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쿠토가 아버지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갑자기 잠에서 깬 듯 아버지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공포감이 떠올랐다. 호쿠토는 깜짝 놀랐다. 이런 아버지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니.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중고차는 급정거했다.
호쿠토는 떨고 있었다. 아버지의 스위치가 왜 켜졌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걸까.
딸깍 하는 금속음이 들렸다.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였다. 아버지는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했다. 호쿠토도 끌리듯 차에서 내렸다. 차는 불과 50센티미터를 남겨두고 먼지를 뒤집어쓴 가드레일 앞에 멈춰서 있었다. 차 뒤쪽 도로에는 타이어 자국이 새까맣게 이어져 있었다. 차의 머플러에서는 하얀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창문을 내리더니 말했다.
"호쿠토, 무슨 짓을 한 거니? 너 때문에 큰 사고 날 뻔 했잖니! 반성해!"
이 집에서는 모든 것이 다 호쿠토 탓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버지가 어떻게 나오느냐 였다. 호쿠토는 흠칫거리며 범퍼 앞에 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한쪽 발을 가드레일에 올리고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분노는 아직 끓어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이럴 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사과해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 잘못했어요. 제가 속도를 높여달라고 안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아버지가 호쿠토를 향해 돌아섰다. 꿈을 꾸는 듯한 느슨한 미소가 얼굴에 번져 있었다.
끝났다. 지금 막, 즐거운 가족 드라이브가 끝난 것이다.
"너는 언제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구나. 이번에 넌 잘못한 게 없어. 내 잘못이지. 그러나 너는 네가 잘못했다고 하는구나. 언제나 거짓말만 해대는 아이와 사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 좀 해봐라. 너는 어째서 그렇게 교활하게 구니? 넌 정직하지 못해. 거짓말쟁이야. 우리 집에 거짓말쟁이는 필요 없다."
아버지는 자동차 문을 열고 휙 올라탔다. 그리고는 차를 후진시켜 도로로 돌아가더니 호쿠토를 그 자리에 둔 채 그대로 가버렸다.
"아버지, 기다려 주세요!"
흰색 크라운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호쿠토는 몇 걸음 달리다 곧 포기해버렸다. 다음 커브를 돌아가도 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난방을 튼 차 안은 따뜻했기에 호쿠토는 긴 소매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가을 끝의 가루이자와는 공기는 맑았지만 굉장히 추웠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탄 차가 가버리자, 정적이 귀를 짓누르듯 덮쳤다.
'산 속에 버려졌어.'
호쿠토는 충격에 빠졌다. 이제껏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체벌을 받아왔다. 그러나 필요 없다며 버려진 적은 없었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은 존재인 것이다. 그 생각이 마음 속에서 들끓으며 차가운 응어리가 되어 갔다.
여기에 이대로 있으간 몸이 얼어버릴 거야. 호쿠토는 몸을 떨며 가드레일과 흰색 차선 사이의 좁은 갓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협박하는 소리처럼 들려 무서웠다. 모든 것을 비추는 오후의 밝은 햇살이 잔혹하게 느껴졌다. 버려진 아이라 갈 곳 하나 없는데도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내 몸은 살고 싶어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