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2 어쩌라는 거죠 - @omani02님

winnie9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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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WHY] 로 돌아왔습니다.
페미니즘 글을 쓸까 하다가 이 시리즈를 비교적 안 한 것 같아서
(......)
네, 왠지 찔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해봅니다!
미안해요 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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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마짚)
이런 일은 친구보다는 연인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던 것 같은데,
아마 애인이 있는(혹은 있었던) 분들이 이 글을 공감하실 것 같네요.
... 없는 분들은 울지 마세요, 저도 없으니까.


상황 1

솔님의 글은 두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밥을 빨리 먹고 상대방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상황을 상황 1이라고 해 봅시다. 여기서 솔님의 그 분은 자기만 밥을 먹고 있어서 자신이 돼지가 된 것 같다며 솔님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솔님과 그 분이 꽤 편한 사이라는 것, 둘째는 그 분의 자존감이 낮은 상태라는 것.

상대방이 밥 빨리 먹은 걸로 화를 낼 수 있는 단계는 결코 긴장감이 있는 상태가 아니죠. 서로가 서로에게 편해진 시점이라서, 조심할 단계는 지난 사이라서 가벼운 것에 화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 분은 상황을 자신과 상대방 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더라면 본인 밥 먹는 모습이 돼지로 보일지 뭘로 보일지 1도 중요하지 않았을테죠.

밥 먹는데 남 시선 의식하는 거랑 자존감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자존감이란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혹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상관 없이 오로지 나 스스로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밥을 두그릇을 먹든 세그릇을 먹든 디저트로 빙수까지 조지든 저기 가는 저 사람이 날 돼지라고 생각하든 그건 나랑 1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요.


상황2

이번에는 밥을 천천히 먹으며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는데 깨작깨작 먹는다며 혼나는 상황을 상황2라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는 솔직히 난감해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습니다-만 굳이 짱구를 굴려본다면
'나보다 빨리 먹고 밥먹는 나를 구경하고 있는 건 내가 돼지처럼 보여서 싫지만 그렇다고 너가 괜히 느리게 먹지도 못하는 거 나한테 맞춰준다고 느릿느릿 먹으면 왠지 미안해지고 보는 내가 답답하지만 너가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은 보고 싶음' 정도라고 할까요?

솔님이 그 분의 속도에 맞춰서 먹는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빨리 먹던 사람이 갑자기 느리게 먹으려고 하면 어색하기도 하고 일단 보는 입장에서 편하지 않아요. '우걱우걱' 에서 '냠냠' 으로 앞사람의 bgm이 바뀌었는데 편할리가요. 하하
이런 표현은 썩 내키지 않지만, 아마 엄마의 마음이랑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느리게 먹는 모습은 깨작거려서 답답하고 그렇다고 빨리 먹는건 싫고. (빨리 먹는 모습이 싫은 이유는 다르지만요.)


오늘 결론은 뭔가 찝찝합니다.
분명 많은 커플분들이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 같고, 따라서 뭔가 멋진 해석을 보여드려야 핫한 반응을 얻을 것 같은데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아요. 똥 싸다가 끊긴 느낌. 근데 이 찝찝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딱히 답이 있는 상황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거든요. 깊게 파고들수록 답답해지는 문제죠 :D


Q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계속 상대방한테 속도를 맞춰서 먹는 연습을 하는게 가장 현실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네요. 천천히 먹는 모습에 익숙해지면 깨작거린단 말도 안할테니까요.
아, 혹은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도록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이는 걸 도와준다던지? ㅎㅎ

전자는 쉽지만 불합리하고 (왜냐면 본인 잘못은 없는 상황이니까요.) 후자는 어렵지만 합리적이네요


질문 감사드려요, 솔님! XD 글 쓰면서 왠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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