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186. 함경도의 냉면과 평안도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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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영조때의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 에는 관북(함경도지역)지방을 가리켜서 “땅이 오랑캐와 인접되어 백성들이 모두 굳세고 사납다" 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반면에 관서(평안도지역)지방에 대해서는 "인심이 순박하고 후하다"라고 기록을 하고 있다.

또한《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는, 함흥지역 사람들의 기질을 "진흙에서 싸우는 소" 라고 표현을 하면서도 순박하고 어리석을 정도로 곧다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반면에 평안지역은 "인정이 두텁고 남자답고 용감하다" 라고 하면서 맹호출림(猛虎出林:호랑이가 숲에서 나옴)이라는 비유로 기질을 설명하고 있다.

고전문헌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보아서는 이북사람들의 기질은, 지리적인 특성상 산악지역이 많고 춥고 국경 경계지역으로서의 긴장감이 많다보니, 아주 강하고 드센 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그렇게 강하고 드세고 곧은 면이 많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주 정직하고 순박하고 단순한 면도 많다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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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들 중에서 냉면은 익히 잘 알려진 전통음식이다. 냉면은 메밀이 많이 생산되는 이북지역에서 많이 발달할 수 있었을 것인데, 6.25 이후에 월남민들에 의해서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일반적으로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국수를 만들고 편육,오이채, 배채, 쇠고기볶음,삶은달걀 등의 고명을 위에 얹어서 국물을 부어 만드는 식이다.

이 냉면은 발생지가 이북지역 특히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 냉면의 차림새나 제조과정이 왠지 택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하는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의 사람들 기질에 대한 언급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메밀면이 가지고 있는 직설적이고 뻣뻣한 느낌, 그러나 메밀면에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평민적인 느낌이 들어있고, 특히 함흥냉면은 함경도지방에서 생산되는 감자녹말로 국수를 만들어서 국수의 올이 소의 힘줄보다 질기고 오들오들하며, 가재미나 홍어 등 생선으로 회를 쳐서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국수에 얹어 맵게 비벼먹는 것이 왠지 함경도 지역 사람들의 "굳세고 사납다"는 택리지의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주 질기고 뻣뻣하고 매운맛이 마치 함경도 지방의 억세고 드센 기질과 흡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에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서 국수를 만들고, 꿩탕과 동치미 국물을 붓고 돼지고기 삼겹살, 무채김치, 배, 삶은 달걀을 얹은 다음 잣,실고추,겨자, 초 등으로 맛을 내는 방식인데, 이것은 "인심이 후하고 남자답고 용감하다"라는 평안도 지역 사람들의 기질에 흡사한듯한 느낌을 준다.

맹호출림(猛虎出林:호랑이가 숲에서 나옴)이라는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인정이 후하지만 아주 강하고 남자다운 매력이 있는 것처럼, 억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이 가진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기를 차가운 뀡탕과 동치미국물로 식히며, 겨자 초등을 쳐서 새콤한 맛으로 질긴 메밀면을 먹는 것이 강골기질의 무사형들이 먹어대는 식성과 비슷해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냉면이라는 음식이 가지는 이미지는 왠지 함경도와 평안도의 높은 산악지역과 춥고 싸늘한 지형적 특성과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던 드세고 강하고 억센듯한 이미지를 닮아있는 음식이라는 표현을 하게 된다.

이것은 전라도 지역의 음식들처럼 숙성과 발효의 맛에 더하여 갖은 양념으로 혼합하여 특유의 독특한 버무리고 비비고 섞어서 울궈낸 듯한 구수하고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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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북한에 있는 옥류관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해서 가져온 평양냉면을 함께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어 화제였다.

옥류관은 북한의 평양에 위치한 대중식당으로서, 1960년에 설치되어서 무려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지난번 평양공연차 참석했었던 연예인들과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냉면을 먹고 난 후에 그 맛에 대해서 극찬을 할 정도였다고 하니, 북한의 냉면이라고 하면 당연히 평양의 옥류관이라는 이름이 같이 연상이 될 정도로 냉면요리에 있어서 최고의 맛 자랑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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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평양공연에 참석했던 레드벨벳 멤버들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는 장면>

아마도 통일이 되어서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 옥류관에는 북한식 전통 냉면의 진수를 맛보려는 수 많은 인파들로 헤아릴 수 없이 사람들이 계속 밀려드는 곳이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옥류관은 북한에서의 최고라는 명성을 떠나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명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알려진 옥류관 냉면의 유명한 맛으로 인하여 통일이 되면 북한에 방문해서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것들 중에서 하나가, 옥류관을 방문하여 냉면을 맛보는 것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온 것이 있다.

도대체 이 옥류관의 냉면맛이 얼마나 기막히게 대단한지는 나 역시도 아직 먹어보지를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이지만, 나중에 이 옥류관을 방문하여 냉면을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 냉면의 맛 속에는 분명 함경도와 평안도를 포함한 이북사람들의 강인하고 드세고 억센 기질들을 표현해 낸 북한 지역 향토 음식문화의 진수가 스며들어 있음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더욱 더 옥류관 냉면의 진수를 깊고도 그윽하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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