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문자답 다이어리에 나와 있는 질문은 아니고, 나 스스로에게 묻는 글이다.
[자문자답] 카테고리는 '자문자답 다이어리' 란 책을 보고 100개의 질문에 답하는 나만의 소스(?)다.
최근 한 분과의 논쟁으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몇 개 주절거려 본다.
편하게 읽으란 점에서 구어체를 써 본다..는 거짓말이고, 그냥 이야기 하듯이 글 쓰고 싶다. 내가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_-... 친구랑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말하면 아무래도 좀 더 낫지 않겠나 싶어서.
Q. 페미니즘을 하게 된 이유는 뭐야?
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여대에 오고 나서가 아닐까?
'I am a Feminist'라는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었는데, 언니를 보고 페미니스트가 되었어. 아마 여대라는 환경이 아니었으면 난 또 세간의 눈초리가 두려워서 숨어버렸을거야.
Q. 그렇구나. 근데 힘들지 않아?
응, 힘들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근데, 내가 선택한 길이야. 나는 약자와 소수자의 손을 들었어. 그래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어떤 게 힘드냐면, 친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격을 받을 때 제일 힘들어. 무슨 말이냐면.. 똑같은 걸 100명의 사람이 물어봐. 나는 갈수록 점점 지쳐. 왜냐면, 100개의 같은 질문에 계속 답해야 하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그 사람들의 대다수는 진짜로 궁금하거나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니라, 내 말에 반론을 하기 위해서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더불어 그 질문은 대개 오류 투성이지.
Q. 보통 어떤 식으로 반론하는데?
제일 심각한 경우는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 이런 사람들은 일단 본인이 여혐을 밥 먹듯이 해 놓고 그게 여혐인 줄 몰라. 차근차근 설명해 줘도 "그게 왜 여혐이야?" 라고 해.
다음은, 페미니즘이 과격해 진 원인을 페미니스트 탓으로 돌리는 경우. 세상엔 인과관계라는게 있잖아. 페미니즘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야. 근데 강한 워딩을 쓰는 페미니스트들(래디컬)은 늘 "꼭 그렇게 강하게 말해야 해?" 라는 말을 들어.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있는데.. 다음 질문으로 넘기자. 너무 많아.
Q. 음, 그렇구나. 근데 확실히 강한 말투는 지양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난 언제나 그것에 대한 딜레마가 있어.
머리로는 알지, 서로가 말을 조심해서 하면 대화가 순조로울 것이란 걸.
근데 문제는 상대방이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일 때 발생해. 걔들은 아무리 친절하게 이야기 해 줘도 페미니즘을 비웃어. 그게 계속 이어지니까 래디컬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더욱 늘어나는 거 아닐까?
나도 친절하고는 싶어. 근데 그 친절이라는 게,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 주었을 때 성립되는 거 아닐까. 상대방이 이미 나를 공격하려고 드는데 내가 어떻게 계속 친절해.
Q. 음, 인간적인 면도 있군. 그럼 너는 래디컬이야?
래디컬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스팀잇을 처음 시작했을 땐 리버럴이었어. 아마 그때부터 2달간은? 내 한줄 소개에도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써놓기도 했으니까. 근데.. 좀 생각이 바뀌었어.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싸울 수 밖에 없어. 싸운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버리려고. 여성 운동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운동은 늘 싸움의 연속이었어. 이상한 게 아냐.
어쨌든, 내가 래디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확실한 건 리버럴은 아냐. 내가 래디컬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이유는, 그 래디컬의 기준을 잘 모르겠어서야. 아니 모르겠다기 보다는, 난 리버럴보단 훨씬 강하고 래디컬보단 좀 약해.
Q. 어렵네. 근데 최근에 그 언쟁 말이야. 불과 몇 시간 전에도 했었던. 후회는 없었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후회는 아닌 거 같은데, 뭐 여러 생각은 들어.
내가 거기서 좀 더 친절했다면 그 사람의 태도가 변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
Q. 그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 중엔 너한테 너는 너무 워딩이 세다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 어떻게 생각해?
음, 일단 이해해. 제 3자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거야. 위에도 한 말이지만, 난 언제나 이 문제에 있어서 딜레마에 빠져.
근데 약간 이런 마음은 있어. 내가 자꾸 '너 스스로 공부해 와', '내겐 너한테 이걸 설명할 의무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의 이유는, 내가 그것을 설명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그걸 이해할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다는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나한테서 그런 말(예 : 네가 직접 찾아 봐)을 들은 사람들은 그것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거지. 그리고 방금 생각난 김에 한 말인데, 항상 안티페미와 페미가 싸우면 페미만 주목받아.
Q. 주목이라면, 어떤?
여기서의 주목은, 굉장히 부정적인 뜻이야. 예를 들어 볼게.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있었던 일이지. 나는 당시에 굉장히 리버럴한 페미니스트였어. 굉장히 편협한 시각을 가진 남성에게 여성 혐오란 이런 것이고, 당신의 서술에서 이러이러한 부분이 잘못되었다..를 지적해 줬었는데, 아! 지적이라는 게, 지금처럼 센 워딩이 아니라 정말, 좀 많이 착하게 지적을 했었어.
어쨌든, 그랬는데 어느새 안티페미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는 꼴페미다, 정신병자다, 별별 소리를 다 들었었지. 그 때 상당히 상처가 컸어서 페이스북을 잠깐 지웠었어.
어쨌든, 그 주목이라는게.. 분명 상대방이 엄청 나쁜 단어를 써가며 나를 모욕했어도 나는 착하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시선은 언제나 페미만 받아.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점점 래디컬이 되는거란 생각도 해. 아무리 착하게 말하면 뭐하냐고. 욕은 결국 나만 먹는데.
Q. 쌓인 게 많나보네.
그런가 봐. 쓰고 보니까 투정이 됐네. 사실 이 글은 푸념을 좀 하고 싶어서 쓰는거야.
나란 인간은 사실 굉장히 소심해. 지금은 좀 많이 괜찮아졌다고 해도 결국 그 본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좀 남아 있어서 이렇게 감정이 센치해지는 새벽엔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돼.
Q.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계속 페미니즘 할거야. 다만...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을 미루어 봐서, 감정을 좀 가다듬자는 생각은 했어. 서로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의 감정도 무시 못하니까.
Q. 잘 생각 했어. 근데, 꿈이 뭐야?
음, 사실 갑자기- 여성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굳이 교수가 아니어도, 여성학을 공부해서 뭔가 강연을 한다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방금 한 말은 정말 '갑자기' 든 생각이고... 지금까지의 꿈은 만화가, 심리상담가, 광고 카피라이터 정도? 내가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직업들이야. 특히 심리상담은 고등학교 때 동아리(?) 비스무리한 것도 하나 가입해서 좀 진지하게 배웠었고, 광고는 학교 도서관에서 주구장창 책을 읽었지.
아, 그리고 직업까지는 아니고.. 글쟁이도 좋아. 그러니까, 막 책을 내는 것까진 아니어도 내면 좋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정도? 좋지 않니?
Q. 글 쓰는 거 좋지. 생각 정리도 되고. 그래서 지금 노트북 앞에 있는 거잖아.
맞아. (웃음)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너(나)와 이야기 해 봤어.
Q. 잘 했어. 근데 이제 슬슬 끝날 시간이 됐어.
응, 아쉽다. 다음에 또 이야기 하자.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말은, 앞으로도 상처 받을 일은 무수히 많다는거야. 그러니까, 상처를 받더라도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위로 받아. 상처 받지 말라는 말은 너무 잔인해서 못 해먹겠다니까. 어떻게 그래. 난 더 이상 그렇게 잔인한 짓 할 수 없어.
아, 남한테 상처를 안 주려고 노력을 해 볼게. 그게 잘 될진 모르겠어. 아까도 말 했지만, 안 싸울 순 없는 일이거든.
Q. 그렇지, 안 싸울 수 있었다면 우리 현실이 이렇지도 않았을거야. 어쨌든, 수고 했어. 내일도 힘 내!
응, 너도 잘 자. 난 샤워를 아직 안 했거든. 얼른 씻고 자야겠어.
다들 주무세요. 재미 없는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