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계수란 가계의 전체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엥겔계수는 보통 그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이 계수가 높을수록 소득대비 식료품비 지출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에 고민이 많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게 된다. 반대로 엥겔계수가 낮으면 소득대비 식료품비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소득잉여분을 저축하거나 문화생활등에 소비하면서 전반적인 문화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엥겔계수의 성립조건은, 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사람의 먹는 문제는 거의 비슷한 정도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부자가 되든 가난뱅이가 되든 모두가 하루 세끼 밥 막고 살지, 부자라고 해서 하루열끼 스무끼를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엥겔계수가 높다는 것을 두고서 전반적으로 국민들이 먹는 문제에만 치중해야 할 정도로 삶이 후진적이고 문화발전적인 측면에 빈약하다라는 해석을 하게 되지만, 여기에는 큰 맹점이 담겨져 있다.
오히려 엥겔계수가 높다는 것을 두고서 역설적인 해석을 하자면, 먹는 것에만 집중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주 풍성하게 잘 먹고 산는다는 식의 해석을 할 수도 있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과 같이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나 안정된 월수입을 가지고 있는 1인 가구들의 경우에 직접 식료품를 구입하여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보다는 외식을 많이 즐기기도 하고, 또 사회적 교류를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식사겸 술과 찻값 등으로 한달 수입의 절반 정도를 지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쌀과 각종 밑반찬만을 먹기 위해서 사용하는 부식비 등의 지출비용만으로 엥겔계수를 따지던 60~90년대식의 생활방식과는 지금시대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엥겔계수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된 시대는 지금처럼 대도시 소비문화 중심이지도 않았었고 1인가구 중심의 소비패턴이 등장하지도 않았으며, 지금처럼 인터넷문화를 통한 먹방 먹거리탐방 문화등도 존재하지 않던 시대였기 때문에, 한참 과거시대의 엥겔계수라는 개념을 지금 시대에까지 동일하게 적용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겠다.
<2000년도부터 17년간의 엥겔계수 변화추이>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의 엥겔계수는 2000년 이후 17년만에 최고치의 엥겔계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혼재되어져 있는 것이기는 한데, 동일한 소득수준으로 비교를 했을 때에 상대적으로 식료품 가격의 물가상승이 높아서 그럴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전반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식료품 비용지출은 동일한 수준이지만 다른 항목의 소비지출이 줄어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 것이고, 혹은 동일한 소득수준대비 외식문화의 확산으로 외식비용이 많이 늘어나서 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 중에서도 결정적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식의 비중이 높고, 1인가구들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에 벌어진 한국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현상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그리고 직업이나 사회적 활동과 연관된 빡빡한 1인 생활자들의 생활패턴 때문에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차려서 먹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보니 편의점 도시락이나 소포장 음식 등으로 끼니를 잇는 경우가 더 많고, 그로 인해서 1인 가구는 전반적으로 엥겔계수 수치가 아주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1인 가구의 소득은 167만 7천으로 그 전년보다 약 6만1천원이 줄었다고 한다. 이것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더불어서 1인 가구의 전반적인 소득수준 감소, 그리고 식생활문화의 간편화와 외식문화의 증가 등으로 1인가구는 엥겔계수가 절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고, 결국은 이것이 결정적으로 국민전체의 엥겔계수를 높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겠다. 여기에 더하여 식료품비의 가격인상이 더해지면서 사상최고치의 엥겔계수라는 소식이 전해지게 된 것이라고 파악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혼밥족 욜로족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나홀로 살면서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를 방송등에서 보기좋게 포장을 해서 미화를 시키고는 있지만, 나홀로 생활자들 중에서 과연 방송에 출연하여 '나혼자 산다'라는 방송프로에서처럼 수준높고 럭셔리한 나홀로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물론 현재의 나홀로 생활자와 1인가구의 증가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있는 사회변화적 측면의 문제이지만, 엥겔계수의 증가라는 측면으로만 본다면 분명히 1인가구의 증가는 그렇게 반가운 현상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하여 어쩔수 없이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사대용품이 인기이고, 그만큼 외식와 야식문화가 발달할 수 밖에 없어서 산업분야에서는 그와 연관된 새로운 먹거리 분야에 투자확대의 이득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본다면 그만큼 사회전반적으로 삶의 질은 더더욱 팍팍하고 불안정성이 더 많아져 간다는 우울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단순히 엥겔계수라는 수치적 측면으로만 받아들여서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에는 상당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겠다.
즉, 오늘날에는 엥겔계수가 높다는 개념이 단순히 식료품비 지출이 늘어나서 수치가 높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가 여럽다는 식으로만 국한시켜서 해석을 하고 이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엥겔계수가 높다는 이면에는 사회변화적 측면의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같이 영향을 미치면서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하는 복잡다변성의 시대이기 때문에, 엥겔계수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식료품비 지출비중이 높다는 것만을 가지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유발시키는 복잡다변화된 여러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함께 해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90년대까지는 4인가족을 기본으로 하는 가족구성원이 보편적인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이었고, 외식이라는 것은 어쩌다 한 번씩 가족단위의 외식이었을 뿐, 하루 세끼의 식사라는 것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그 외에 각종 부식재료를 이용하여 가정에서 만들어낸 밑반찬을 함께 먹으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시대였다.
그러한 시대에 적용되어지던 엥겔계수의 의미를 지금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려고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현재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그다지 부합되지도 않는 구시대의 통계학적 개념이 아닌지를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