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에는 대장이 가야 할 거 같은데요.”
“제 생각도 같아요. 그래요. 뭔가를 숨기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태도도 많이 거칠더라고요.”
“거칠다고?”
“네! 게다가 푸콘은 코빼기도 안 비치쳤어요!”
“니들 대접을 하는데 왜 푸콘이 나와야 해? ”
“대장!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요. 우리가 대장의 이름으로 개들한테 간 거니까 녀석들은 우리를 대장처럼 대해야 한다고요.”
“맞아요. 대장! 이건 외교적 결례예요. 그냥 두면 다른 구역의 개들도 슬슬 기어오를 겁니다!”
호접과 비선이 핏대를 올리며 분노를 표현했다.
하지만 대장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접과 호접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지붕 위에서 걸걸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백호 이놈아! 넌 얘들 말 좀 새겨 들어라! 저 녀석들이 다 충언을 하는 거야!"
약손할배였다.
"저 녀석들 말 안 들으면 이 일대가 또 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 다소 폭군처럼 보여도 네가 강한 존재로써 각인 되어야 해! 그래야 안 싸우지. 그게 네 역할이야!”
목젖을 조이며 또한번 걸걸한 소리를 낸 약손할배 역시 못 고치는 병이 없는 신묘한 영물 중 하나다.
백호가 변검무면의 역용술과 축골공, 팔극권공 그리고 수강을 습득한 무술형 영물이라면, 약손할배는 화타의 기술을 습득한 의술형 영물이인 것이다.
약손 할배의 등장에 다들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대장은 이미 약손할배가 와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놀란 표정없이 무심하게 앞발을 핥기만 했다.
“오랜만이야 약손할배!”
“뭐? 약손할배? 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나잇살을 처먹어고도 버르장머리가 개차반이야! ”
“맘에 안 들면 꼰대가 약으로 고쳐보던가?”
“뭐야!!! 꼰대? 저...저…저…”
대장과 약손할배 사이의 대화가 거칠어지자 코루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신입을 이끌고 자리를 피했다.
비선과 호접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려했다. 그러자 약손할배는 백호와의 신경전을 잠시 멈추고 조그만 환을 비선에게 던졌다.
“야, 이 빌어먹을 놈아 넌 이거나 처먹어라! 그리고 앞으로 비선격인가 뭔가는 절대로쓰지 말고! 고양이가 무슨 수강이야? 저 무식한 백호녀석이나 되니까 수강을 쓰는 거지… 너 그거 계속 쓰다간 앞다리 병신된다!”
약손할배가 비선에게 던진 환은 금창약이었다. 얼마 전 들개무리와의 전투에서 오른 발을 다친 비선을 위해 약선할배가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
“예! 헤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노력은 무슨! 다음 번에는 환을 안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알아!”
“헤헤헤.”
비선은 호접과 함께 넉살 좋게 웃음을 흘리며 앞 건물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자, 할배! 애들이 자리를 비켜줬으니까 이제 용건을 말해봐!”
“흠...”
대장과 단 둘이 남게 되자 약손할배는 대장에게 뭔가를 건냈다. 조그만 종이포일에 싸여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개의 이빨이었다.
“이건….”
“그래! 견왕의 표식이다. 원래는 두 개 모두 내가 보관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녀석들이 훔쳐간 거 같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이젠 너한테 맡기려는 거지!”
“그러니까 왜 나한테 맡기냐고? 난 귀찮은 거 질색이야!”
약손할배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아직도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냐?”
순간 대장의 눈빛에 엄청난 살기가 일었다.
“내가 그 일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지! 아무리 꼰대라도 더는 가만 있지 않아!”
성난 대장은 오른쪽 앞발로 공터의 한 가운데를 내리쳤다. 축골공과 수강이 결합된 강력한 묘선파였다(보통 축골공과 수강은 상충되는 기운이기에 같이 사용하기 어렵지만 무술형 영물인 대장은 그게 가능했다.)
“콰콰쾅!”
공터의 한 가운데 커다란 흙먼지와 함께 대장의 발바닥을 닮은 작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호접과 비선을 포함한 200마리의 고양이들이 나타나 공터와 약손할배를 에워싸버렸다. 이 모든 것이 5초도 안 걸리니 약손할배는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설렁설렁해 보이더만 너 역시 보통이 아니었구나… 완전 허허실실이었어. 허허실실.”
약손할배는 고양이들을 둘러보며 돌맹이 4개를 앞발로 날려 보냈다. 그러자 돌맹이들은 정확하게 동서남북 사방위를 점했고 ‘위윙’하는 소리와 함께 묘선파로 만들어진 흙먼지와 작은 구덩이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약손할배의 진법이 발동한 것이다.
“뭐… 뭐야? 폭탄이 터진거야?”
대장의 묘선파의 소리가 워낙 컸기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약손할배의 진법이 발동하자 사람들은 공터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하다 쾅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자 약손할배가 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휴~ 이제야 갔군. 저 놈 성질 머리하고는… 야 이 놈아! 사람들이 우리 존재를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차피 할배가 진법으로 해결할 거였잖아!”
“아이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