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칼럼] 키 작은 내 아이, 잘 크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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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시절 항상 맨 앞줄에 앉았다. 키 순으로 번호가 부여되던 그때, 1번은 아니었지만 10번을 넘은 적이 없다. 맨 뒷줄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키 차이가 10cm정도 났었고, 어렴풋이 10cm라는 수치를 기억하는 건 등굣길 즈음에 해가 보일만큼 내 고개를 들어야 눈을 맞출 수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145cm. 이제 이름 순서로 번호가 바뀌어 10번대 후반을 왔다 갔다 했지만, 여전히 자리는 맨 앞줄이었다. 그러던 내가 처음 중간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바야흐로 중학교의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니 나보다 키가 크던 아이들이 작아져있었고, 그 짧은 기간 안에 난 거의 5cm가 컸다고 했다. 그 해 통틀어 나는 12cm 컸다. 그 다음해에도 조금 더 컸고, 현재 178cm 남짓 되는 남자 사람이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너무 작아요.” “우리 아이가 조금 뚱뚱한데 그러면 성장이 빨리 멈추나요.” “벌써 몽우리가 잡히는 거 같은데, 성조숙증 아닌가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행여나 덜 클까 잘못 클까 걱정이다. 벌써 20년이 넘게 지난 1990년대 중반 나의 엄마도 키가 작은 나에게 없는 살림에 녹용이 들어간 보약을 먹인다 영양제를 먹인다 애쓰시던 기억이 선하다. 그렇게 무엇을 계속 먹여주기만 하면 더 클까? 우리 아이 키 예측해보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궁금증을 가볍게 풀어보려고 한다.

예상키를 계산하는 방법은 꽤 쉽다.
남자 = {(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2} + 6.5cm
여자 = {(아버지 키 + 어머니 키) ÷ 2} - 6.5cm

하지만 이는 공식일 뿐. 이 공식대로였으면 내 키는 171cm에서 절정을 마무리했어야 한다. 부모님 키가 작아도 170cm 넘는 여자아이, 부모님 키가 아무리 커도 165cm가 안 되는 남자아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성장과 얼굴형은 조금 다르지만,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원빈의 부모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CG제작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유전은 유의성을 가질 뿐이고, 충분히 그 유의성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키는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위 공식은 유전이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크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된다. ±6.5cm라는 유전 외 요인에 대한 영향의 편차를 두었지만,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큰 경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유전 외에 2차 성징의 발현 시기, 영양 상태, 스트레스 유무 등 몸의 상태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외에도 운동 여부, 수면, 가정환경 등의 생활관리 또한 중요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운동도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지, 아니면 근육에 과한 자극을 줘서 성장을 방해하는 운동인지, 그냥 영향력이 미미한 스트레칭인지에 따라 당연히 다를 것이며, 수면도 양이나 질, 횟수 등에 따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것들을 모두 좋게만 설정해놓고 생활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가능할까? 성장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플러스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생활하기는 어렵다. 쉽게 비유하자면 어린아이는 치킨 닭다리도 먹고 싶고, 날개도 먹고 싶을 텐데 어떻게 삶은 닭가슴살만 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건강정보센터에 가면 아래와 같이 성장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성장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병적인 저신장 아이다. 현재 아이 키가 정상 범위이지만 만 3세가 지났는데 1년에 4cm 이하로 자라거나, 반대로 여아 만 8세·남아 만 9세 이하로 사춘기 이전 아이가 1년에 7~8cm 급성장하면 양쪽 모두 저신장 가능성이 있다. 병적저신장이 아니더라도 부모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은 검사를 통해 어른이 된 후 최종 키가 남자는 160cm, 여자는 150cm 미만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성장치료를 권한다.”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 누난증후군 등 병적인 저신장 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치료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나 한약치료를 받게 되면 모두 본인이 치료금액을 부담해야한다. 마치 성형이나 미용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잘 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병적 저신장’ 상태인지 확인해야한다. 아이가 한 해 동안 자라는 키가 4cm 이하로 너무 작거나 사춘기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너무 이르게 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둘째 ‘병적 저신장’ 상태일 경우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셋째 그렇지 않을 경우는 최우선으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의 몸 상태나 생활습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좋은 자극은 늘려주고, 해로운 자극은 빼주는 ‘더하기빼기’를 해야 한다. 어떤 자극이 좋고 해로운지 판별이 어렵다면 그 때는 부정확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관련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료인에게 조언을 구하면 좋겠다.

마지막 문장은 영국의 한 비평가의 명언을 빌려본다.
‘아이에게 애정을 조금 주어 보아라. 그러면 크게 다시 돌려받는다.’ -존 러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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