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궁 후원
-아랑이 상심하며 터벅터벅 거닐고 있을 때 귀녀가 나타난다.
귀녀: (작은 목소리로)마님, 마님!
아랑: 귀녀야! 네가 여긴 어떻게... 들키면 큰일난다. 어서 도망치거라.
귀녀: 같이 가요, 마님. 마님을 구하기 위해 마님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몰래 왕궁에 들어왔어요. 여기 이 분이 담을 넘게 해 드릴 거예요.
백성1: 자, 어서 내 등을 밟고 담을 넘은 다음 강가로 가슈~ 그곳에 가면 남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오. 아 글쎄 개루왕이 도미의 눈을 뽑은 뒤 강에다 버렸다지 뭐요.
아랑: (그 자리에 털퍼덕 쓰러지며.) 아... 서방님...
백성1: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소. 어서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시오. 곧 있으면 병사들이 순찰을 돌러 올 거요.
-귀녀, 어질어질한 아랑을 데리고 함께 담을 넘는다. 이때 순찰하는 병사1,2가 나타나고 소리를 지르며 이들을 뒤 쫓는다.
병사1: 거기 누구냐?
병사2: 앗, 아랑 아니야? 아랑이 도망친다. 잡아라!
병사1: 잡아라!
- 강가
-아랑 강가를 서성이며 ‘서방님, 서방님’ 흐느끼며 운다. 그러자 서서히 배 한척이 다가온다.
아랑: 이것은 무슨 배지? 그래! (배에 오르며)어차피 서방님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개루왕이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평생 혼자 살다 죽자
-아랑이 배에 올라타자 배가 스스로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랑... 그러나 이내 도미 생각에 근심이 빠진다. 아랑이 근심에 빠진 순간 배는 천성도에 도착한다. 이때 배에서 내리는 아랑 앞에 앞을 못보는 봉사가 나타난다.
봉사: 저 뉘신지는 모르오나 내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 먹을 것을 못 찾고 있습니다... 부디 제게 은혜를 베풀어서 풀뿌리 하나라도 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랑, 봉사를 와락 끌어 안으며... 엉엉 운다.
아랑: 서방님, 흑흑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요...
봉사: (손으로 아랑을 더듬으며) 아... 아랑? 아랑 당신이오? 정말 당신이오?
아랑: 네 서방님 저예요. 저 아랑이에요.
봉사: 아랑.... 흑흑흑
아랑: 서방님... 흑흑흑
-아랑과 도미는 한참을 끌어안고 흐느껴 운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도미가 입을 연다.
도미: 아랑, 우리 이제 고구려로 갑시다. 그곳엔 백제의 손길이 안 닿으니 그곳에 가면 더 이상 개루왕이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거요. 물론 두고 가야하는 우리의 재산들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악독한 개루왕이 있는 한 더는 백제 땅으로는 가고 싶지 않소.
아랑: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저도 서방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그곳에 가서 풀뿌리를 캐먹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이곳 백제를 떠나요. 그곳으로 가서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해요.
도미: 고맙소 아랑.
아랑: 서방님!
-아랑과 도미는 또 한번 흐느껴 울다가 손을 잡고 고구려로 떠난다. 떠나는 그 뒷모습이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