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 영화에선 선과 악의 캐릭터가 영화마다 상황을 바꿔가며 변주했습니다. 형사에서는 대결하는 곳, 곧 외다무다리가 매 대결장면마다 변화하고 있습니다. 격투게임이나 올드보이 복도씬 처럼 횡적인 공간대신 담벼락이나 민가로 막혀있는 종적인 공간이 우습게도 아름답게도 슬프게도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미 나의사랑 나의신부에서 선을 보인바 있는 겹치는 이미지와 더불어 겹치는 배경음악, 화면은 멈추고 흐르는 대사 또는 그의 반대, 종과횡, 사선을 이동하는 방향성등 폭발하는 영화적 이미지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남순(하지원 분)이 슬픈눈(강동원 분)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을 사랑한다는 아이러니는 많은 이야기에서 볼수있는데 보통은 주인공이 악당을 좋아할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구구절절히 들어야합니다. 하지만 형사에서 남순이 슬픈눈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미지로 밖에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슬픈눈의 과거이야기만을 들을수 있습니다. 보통 악당은 비중이 적고 주인공보다 힘은 세지만 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대결의 패배에 당위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슬픈눈은 이야기상 내부고발로 남순을 사랑했다 선언 해버립니다. 그래서 남순이 슬픈눈에게 빠지는, 선과 악이 서로 사랑한다는 비교적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목표를 이야기 적으로도 잡아냈습니다.
형사의 인물들은 칼을 휘두르지만 컬트영화처럼 목이 날아간다던가 하는 장면은 피에 물든 굴비나 붉은 천에 쓰러지는 장면등으로 바뀌었는데 이런 연출은 이야기상으론 슬픈눈이 죽었지만 인물이야기를 넘어선 에필로그 영화이미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