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부산에 살고 있던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 부부가 늦은 밤에 가계부 기록 때문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내가 남편한테 쏘아붙이기를 " 지난달 카드값 나온 거 보니까 듸지게도 많이 나왔네, 뭔놈의 쏘주집에 그리도 많이 갔었으예? "
남편 대꾸하기를 " 친구들하고 어울리다 보니 늦게까지 친목도모 한다고 쏘주 한잔 걸치고 그랬다 와~. 그래도 돈 아낄라고 싼 집에만 가가지고 쏘주만 마셨더만, 뭐락 했싼노?
아내 왈 " 아이고 마! 내가 남자들 술먹는 거, 머라고 안할라 그래도~ 진짜 이해가 안데는기~ 맛떼가리도 없는 그 쏘주는 머할라고 묵는데예? , 무봐야 속만 쓰릴 긴데, 솔직히 말해서 쏘주가 맛은 무싄놈의 맛이 있노?
" 어여~ 말 한 번 해보소! , 쏘주가 맛이 있다는 데, 도대체 무슨맛이 있다는 긴데예? "
남편 왈 " 쏘주 먹는 맛이라능기! 쏘주가 좋아서 먹는 사람이 어디있노? 술먹다 보면, 알딸딸하게 취한 맛에 고민거리도 없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이말 저말 다하고 속도 다 까놓고 솔직히 지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그런 맛에 쏘주 먹는 거 아이가! "
아내 왈 " 그래예? 그것 때문에 쏘준 묵습니꺼? 그라문 차라리 쏘주를 먹지 말고 집에 와서 따뜻한 녹차나 땅콩차나 드시면서 어울리면 안됩니꺼? , 그라믄 건강에도 좋고 쓸데없이 몸도 안 베 리고 더 좋은 거 아입니꺼?"
남편 왈 " 아! 가쓰나야~~ 니 나가서 직장생활 해바라~~ 쏘주먹고 어울리는 사회성도 있는 거이지, 니가 통 집에만 있으니까 그런걸 모르는기라 "
아내 왈 " 차라리 커피나 마시소, 커피는 맛이라도 있다 아입니꺼! "
남편 왈 " 내 솔직히사 말하는데, 니 친구들하고 어울리가 커피숍가서 맛대가리도 없는 커피 묵는 거, 맛있더나? 솔직히 까 놓고 말해보자. 니, 날마다 친구들하고 어울리가, 스타벅스인가 먼가 하는 거기 하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 찾아다닌다고 하믄서, 커피 처 묵어 샀는데, 까놓고 말해바라! 커피가 무신 맛이 있노? "
" 커피가 씁기만 씁지 쓸데없이 비싸기만 비싸가지고, 니가 친구들하고 수다뜰고 재밌게 이야기 까는 그 기분에 커피숍가서 커피 묵는기제~ 커피가 맛있어 가는 거 아니다 아이가? " 니가 지금 내보고 맛 대가리도 없는 쏘주 말라꼬 묵냐고 그러는기나, 니가 씁기만 씁고 맛도 없는 커피 처묵으면서 친구들하고 수다 뜰고 있는기나 먼 차인데? 니 그라고도 지금 내 앞에서 할 말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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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싸움 이야기는, 과거 부산에 살고 있을 시절에 바로 앞집에서 살고 있던 누님내외의 싸움이야기를 회상해서 적어본 것이다. 솔직히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술과 커피등은 맛이라기 보다는 습관적 중독성과 분위기에 이끌려셔 마시는 성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음식을 먹는 것이야,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문화수준이 향상될수록 음식문화는 생존에 필요한 먹는 것이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좀 더 좋은 맛과 좀 더 좋은 분위기적인 측면을 중시하게 된다.
그래서 술과 커피등의 기호식품 문화는 그 단계가 가장 고상하게 진화된 사회적 음식이라는 평을 하는 것이다. 일명 생존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음식은 술과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데, 그 맛을 음미한다는 것은 분명히 전문 메니아층이 아니면 구분할 수 없는 맛이리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보조적으로 필요한 기호식품이 술과 커피인데, 이 기호식품들은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위한 음식물들의 평균적인 가격대보다 훨씬 더 비싼 평균적인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에서만도 한 끼 식사의 가격보다는 고급 커피 한잔의 가격이 더 비싼 판국이니 이것은 분명 맛과 질적인 면을 가지고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급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은은한 분위기와 커피숍 매장의 아늑한 분위기를 값으로 매겨서 모두 포함시킨 가격이기 때문에, 좀 더 품위있고 고상한 생활수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가격전략인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생활소비자 물가지수의 측정 항목에서, 가장 오랜 기간동안 빠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으면서 가장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여준 물가지수의 주요항목중에서 소주와 커피값이 있었다고 한다. 이 현상을 유추해보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존의 측면에서 음식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이 탈피되었음이 보여진다.
과거의 우리 부모님 세대 만해도 음식문화는 대부분 생존을 의한 음식문화였다. 일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음식문화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을위한 음식문화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위한 음식문화의 차원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가 진화발전해 갈수록 사회적 관계를 위한 음식문화는 더더욱 그 선호의 비중이 높아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음식의 질적인 특성은 어떻게 변화해 가게 될까?
오늘날의 사회적 관계를 위한 음식의 공통점은 대부분 액체형태 인데, 사회가 더더욱 진화발전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음식문화의 형태로만 발전해 간다면, 지금의 고형물 음식도 대부분 액체형태로 만들어서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더 많은 대화의 시간과, 더 많은 수다의 시간과, 더 많은 잡담의 시간을 가지면서좀 더 화기애애한 시간을 더 많이 오랫동안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