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아이를 좋아했다.

winnie9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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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때였다. 당시 남녀 분반이었던 학교 교칙에 남학생과의 한 교실 생활은 상상할 수 없었다… 고 생각했는데 방과 후 수업에서 남학생과의 수업이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끄럼 많은 10대 아이였기에, 남학생을 짝으로 둔다는 건 정말이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있었다. 3학년 1학기 초반 방과 후 국어 선생님이 무작위로 지어 주신 짝의 이름은,
… 비밀로 하겠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시스템에서 감히 남의 실명을 함부로 놀리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언제 어디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니까.

그 애의 이름은 특이한 이름이라 아마 이후에도 쭉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애는 사실 (내 기준에 있어서) 잘 생겼다고 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다. 그저 하얗디 하얗고, 키가 크고, 얼굴이 작고, 손이 예쁜 아이였다. 묘사를 하고 보니 왠지 꽤 준수한 아이처럼 묘사되고 있긴 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또 중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꽤 준수한 아이였던 것 같다. 어쨌든, 내가 관심을 둘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남자 짝이란 이유로 괜히 그 애를 의식했다.

3월 어느 날, 선생님이 내 앞의 아이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하셨다. 나는 그게 나를 가리킨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그 애가 내 손목을 잡았다.
“너 말고, 쟤야.”
말을 마치고 그 애도 놀랐는지 얼른 손을 뗐다. 심장이 터져서 없어져버리는 줄 알았다. 아마 그 애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 3월부터 졸업식때까지 쭉 좋아했다.

2월의 졸업식 전 날, 이대로 아무 사이도 아닌 채 그 애를 보내기가 싫어서,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참 찌질했다. 직접 말 걸을 용기도 없어서 문자 고백이라니, 창피한 기억으로 남기기에 딱 좋은 소재다.
그 애에게 뭐라 했었냐면, 대충 난 널 좋아했어, 그 뿐이야. 고등학교 가서도 잘 지내. 정도였다. 특목고에 가는 그 애를 향한 마지막 인사였다. 카톡을 보내고 나서 1이 사라지기 전까지 너무 가슴이 떨렸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첫 순간이었다.

그 애의 대답은 상상 외로 호의적이었다.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졸업식날 같이 사진 찍자. 하고 제이지가 부끄러워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았다. 부끄러워서 졸업식날 내내 그 애의 시선을 피해 다녔다. 그렇게 그 애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가끔 SNS에서 그 애의 소식을 보곤 한다. 근데 그 뿐이다. 서로를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다.


첫사랑(?)의 기억이다. 사실 이모티콘까지 써 가면서, ‘ㅎㅎ’라는 자음까지 붙여 가면서 그 애가 답장을 해 왔는데 나는 참 바보였다. 별로 덥지도 않은 날에 괜히 나한테 부채를 빌리고, 굳이 빌리지 않아도 되는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했던 그 애가 생각 났다.
사랑이라고 표현할 만큼 거창했나 싶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그 애를 좋아했다.

하얗고, 손이 예쁘고, 공부를 잘 하고 선생님들에게 예의 바른, 다른 남자 아이들과 다르게 점심 시간에 양치를 했던 그 애를 난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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