서 정당간의 권력 싸움 구도가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국회의장직을 맡게되는 의원은 자신의 권력을 주관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중립적 위치를 고수하면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권한 행사를 해나가야 함이 보통 난감함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회역사상 역대 국회의장직을 맡았던 의장들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중립적 관계에서의 국회의장직 행사가 아니라, 정당별 권력구도에 맞춰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국회의장직 수행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2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하게 되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기도 하고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었다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서 아주 걸출한 인물을 하나 배출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아주 긍정적으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상태이며 역대 다른 국회의장들보다도 탁월하게 중립적이고 준법정신에 입각한 임무수행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는 평가들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대한민국 헌정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요청과 탄핵판결까지를 몸소 체험한 국회의장이기도 하였으며, 가장 무능하고 비리투성이인 대통령과 견제를 하면서도 헌법에 입각한 중립적인 자세로 의장직을 수행해왔던 인물이었으니, 그 자신역시도 그 기간 동안의 감회가 참으로 가슴에 깊이 새겨질 듯 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얼마 전 어느 방송사 대담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인터뷰 내용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라고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그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다" 라고 담화를 내놓으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 놓게끔 만드는 것이 시대적 조치에 발 맞추어서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하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역사는 70년의 세월을 가지고 있고, 그 동안의 국회의원의 특권은 불체포특권으로서 상징화되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간주를 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게 끔 인정한다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빠른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황에서나 필요한 권력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대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불체포 특권을 부여하는 초법적인 권한행사는 시대착오적인 권력행사임에 분명하다.
과거 같으면 국회의장이 자기소속 의원들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저희들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 같은 것은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시끄럽고 가장 머리 아프고 가장 바람 잘 날이 없었던 임기동안의 국회와 가장 말 많고 무능하기만 하던 대통령의 임기를 동시에 겪으면서도 중립적이고 치우치지 않는 지조로 국회의장직을 수행해왔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놀라운 정신력도 대단한 것이지만, 그의 입에서 그 스스로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 중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었던 불체포 특권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언급을 했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시끄럽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70년 세월의 국회 역사가 이제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