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그리고 죽음 (윤종신 콘서트 후기 #3)

xinnong(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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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에서 내 마음을 울렸던 곡은
야경, 너의 결혼식, 그대 없이는 못살아, Oh my baby 그리고 나이

작사가 윤종신의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윤종신은 작곡에도 능한 가수지만
난 특히 그의 가사를 사랑한다.

그런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또한 윤종신 본인의 이야기를 더 잘 얘기하기 위해
윤종신 콘서트의 곡들 대부분 화면에 가사를 함께 띄운다.

'나이'라는 곡은 오래 전 부터 들어왔음에도
이번 콘서트에 가사와 함께 들으니
마음에 박힌다.
나도 나이 들어감 그리고 어른에 대한 정의에 고민하며
그에 따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나보다.

두자리의 숫자 나를 설명하고
두 자리의 숫자 잔소리하네
너 뭐하냐고 왜 그러냐고 지금이 그럴 때냐고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굳이 보탤 말이 필요 없는 그의 가사.

'나이'라는 곡에 대한 올 해의 느낌을 써내려가던 중
내 친구의 동기의 어머니가
이번 제천 화재 사건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게되었다.
나 또한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던 친구였다.
내 친구는 제천으로 내려가 발인까지 친구와 함께한 후
불과 이틀 전에야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은 친구들 모두 충격에 빠져 멍해졌다.
뉴스로 접한 화재 사건에 마음 아팠지만
이렇게 가까운 이의 이야기였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실 나는 스스로 죽음에 대해 초연하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제천 화재 사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를 겪으며
분명 우리 삶 어디에나 죽음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20대 초반에
나는 억울함과 함께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 때만 해도 죽는다는 건 너무나 무서운 미지의 세계였는데
어느 날, 꿈을 꾸게된다.

긴 줄에 내가 서있었다.
그 줄은 처형을 기다리는 줄이었고
처형된 사람의 영혼이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게 보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꿈 속의 나는 너무나 두려웠지만
그 순간 아무 고통 없이 붕 뜨는 가벼운 느낌과 함께 나는 죽었고,
내 영혼이 자유롭게 여행하던 꿈이었다.

조금 웃기지만, 나는 이 꿈을 꾼 이후에 죽음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지금도 얘기하는 일화가 있다.
함께 터키여행을 다녀오던 비행기에서 기류가 불안정해
친구가 많이 무서워했는데
내가 그 때 평온한 표정으로 목베게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으며
'비행기가 추락하면 이 목베게 속의 숨이 내가 남기는 마지막 숨이겠네.'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내 말에 많이 놀라 지금까지도 얘기하지만 나는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기적이라 내 죽음만 생각해왔다.
그리고 내게 언제 죽음이 찾아와도
무섭지 않게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할거라 홀로 다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제천 화재 사건으로 돌아가신 친구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도 과연 언젠가 초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이가 들면, 우리 엄마도 병들고 나이 들어 죽음을 준비할 순간이 가족에게 온다면
그 때 나는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절대 아닐 듯 하다.

죽음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어줍짢은 생각들과 함께 잠이 들었고
오늘, 또 꿈을 꾸었다.

그 때와 비슷한 꿈이었다.
처형장에서 나는 죽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와 동생이 옆에서 내게 웃으며 다독였다.
'괜찮아, 무서워하지마.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

나는 생각했다.
'그래,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런데... 내가 죽어서 지금의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기억하지 못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제발 나를 살려달라 애원하며 꿈에서 깼다.

죽음의 순간에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내게 주어진 나이가 다 하고 언젠가 죽음의 순간을 마주할 나를 위해
지금, 열심히 내게 주어진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지

두 자리의 숫자가 늘어나도 정리하기 힘들 듯한 글을 서툴게 남겨본다.
아마 20대의 내가 생각했던 '나이와 죽음'에 대한 글이라는 것 만으로도
의미는 있겠지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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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나이

안되는 걸 알고 되는 걸 아는 거
그 이별이 왜 그랬는지 아는 거
세월한테 배우는 거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

두자리의 숫자 나를 설명하고
두 자리의 숫자 잔소리하네
너 뭐하냐고 왜 그러냐고 지금이 그럴 때냐고

잊고살라는 흔한 말은
철없이 살아가는 친구의 성의없는 충고
내 가슴 고민들은 겹겹이 다닥다닥 굳어 버린 채
한 몸되어 날 누른다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널 사랑해 날 용서해 지금부터

채 두자리를 넘기기 어려운데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지 말아야 할 게 늘었어
어린 변화는 못 마땅해 고개 돌려 한 숨 쉬어도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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