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은행강도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가진자들의 돈을 빼앗는 의적 같은 모습에 가난한 민초들의 분노가 영화속으로 동화되어지거나, 젊은날에 방랑과 객기같은 혈기의 분출구를 찾아서 한번 쯤은 은행강도처럼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보았음직 한 영화들을 말이다.
과거 은행강도를 잡았넣었던 FBI 전담수사관의 회고에 의하면 은행강도 네 명 중에 세 명은 결국 체포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그래도 은행강도에 한 번 크게 성공하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967년)
내일 향해 쏴라(1969년)
뜨거운 오후(1975년)
히트(1995년)
킬링조이(1994년)
밴디츠(2001년)
인사이드맨(2006년)
뱅크잡(2008년)
다크나이트(2008년)
위의 10가지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은행강도가 주인공이 되거나 은행강도행각에 관련된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이다. 모두가 역대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이고 개봉당시에 전세계로부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영화들이다.
그런데 이 은행강도 소재의 유명영화들이 이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2013년에 실제로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는 은행강도가 돈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돈을 한 푼도 훔치지 못하고 빈 손으로 나오다 경찰에게 붙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현금 창고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은행강도의 생각과는 다르게 은행 안에는 현금이 한 푼도 보유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현금 사용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 자금 유통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화폐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경제에서 악용되고 있는 검은 돈의 규모를 줄이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
실제로 덴마크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사이에 덴마크 지하경제의 규모가 1/3 정도 줄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탈세나 테러, 마약 등의 범죄 활동 역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모든 금융 거래 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범죄를 일일이 감시하고 단속하는 비용까지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멋있게 폭탄을 설치하고 최첨단 투시경과 암호풀이용 노트북을 조작하면서 은행지하실의 깊숙한 대형금고문앞까지 진입하지만, 마지막 순간의 자물쇠 장치와 암호를 풀지못해서 진땀을 빼고 있다가 결국 아슬아슬한 순간에 커다란 금고문을 열어제치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 순간 은행강도의 눈 앞에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다발과 금괴와 각종 보석과 유가증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것을 자루에 담아서 여러명이 낑낑거리면서 은행문 앞으로 이동하고, 도난 감지 신호를 추적하고 출동해온 경찰차들이 들이 닥치기전에 재빠르게 차를 타고서 은행주변을 빠져나가버린다.
이 스토리가 바로 과거 시대의 은행강도 소재의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뻔하듸 뻔한 은행강도행각의 극적인 장면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에는 현금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일부 고가의 현물 귀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개별 은행에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집결지와 같은 여러 보안 장벽을 가진 군사요새 같은 곳에 보관되기 때문에 훔쳐갈 수도 없다. 설령 현금을 훔쳐간다고 해도 시중에서는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현금자체가 아예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은행강도는 그 존재자체가 아예 기억도 나지 않게 될 추억속의 주인공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현실에서의 은행강도가 아니라 가상에서의 최첨단 기술과 정보수집과 운용능력을 가진 비상한 천재급의 두뇌들이 해킹이라도 할 수 있으면 남의 돈을 훔쳐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마저도 기술적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화폐만이 존재하는 앞으로의 시대에는 총을 들고서 은행으로 뛰쳐들어가는 강도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밀아지트에서 다른사람의 은행계정과 주식계정 혹은 엄호화폐 계정을 탈취하려고 엄청나게 똑똑한 머리를 쥐어잡고서 해킹 루트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질 것이 뻔하다. 그러니 은행강도라는 단어도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디지털 자산을 훔쳐가는 강도를 앞으로는 뭐라고 명명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과연 앞으로의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디지털 은행같은 자산운용센터에서 남의 돈을 훔쳐가는 강도를 가리켜서, 지금시대까지의 '은행강도' 라는 말 대신에 어떠한 새로운 신조어로서 부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