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나는 상당히 마이웨이가 강한 아이였다. 물론 지금도
뭐든지 혼자서 잘 하는 아이였다. 그 '잘 한다'는게,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낸다'의 뜻이 아니라 '혼자인 것을 신경 안쓰고 일을 해내는 것'이다. 옆에 누가 있든, 없든. 사실 혼자 있는 편을 상당히 좋아해서 그 당시 남이 보기에 다가가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한정적인 인간 관계 내에서 정해진 친구들과 놀았으니까. 내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위니는 어떤 애였니" 하고 물어보면 대다수는 "잘 모르겠어." 혹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더라." 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어쨌든, 이 만큼 외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다른 아이들과 특별히 말을 섞지도 않았었다. 다른 아이들과의 접점이란 게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란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분명 남에게 '친구'라고 소개할 만큼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그 동창과는 별 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일전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 동창들을 만나면 대개 나를 너무나 반겨준다는 것이다.
3년 내내 같이 말 섞은 게 10분도 안 되는 동창을 버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를 알아봤다. 물론 나도 반갑기는 했다. 어쨌거나 같은 학교를 3년간 다닌 구성원 아니던가. 그런데 보통 별로 친하지 않되 반갑기는 한 사이라면.. 인사를 하고, '넌 어디가니, 난 어디 가. 잘 지내? 응 다음에 보자'로 끝난다. 왜냐면, 이야기를 더 하기엔 뭔가 어색하단 말이지. 3년간 말 섞은게 10분도 안된다고.
그런데 그 친구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대화를 계속 이어 갔다. 그러니까, 확실히 그 친구는 신나 보였다. 내가 그에게 더 이상 '동창'이 아닌 '친구'라고 표현 한 이유는, 저 날을 빌미로 그와 친해졌기 때문이다.
다음 예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또 다른 동창을 만났었다. 그 애는 학창시절 나를 싫어하는 아이였다. 싫어하기는 하지만, 딱히 내게 싫은 소리를 했던 것은 아니었고 싫은 티만 냈던?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그 애가 나에게 보인 행동은, 나를 매우 반가워 했다는 것이다. 그 애와 나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도 안되었을 때 다시 재회를 했던 터라 상식적으로 미움이 가시기도 전이었을 텐데.
나는 그 애를 딱히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어서, 그 애와도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다. 그 애와는 별다른 친분이 생기진 않았지만, 어쨌든 신기했다.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를 그렇게 반겼다는 게.
다음은, 올리브영에서 만난 동창 이야기다. 친구와 올리브영에서 이것 저것 구경하고 있었다. 그 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물론 별로 친하지 않은.
그 동창은 나를 보고 매우 반가워 했다. 물론 나와 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던 애였다. 이 동창도 역시 나와 이야기를 오래 섞고 싶어하던 눈치였는데, 옆에 (그 동창은 모르는) 내 친구가 있어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 애들은 왜 나를 그렇게 반겼을까. '세월이 흘러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라고 표현하기엔, 모두 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년도 안 되었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 것일까. 아니,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떤 아이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