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길고양이
<2화>
A의 손에는 캔으로 된 고양이 사료가 쥐어져 있었다. A가 나타나자 고양이는 느닷없이 나타난 A라는 거대한 인간의 등장에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구석에 몸을 숨기고는 A의 동태를 살폈다.
고양이 앞에 있던 그릇은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로 사료의 흔적만 찌꺼기처럼 묻어있었다.
"이리온! 자! 여기 밥 있네."
A는 나름의 친절모드를 한껏 발휘해 고양이를 유인했지만 녀석은 조금도 A에 대한 긴장을 놓치않았다.
하는 수 없이 A는 빈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곤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았다.
고양이는 여전히 A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다음 날 A는 퇴근길에 일부러 고양이가 머물고 있는 아지트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준 사료를 먹었는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A는 냉혹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도시에서 여린 생명이 살아가기엔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는 배가 무척 고팠을 것이다.
고양이는 빈그릇을 남겨둔 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해가 질 무렵이면 다시 돌아올 터였다.
다음날부터 A는 평소보다 출근길이 활력넘쳤다. 여전히 횡단보도의 흰 선을 일일히 밝고 사무실 책상의 서류와 볼펜은 엄격한 규칙으로 정렬되어야 했지만 왠지모르게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생기가 넘쳤다.
김과장과 임대리는 평소와 다른 A를 두고 수군거렸다.
"세상 좋은거 하나도 없어보이던 놈이 뭔가 재밌어 보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최근에 만나는 여자라도 생겼나.."
"저런 깐깐한 성격을 누가 받아 줄라고.."
김과장과 임대리의 대화는 A에게 들릴 정도로 크고 선명했다. 둘의 대화를 엿들은 일부 직원들은 키득거리기까지 했지만 A는 감정의 동요없이 엑셀파일에 물품수량을 맞추어 예산안을 짜는데 집중했다.
A의 유별난 결벽증이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비사교적인 성격이 주변 동료들에게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긴 해도 일적으로는 특별히 시비를 걸지 못하는 것은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물품관리나 회계적 업무에는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유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유능함에도 윗사람들은 그를 만년 주임의 직급으로 평가했다. 작년 진급대상자 명단에도 제외되 함께 입사면적을 보았던 동기는 먼저 대리 직급을 장착하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A는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연초에 회사에서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진급과 연봉협상에 대한 것이었다.
A보다 한 해 늦게 입사한 오사원은 A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자주 물품목록을 대장에서 빠트리거나 회계관리에 있어서도 섬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A는 오사원을 따로 불러 물품경영이나 회계관리적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섬세하고 세심하게 처리할 것을 여러차례 당부하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는 항상 능글거리는 미소로 일단락 지은뒤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그럼에도 그의 처세술은 가히 천재적이라 경영관리 팀의 가장 영향력이 높은 김과장과 임대리의 호감을 금방 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서장인 박차장의 딸과 혼담이 오간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오사원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진급대상자 명단에 오사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고 그가 진급이 될 확률도 높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A는 다행히 이번 진급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사람들에게 선망을 얻는데는 실패했더라도 묵묵하게 팀성과에 일조해 온 터라 A도 이번에는 내심 진급이 되리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A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들고 퇴근길에 또 다시 고양이 아지트에 들렀다.
이번에는 녀석이 있었다.
A가 나타나자 황급히 구석에 숨어 몸을 웅크린 채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고양이는 A의 손에 들린게 좋아하는 간식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A는 이번에도 친절한 마인드로 고양이를 유혹했다.
" 자! 이리와서 먹어. 난 무서운 사람 아냐. 맛있는거 주려는 거야! 자, 자..."
한참동안을 그러고 있는데 몇차례 망설이다 움찔거리며 다시 몸을 숨기기를 반복하던 고양이는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슬금슬금 A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